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성장의 기록

근손실의 두려움

by 지율

어릴 때부터 운동은 꾸준히 했다.

삼 남매 중 몸을 쓰고 땀을 흘리는 운동을 좋아한 덕에 언니보다 키가 한 뼘은 컸고 이렇다 할 잔병치레도 없었다.(물론 남동생은 나보다 기럭지가 길지만 비만이다.)

태권도, 등산, 스노보드, 배드민턴, 스쿼시, 수영 등등

변덕이 심해 조금씩 맛을 들이다 보니 또 그만큼 싫증도 잘 느껴서 중간 정도는 해도 월등하지 않았다.

그중 유독 헬스는 정말로 재미없고 지루한 운동이었다.

중간중간 놓인 기구들의 사용법을 모르니 조금 깔딱대다 러닝머신이나 사이클 타기만 하다 보니

뭔 재미로 저렇게 열심히들 하는지 한 달에 절반만 낸 돈에 대한 양심을 채우고 그만두기 일쑤였다.

40대가 된 사람들은 안다. 갑자기 탱탱볼 같았던 나의 몸이 탄력이 없어지면서 늘어지기 시작한다. 어느 순간 배는 ET의 그것과 둘리의 고길동 아저씨를 닮아가고 몇 번 끼니를 거르면 이전으로 돌아가던 몸은 나잇살이라는 무한 열차를 탔다. 운전을 할 때 묘하게 동그래진 배는 안전벨트로 인해 더욱 도드라졌다. 어느 순간 애인은 나의 똥배를 놀리기 시작했다. 나는 발끈하며 동네 슈퍼 아저씨처럼. 그것을 인격이라 불렀다.


코로나 때문에 코로나 숨 쉬는 세상이 되고 나서 그나마 재밌게 하던 수영장이 문을 닫았다. 등산은 내려올 때 무릎이 아팠고. 동네 공원을 몇 바퀴 도는 운동은 그날의 날씨와 기분에 지배를 당했다.


동네 헬스장을 방문했을 때는 그저 건강하게 살자는 양심에 대한 가책이었다.


자다 일어난 지 얼마 안 된 것인지 까치집을 한 트레이너 샘이 나에게 질문을 했다.

'어떤 운동을 원하세요?

'다이어트요. 살 빼려고 운동하지. 이게 뭔 질문이라고..ㅋ

그리고는 수줍게 덧붙였다.'소녀시대처럼 늘씬한 다리는 아니더라도. 몸매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쑥스럽지만 용기를 내어 꾹꾹 진심을 이야기하는데 트샘은 그런 나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지금 나이에는(내 나이가 어때서) 근성장이 먼저예요'

그다음 지방을 걷어낼지는 그때 가서 생각해야 돼요.

'그게 무슨 말인가.. 나를 근육 돼지로 만들 셈인가' 나는 아니에요 날씬한 몸매를 원한다고 거듭 자신 있게 말하지 못했다. 그때만 해도 이 비루한 몸뚱이를 해결만 해준다면 뭐. 영혼이라도 바치겠어라는 마음이었으니. 우선은 알겠어. 접수.


월 수 금

강철부대는 아니지만 깡통 부대 정도는 될듯한 덤벨의 무게와 그만큼의 체력의 한계를 느꼈다.

고통의 인내는 쓰고 달다고 했던가. 하체운동 몇 번에 계단을 오를 때 똥 싼듯한 자세로 재활치료를 하고 있는 나를 보며 동료들은 피식거렸다. 언제가 끝이 날지 모를 행위들에 동반되는 고통이 오늘은 제대로운동했구먼 이라는 뿌듯함으로 바뀌던 (진정 마조히스트란 말인가) 어느 날 헬스장으로 가는 운동 루틴은 밥을 먹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생활 루틴이 되었다.


리스펙 하는 모델 한혜진이 언젠가 방송에 나와 말한 적이 있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근성장과 더불어 기초대사량이 올라가고. 잘 걷지 못했던 나는 하루 2만 6천을 걸어도 거뜬했다.

노력으로 증명되는 놀라운 경험 앞에 나는 어느새 운동 전도사가 되어있었다.


어느 날 헬스장에서 남자아이를 트레이닝시키던 관장님이. 자세를 교정해주며 스치듯 말했다.


'너는 남는 힘에 비해 고통이 너무 심해. 그래서 못할 것 같은 거야!'


누가 뭐랄 것도 없이. 사람이 그렇다.

우리는 해보지도 않고 머릿속으로 얼마나 많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패를 인정하는가.

못한다는 것은 안될 것 같다는 것을 꾀병을 전제로 깔고 우리를 편안함으로 인도한다.


해서 뭐해. 나이 먹어서. 빤하잖아. 이미 늦었어. 어차피 안되는걸.


그렇다면. 그대 관속에나 누울 일이다.

아무런 고통도 없고 아픔도 없으니 얼마나 편안한가.


세상은 넓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배움이라는 가치 안에 기회를 끊임없이 제공한다.

나이와는 상관없이 우리는 살아있는 이상 끊임없이 도전할 수 있고 꿈을 꿀 수 있다.

젊음과 늙음의 차이는 외형이 아닌 내면의 꿈틀거림에서 비롯된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가 아직도 인기가도를 달리고. 다 가진 디바 이효리는 그들을 부러워한다.


왜일까..


이뤄야 할 목표가 있다는 선명하지 않은 미래를 가지고 도전하는 당신은 여전히 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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