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앞 치킨
당직 근무가 끝나고 오전 7시에 집에 도착했다. 오늘은 기필코 빈속으로 자리라. 굶은 배를 붙잡고 얼른 잠옷으로 탈피해 침대속으로 들어섰다. 당직동안 굶은 배를 허겁지겁 채우고 느즈막히 오후에 일어나면 그렇게 더부룩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나에게 오늘 늦깍이 잠을 채우고 중대한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다.
삐삐 -
오후 2시.
기절 잠에서 알람을 듣고 비몽사몽 눈을 떴다.
당직동안 계속 고민하던 패션으로 갈아입고, 계획했던 집게핀으로 머리를 올려집고, 작은 가방을 맸다. 마음에 드는 착장에 거울을 요리조리 보다가 버스 시간을 보고 얼른 집 밖으로 나갔다.
버스를 타고, 걸어, 드디어 내가 원하는 풍경을 눈에 넣었다.
해는 쨍쨍한데 바람이 많이 불었다.
앞머리가 뺨을 때렸지만 기분은 좋았다. 이걸 위해 내가 3연속 당직 근무를 버틴거다.
심호흡을 하고 중대한 계획을 시행에 옮겼다.
ㅋㅋㅋㅋㅋㄱㅋㄱㄱ바다앞 치킨
처량하게 월미도 바다 앞 계단에서, 쭈구려 앉아 치킨 뜯던 절 발견하신다면...
건들지 마세요. 혼자만의 힐링 중이니까
이때 건들면 ㄹㅇ 물어요 (으르릉)
ㅋㅋㅋㅋㅋㅋㅋ
시끄러운 수준의 바람소리를 들으며, 멍하니 바다를 보고, 치킨을 먹으니 오만 생각이 다 들었다. 올해의 첫 시작부터 지금의 내가 여기까지 오는 게 참 쉽지 않았다는 생각이었다.
전 병원에서 있던 일들을 떠올리다보면 저 푸른 풍경 아래 승화가 되었다. 나도 참... 긍정적이라면 긍정적이고, 미련하다하면 미련하네.
그나저나 바다 진짜 깨끗하다.
바다는 몇천년, 몇십억 막 이렇게 되지 않았나?
어떻게 저렇게 깨끗하지. 비가 내리면서 깨끗한 비가 쌓이는 걸까? 아니면 무슨 성분이 있는 건가. 지구 저 핵 아래에서 바다를 끓여서 소독 시켜주는 걸지도. 과학지식은 없지만 뭔가 일리있는 생각이야. 그런 생각하다가 헛웃음이 나왔다. 역시 난 MBTI에서 N이 맞아.
저 파다물결을 자취방에 걸어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 좀 찾아봐야지.
역시 쉬는 것도 일이야.
멍바다를 보며, 치킨을 우물거리기만 30분이었다. 정신을 차리니 어느새 5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집가서 화장실 청소도 해야하고 빨래도 해야하니 슬슬 가볼까.
다음에는 여기서 냉모밀에 하이볼 맥주 먹어야지.
집와서 얼굴 타가지고 화끈 거렸던 건 안비밀...
+) 우울 타파를 위해 산 책... 언젠가 리뷰를 올려보게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