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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lumnlist Jan 12. 2024

내가 왜 거기 있어...?

??? 이게 왜 ???

 매주 금연 일지를 꾸준히 써 나가고 있다. 이제는 흡연에 대한 욕구가 아주 많이 사라졌다. 금연을 하니 폐활량이 회복됐다. 전에는 런닝 머신 5분 뛰는 것도 버거웠는데, 이제는 그냥 귀찮아서 멈춘다. 10분은 타야 할 거 같아서 10분씩 타는데, 가끔 심심해서 속도를 막 올리기도 한다. 이게 바로 비흡연의 내 모습?


응~ 아니야~


그간 꾸준히 댓글을 달아주시며 도전을 응원해 주신 많은 작가님들이 계신다. 

덕분에 잘 참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세이도 뭣도 아닌 이상한 히스테릭 연재 글이라 쓰면서도 재미를 생각하지 않았었는데(사실은 자신과의 약속이란 의의가 더 컸다), 저번 주에 올린 글이 갑자기 브런치스토리 메인에 걸리게 되었다.

엥? 왜? 내가 왜 저기 있어?



기분은 좋네여.




11일간 라면과 과자를 먹지 않고 있다. 빵 빼고(붕어빵 이씨...). 라면을 평생 안 먹는 건 무리니 2월 1일에 하나 끓여 먹을까 생각 중이다(아니! 걍 먹을 거야!). 라면과 과자, 빵을 끊으니 자연스레 밀가루와 멀어졌다. 서양인처럼 밀가루로 삼시 세끼를 채우던 내 식단이 어떻게 변했을까? 나도 궁금해져서 기록해 보았다.


 

여기에 토마토즙 + 양파즙을 먹습니다





 점심은 연어랑 일반식을 먹는다. 이날은 간소하게 간장 계란밥을 먹었다. 솔직히 맛없다. 그 무슨무슨 일본에서 파는 간장계란밥 소스를 넣어 비벼먹는데, 좀 느끼하다. 그래도 뭐, 입맛 없을 땐 맛있다.












으엑




 


저녁은 서점에서 도시락을 먹는다. 정말 정말 아무 맛도 없다. 맛이 없는 게 아니라, 그냥 맹맛이다. 저 후리카케도 맛없다. 저건 정말 맛이 없다. 짜고 달기만 하다. 일본 출신 조미료들은 좀 느끼하고 달달하다. 컵라면 종류는 꽤 맛있었던 기억이 있는데, 왜 후리카케나 조미료 종류는 드럽게 달기만 할까.


 









 그리고 오후 10시 30분쯤, 대두단백 쉐이크와 야채즙으로 마무리를 한다. 


 원래 식사 중간중간 과자랑 떡꼬치랑 튀김 같은 걸 섭취해서 몸에 기름도 좀 돌리고 탄수화물로 혈당도 좀 올려줘야 혈관도 '주인 새끼랑 평생 동행하려면 여정이 빡세겠는데.'라는 위기감을 느껴서 기강이 자연스레 잡힐 텐데, 요샌 내가 을이 되었다. 이제는 몸이 갑이다. 내 몸뚱이는 위아래가 없다. 싸가지 없는 놈.

 위의 사진처럼 매일 비슷한 식단으로 영양섭취를 하면 몸에 기운이 도는 느낌이 든다. 그럼에도 내 뇌는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듯, 계속 배민을 켜게 만든다. 건강함이란 것은 어쩌면 보통의 상태가 아닐지도 모른다. 

 저번 주에는 뇌가 몸을 이겨버렸다. 점심에 마라탕을 시켜 먹었었는데, 오장육부가 문화 대혁명을 겪은 마냥 난리가 났었다. 불이 나고, 어쩌고. 공안 부를 뻔했다. 다음날 새벽까지 배를 부여잡고 끙끙 앓았다. 중공군의 마라전술에 꼼짝 못 하고 당했다. 그 뒤로는 마라탕의 마자만 들어도 몸이 으슬으슬 떨린다. 마가 들어가는 말들은 꽤나 무시무시하다. 마라탕, 마왕, 마약,  마이너스 통장...

 그리고 또 하나, 내가 밀가루 알러지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번 주 수요일에 떡볶이 밀키트를 해 먹었는데(밀가루는 못 끊습니다. 고추장에도 밀가루가 들어가요ㅠㅠ) 저녁때 가슴 부근에 두드러기가 돋았다. 저번 주 일요일에 시켰던 치킨을 먹고 난 뒤에도 같은 증상이었다. 이런, 밀가루도 못 먹는 버릇없는 몸뚱아리 같으니라고. 정제 탄수화물이 그리 싫었더냐. 글루텐이 그리 싫었더냐. 왜 먹질 못 하니, 왜ㅜㅜ

 몸이 니코틴과 글루텐으로 맛탱이가 갔을 때는 몰랐었다. 몸이 안 좋은 이유가 담배나 밀가루 때문이었다고는 상상도 못 했으니까. 괜히 애꿎은 '수면 시간'을 탓하며 1시간이라도 더 자려고 했었다. 담배를 끊고 밀가루 섭취를 제한하다 보니, 이제는 6~7시간만 자도 눈이 떠지고 몸이 움직인다. 예전에도 눈은 떠졌는데, 갯벌에 몸이 잠긴 사람처럼 신체를 움직일 수는 없었다. 9시간을 잘 때도 있었고, 10시간을 잘 때도 있었다. 정말 먹는 게 중요하구나.

  삼시 세끼 라면을 먹어도 피부에서 윤기가 나고, 기름진 걸 먹어도 다음날 쌩쌩하고, 운동하지 않아도 건강한 사람들이 부럽다. 과거엔 아름다운 외모에 돈 많고 집안이 빵빵한 사람들이 전생에 덕을 많이 쌓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요새 드는 생각은, 남들 말에 상처받지 않는 멘탈과, 뭘 먹어도 끄덕 없는 육체와, 매일 술 담배를 해도 버티는 체력과, 길가에 피어난 끈질긴 잡초처럼 모발이 튼튼한 사람들이 전생에 덕을 많이 쌓았을 거라 생각한다. 화무십일홍 권불십년이니까. 그중 가장 부러운 건 역시 멘탈이다. 멘탈이 좋은 사람들은 머리카락이 황량해져도 웃더라. 존경스러웠다. 구두브란드의 아내 같은 멘탈을 가진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구두브란드를 검색했는데 왜 자꾸 구두 브랜드를 결과로 내놓니).



 

 




저는 이제 다른 이별들에 익숙해졌으니, 정말로 핸드폰/유튜브를 끊어보려고 합니다. 여러분은 신년에 계획하신 이별이 있으신가요? 모르긴 몰라도 갑진년이니 값진 결과를 얻으실 겁니다. 올해 계획했던 것들 모두 이뤄지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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