사랑의 물리학

(고양이는 사랑이야.)

by 지율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제비꽃같은 이 조그마한 계집애가,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그녀에게로 굴러떨어졌다. 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였다. 첫사랑이었다."

- "사랑의 물리학" 김인육



따뜻했던 올해 5월 오랫만에 친구와 양꼬치에 소주를 마시고 기분좋게 돌아오는길.

애견샵에 유난히 똥꼬발랄해서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던 녀석을 보았다.

아주 작은 아크릴판에 에너지를 어쩌지 못해 이리 저리 몸을 돌리는 녀석을 보며.

그래 내가 너에게 자유를 주겠다 하는 심정으로 입양했을때.친구는 이야기 했다. 저 녀석 무지개다리 건널때까지. 네가 책임져야해.


'그러지 까짓. 동물이 뭐라고..저 조그마한놈 하나 책임 못지겠냐. 득의양양하게 큰소리는 냈지만. 조금씩 걱정이됐다.


이제껏 무언가를 키워본 기억이 없고 있다하더라도 부모님이 대신 치닥거리를 해주셔서. 돌.봄.이라는 자체가...어떤 의미인지 그때는 제대로 실감이나지 않았다.

깔끔떠는 나를 아는 후배는 선배가 하는일은 모두 예상가능했는데 이번건은 정말 예상못해 쇼킹했다는 커밍아웃부터.

헬스장 트레이닝 복에 앙고라처럼 묻어있는 털을 보고. 그제서야..조금씩 내가 고양이 집사라는 것을 체감했다..

녀석의 털로 난생처음 알게된 비염으로 인해 알레르기약을 홀딱거리며 먹는걸 보며 엄마는 당장 다른 집에 가져다 줘라 걱정하시는 소리까지..무엇보다..화장실을 가리지 않고 옷방에 똥을 모아놓거나. 오줌을 배변판 밖에 싸놓고 아무렇지 않게 발자국을 남겨놓는 놀부같은 녀석의 뒤치닥거리를 흥부처럼 하는 나를 보며 뭔가 어설퍼 그냥 웃음만 나왔던것같다. 가장 힘들었던 잠을 잘수없게 만드는 새벽 우당당..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발가락을 물어버리고 도망가는 녀석을 보며 저 배은망덕한 놈. 먹여주고 재워줬더니 주인을 몰라보네하며 억울해하던 나날들..그사이 휴대폰 검색기록은 나의 쇼핑목록이 아닌 고양이 아침잠, 고양이 사료, 고양이 똥색깔, 고양이 오줌양. 고양이 재채기. 고양이 눈꼽, 고양이 꼬리언어 등등으로 도배가 됐다.


그런데도...싫지 않았다..


그사이 살집도 생기고 배변도 기특하게 잘 가리고 사료도 잘 먹는 녀석을 보며 흐뭇하게 바라보는 표정이란 필시 우리언니가 조카 밥을 지어먹일때와 비슷했던것 같다.

예전에는 밖에서의 약속이 많았지만 요즘은 퇴근이 무섭게 녀석이 기다리는 집으로 가고 싶고 홀로 있을 녀석이 걱정되고 안쓰럽기까지 하니 애묘인이라고 불릴만 하지 않은가.

문을 열기가 무섭게 현관으로 뛰어오는 개냥이. 시크한척 굴지만 어디를 가든 따라다니는 녀석..잠들려고 하면 올라와서 꾹꾹이를 그랑거리며 해대고 내 팔에 제 머리를 쳐박고 잠이 드는 녀석이 너무 사랑스러워 휴대폰을 들곤했다.

나 이외의 생명체를 돌봄에 대한 이 경외로운 기록들은 절대 불가능하리라는 나의 믿음을 보기 좋게 까부시는 사건이었다.


이번주 일요일. 평택에서 두번째 녀석이 온다.

또다시 뉴턴의 사과처럼 나에게 굴러떨어지겠지.. 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겠지.

벌써 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


인연은 그렇게 뉴턴의 사과처럼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뜻하지 않은 방향에서 물꼬를 트고 툭하고 떨어진다. 제 의지가 아닌 중력의 인연으로. 그렇게 쿵쿵...

어떤 인연이든 그것이 긴 만남이건 긴 이별이건 간에. 숙명으로 이어지는것이 인생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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