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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녜 Jun 22. 2021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이유

만 30세 처자가 해외 취업에 성공했다는 것은 흔하지 않은, 주위에서 접하기 어려운 인생사의 일부이다. 그런데 말레이시아의 직장 생활에서 알게 된 MZ 세대 친구들의 인생 또한 비상하다. 아니, 어쩌면 남들과 다르기에 이곳에서의 취업을 용감하게 도전한 그들일지도 모르겠다.


  80년대생의 끝자락인 친구들 대부분은 소위 말하는 사회에서 인정하는 안정적인 생활을 꾸리고 있다. 20대 중반부터 얻은 직장에서 꾸준히 일하고 있는 친구, 결혼 적령기에 다다르니 혼인하여 가정을 꾸린 친구, 그리고 아이를 낳아서 예쁘게 자식을 잘 키우고 있는 친구. 사회에서 고정된 틀에서 필사적으로 벗어나지 않기 위해 퇴사, 비혼, 딩크는 생각해보았어도 실천으로 옮기지는 않았던 친구들이 바로 80년대생들이다(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존재한다).


  그런데 이곳에서 인연을 맺게 된 90년대생 친구들과 언니, 동생 사이로 편하게 지내다 보니 그들이 인생을 사고하는 방식은 세대 차이를 넘어서 용기를 얻게 해 준다. 특히 인생의 항해를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게 해 준다.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 달라"는 그들의 주장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며, 그 사유는 배울 만한 가치를 지닌다.


  그것은 바로 남들의 시선에서 벗어나는,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하는 삶이다. 이러한 기저에는 과감한 포기가 있다. 사실 '포기'라는 단어는 한국 사회에서 부정적인 개념으로 자리 잡혀 왔다. 예를 들어, 힘들게 얻은 직장 생활이 지옥 같아서 그만두려고 하면 부모님뿐만 아니라 주변인은 모두 '포기'하지 말라며 위로한다. 마치 포기하면 나약한 실패자가 되는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듯이 말이다.


  그러나 요즘 MZ 세대의 친구들은 다르다. 설령 포기를 선택할지라도, 이것은 본인의 행복에 초점을 두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두려움이 아예 없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다만, 크기가 맞지 않는 신발을 꾸역꾸역 신어서 결국 발을 다치게 하는 것보다는 발이 우선 편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다. 즉 '당장의 안정성'보다는 '향후의 불행을 막기 위한 불안정성'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보통의 삶을 동경해왔다. 그래서인지 포기하는 것이 두려웠다. 퇴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퇴사 후의 생활이 두려웠다. 나이는 30 훌쩍 넘었는데 남들처럼 안정된 직장도 없고, 결혼하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20 친구들을만나고 나서부터는 "포기해도 괜찮다"라는 말이 귓바퀴 언저리에서 맴돌았고 결국  결심은 실천으로 옮겨졌다.


  포기 외에도 목표 지향적인 자세 또한 그들에게서 공부할 또 다른 진가다. 20대 때 나도 꽤나 표적을 향해 앞만 보고 달려가는 불도저 같았다. 다만,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면 쉬이 좌절하는 성격 탓에 우울감이 정신을 지배했다. 그러나 90년대생들은 설령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쉽게 사기가 꺾이지 않는다. 그들은 좋고 싫음이 뚜렷한 인생철학을 가지고 있는 한 목표를 향해 다시 한번 길을 정비한다.


  표본 자체가 적어서 이 글이 MZ 세대 친구들을 일반화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사회적 시선에 의해 수동적인 생을 순응해왔던 내가 말레이시아에서 20대 친구들을 만나면서 그동안의 인생을 회고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남들에게서 보이는 여생이 아닌, 나만의 행복을 찾아 경로를 이탈해도 된다는 마음가짐이 지금부터 필요하겠다.


  이번 글을 빌려 J양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나이는 나보다 5살이나 어려도 본받을 점이 많은 이 친구 덕분에 글을 쓸 수 있게 되었고, 나아가 미래의 전환점 또한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그의 인생이 찬란하게 빛나기를 늘 응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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