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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적 판단이란

감정이 존재하는 한 중립적 입장은 없다

by kolumnlist

나는 어렸을 때부터 대한민국이 전세계에서 유일한 분단 국가라는 말을 듣고 자라왔다. TV에서도 그렇게 말했고, 선생님들도 그렇게 가르쳤었다.

대가리가 좀 크고 나서 이런 저런 잡지식들을 흡수하며 살다 보니 이럴수가. 대한민국이 유일한 분단국가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됐지 뭔가(키프로스라는 나라가 있단). 세상에나. 내 30년 인생이 부정당하는 느낌이었다.

https://blog.naver.com/gounikorea/222135358270


내가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배워왔던 '상식'이 '거짓'이란 걸 알았을 때의 오는 그 박탈감과 허망함, 그리고 불신감까지. 내게 그렇게 가르쳐줬던 선생님들도 우리나라가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라고 '배웠거나' '믿고 있기' 때문에 내게 그렇게 가르쳐 준 것 아니겠나. 만일 그게 오류란 걸 아는 선생님이었다면 가르쳐 주면서 정정해줬을 것이다.


나는 과거에 중국 친구들과 일을 했던 적이 있었다. 한 1년 정도 함께 생활했던 것 같다. 그때 마침 2019년 홍콩 민주화 운동이 벌어졌던 시기였다. 정치적으로 민감했던 이슈였기에 나는 그들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이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그 친구들 중 한명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았다.

"다 바보 같아. 어차피 우리 다 같은 나라 사람들인데 왜 싸우는 거야."

그 중국 친구 입장에서는 어렸을 떄부터 홍콩이든 대만이든 원래 중국의 나라였다고 배워왔을 것이다. 그러니 그런 말을 했을 거고. 반대로 대만이나 홍콩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중국과 독립된 국가라고 배워왔을 거다. 홍콩은 2019년 민주화 운동 이후 중국식 애국 교육 체제로 변하고 있지만, 대만은 독립된 민주주의 국가라고 교육받고 있다.

우리나라와 북한 역시 서로 같은 문제를 보고 다른 시각의 교육을 받을 것이다. 예전에 봤던 북한 다큐멘터리에서 한 학생이 우리나라를 보고 '미국 괴뢰놈들에게 세뇌당한 불쌍한 한국사람들을 계몽시켜야 한다'라는 말을 했다. 참 웃기지 않은가? 우리나라는 뚱땡이 김부자들한테 세뇌당한 불쌍한 북한 주민들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이다.


이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느끼는 건 두 가지다.

'우리는 정말 어떠한 사건을 중립적 시각에서 보고 있는가? 이성적 판단이란 것이 실제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인가?'

우리는 감정이 있고, 조국이 있고,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고, 적이 있고, 사랑과 미움을 느낀다. 이런 복잡하고도 모순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 인간에게 정말 중립적 시각과 이성적 판단이란 게 존재할까?


나머지 하나는 이거다.

'국가에서 행하는 교육이 정말 중립적 판단에서 쓰여진 역사의 기록인가? 프로파간다와 교육은 정말 독립적일 수 있을까?'

박정희 정권 당시, 반공 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수사였던 '유일한 분단 국가'. 이게 진정 옳은 교육인가, 아니면 교육을 가장한 프로파간다인가?

요새 유튜브에 거짓 정보가 많다 어쩐다 얘기들이 많지만, 어쩌면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많은 거짓 정보를 교육이라는 이름 아래서 선동당해왔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교육'을 받아온 걸까, 국가라는 미명 하에 이뤄지는 '프로파간다'를 받아온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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