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웹소설이 문학이 될 수 있을까?

by kolumnlist

모든 문학 작품은 시대의 거울이다.

그 시대 인간들의 생각과 사상, 욕망을 보여준다.


셰익스피어의 희곡도.

안톤 체호프의 희곡도.

아서 밀러의 희곡도.


모두 그 시대의 생각과 욕망, 그 시대의 인간 군상들을 보여준다.


미래를 배경으로한 SF문학 역시 시대의 거울이 된다.

과거의 인간들은 '무엇을' 바랐는지, '무엇을' 두려워했는지 알 수 있다.

조지 오웰은 인간이 국가의 통제 하에 놓이는 미래를 두려워했고.

올더스 헉슬리는 인간이 통제권을 국가에게 스스로 바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들이 두려워하는 미래를 보며, 그 시대의 사람들은 '무엇을' 소중히 했는지 알 수 있다.


반대로 얘기하자면, 시대를 비추는 모든 창작품은 문학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희곡과 소설, 연극, 영화.

이 모든 것은 스토리가 필요하다.

그 시대를 은유적으로든, 비유적으로돈, 직접적으로든 보여줄 수 있는 스토리.

시대의 욕망을 담은, 시대의 바람을 담은 스토리.


그렇다면, 웹소설은?

웹소설을 비하하는 말 중, 지겹게 말하는 회빙환은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는 본능적 욕구이다.

내 최악의 선택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회귀.

나보다 더 나은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빙의.

다시 태어났을 때, 더 나은 사람이 된다면. 환생.

우리가 현재 어떤 것을 바라는지를 보여주지 않는가?

작년 내내 웹소설 트렌드는 '이혼'이었다.

이혼율이 높아지고, 이혼 전문 변호사가 TV에 나오고, 엑셀 결혼이라는 말까지 나오던 시국이었다.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 문학이라면, 웹소설도 문학이 되지 않을까?


물론, 문법이 어긋나고, 맞춤법이 안 맞고, 글이 유치하고, 문장이 조악하기 짝이 없는 것들 역시 있다.

근데, 14세기 희곡에 그런 게 없었을까?

셰익스피어가 살았던 16세기에는?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수많은 잊혀진 작품들 중에, 조악한 작품이 없었을까?

현재 남은 작품들은 그 울림이 대단하여 현재까지 내려오고 있다.

울림이 약하거나 재미가 없는 것들은? 다 잊히지 않았을까?


전복을 먹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등껍질을 제거해야 한다.

그 수많은 조악한 작품들이 등껍질이 되어, 현재까지 남아서 귀감을 주는 많은 작품을 보호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나는 지금 뭔 소리를 하는 걸까?


아, 국립극단 온라인 연극 관람으로 햄릿을 보다가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keyword
월요일 연재
이전 03화AI와 질문을 주고 받다 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