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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린 Jun 09. 2024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걸까

Part 1. 금융분아에서 커리어를 쌓을 줄 알았지 (2)

사실 열거한 네 가지의 방법은 전혀 특별한 것도 새로운 것도 아니다. 책 한 권을 읽고 삶이 변화했다는 얘기들은 많이 들어보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나서는, 그 일을 찾을 때까지 끊임없이 내비게이션 하겠다는 마음이다. 이러한 사소한 방법들이 모이고 실행되어야 나침반도 마침내 방향을 가리켜 줄 수 있다.

나는 회계 업무의 일을 꽤 즐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장인 3년 차의 고비는 내게도 피해 갈 수는 없는 것이었다. 3년 차에 접어들자 자연스레 내 안에서 이런 질문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걸까?



대부분의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스스로에게 던져본 질문이 아닐까? 그러다가도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몰라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그 질문을 못내 덮어버리게 된다.


나도 그랬다. 대학교 때부터 "나랑 잘 맞는 일은 무엇일까?"를 스스로에게 여러번 물었지만 답을 얻을 수 없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지 혹은 싫어하는 지조차 몰랐기 때문이다. 답답한 마음을 안고 있었지만,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실마리를 찾아나가는 법도 몰랐다. 반면 경영학을 공부해서 금융 혹은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는 것도 꽤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나랑 가장 잘 맞는지 내가 그것보다 더 좋아하는 일이 있을지는 몰랐지만 내게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국 그 질문을 내게로 던지는 시점이 3년 차가 되자 다시 찾아왔다. 나는 한 번도 답을 찾은 적은 없었지만 (지금 와서 돌아보니) 질문은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적어도 이 일이 나랑 잘 맞는 일인지 아닌 지는 답해볼 수 있는 3년 치 일의 경험이 쌓였다. 일에 대한 경험치가 없던 대학생 시절에 어찌 보면 나랑 맞는 일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부터가 조급했던 건 아닐까.


약 15년 전의 기억이라 사실 희미하기도 하지만 가장 먼저 생각했던 것은 긴 호흡에서 내가 이 일을 어떻게 해 나가고 있을까 그림을 그려보는 일이었다.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고 그때 내 모습을 그려보는 일.


외국계 증권사 내 재무회계 분야는 객관적으로 생각해도 내가 가질 수 있는 옵션 중에 안정적이고 좋은 직장이었다. 한 달에 한 번 월말 결산하는 날을 빼고는 거의 칼퇴근을 할 수 있었고, 규칙적인 성격의 반복되는 일들로 주로 이루어지다 보니 경력이 축적되면 자연스레 일의 효율성도 늘어나게 된다. 그리고, 꾸준히 그 영역에서 경력을 쌓아가면 빠른 승진과 연봉 인상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일하면서 승진과 연봉을 인상받는 경험은 중요한 동기부여가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년 뒤의 내 모습(매우 긍정적 가정을 세워 20년의 경력을 쌓아서 임원이 되었다)을 그려봤을 때, 그 모습은 어쩐지 간절하게 바라는 것이 아니었다. 임원이 되는 것, 고액의 연봉을 받는 것이 중요하지 않았다는 말이 아니다. 그보다는 이 일에서 내가 놓치고 있는 중요한 하나가 있다는 생각이었다.


지금의 내 언어로 정리해 보자면 그것은 '일의 확장성'에 대한 것이었다. 풀어서 말하자면 '내가 이 일을 통해서 얼마나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가'를 의미했다. 정해진 규칙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안정적인 업무가 맞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나는 일의 경험을 통해 계속 새로운 것을 배워나가고 그로 인해 나의 역량이 확장되고 있다고 느낄 때 일이 즐거운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어쩐지 지금 하는 일을 20년 동안 한다고 가정했을 때, 그때의 나는 그것이 충족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비단 좋아하는 일을 찾는다는 건 회계, 마케팅 등 '일의 분야'뿐만 아니라 '일의 성격'도 고려되어야 하는 것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미처 몰랐던 나를 저 깊은 땅 속 어디쯤에서 건져올린 듯한 감정이 반가웠다. 드디어 나도 내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을 거라는 반가움.


그리고 처음으로 내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에 답을 하였다. "나는 지금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건 아닌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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