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시간표로 살았던 날들
식탁 위에 아침 만들어 놓았어. 시간 맞춰서 학교 갈 수 있지?
이른 아침 7시,
용인 수지에서 경기도 여주까지 가기 위해 서둘러 집은 나섰다.
언제부턴가 나의 시간은 초등학교 6학년 아이의 시간에 맞춰 돌아가고 있었다. 아이가 학교에 가고 나서야 온전한 나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마치 몸속 어딘가에 프로그래밍되어 그렇게 일상을 살아오고 있었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
24년 봄부터 용인문화재단 <아트러너> 활동을 시작하고, <ㅇㅇ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기획을 하며 삶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완전히 새로운, 강력하면서도 타당한 계기가 생기고 말았다. 문화예술 활동을 하며 알게 된 분을 통해 지원사업 정보를 알게 된 것이다. 그 사업은 평소 하고 싶었던 사업 아이템을 현실화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이 들었다..
공고를 확인하니 마감기한이 5일 남아있았다. 까짓 거 그 정도는 밤도 새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수도 없이 스쳐 지나간 사업계획서가 아니던가. 근무지 특성상 매년 새롭게 쓰기보다는 지난해 사업계획서를 조금 수정하는 것뿐이었지만 ‘안 해본 것 보다야 낳지 않겠어?’ 무조건 지원하기로 결심했다.
게다가 나는 <온라인 교육 웹사이트 CLASS101+>의 연간구독자가 아니던가. ‘지원사업 사업계획서 작성법’을 검색하여 관련 강의 2개를 2배속으로 수강했다. 그러고 나서 사업계획서를 써 나갔다.
지원하려는 사업은 경기콘텐츠진흥원 주관의 로컬크리에이터 육성 프로그램(예비) 창업자 모집 사업이었다. 총 30명의 창업교육생 선발 후, 3주간의 교육을 거쳐 평가를 통해 20위까지 창업 자금을 지원하는 사업이었다.
지난해 드로잉 카페 창업을 위해 많은 시간을 쏟았었다. 100만 원 이상 자비를 들여 온라인 창업교육을 받았고, 수도 없이 상가를 보러 다녔으며, 유망하거나 뜨는 프랜차이즈 상담도 수차례 받았었다. 드디어 마음에 드는 상가를 찾아 가계약을 했지만, 기존 임차인의 변심으로 계약이 파기되었다. 그때의 아쉬움과 허무함이 아직까지도 어제일처럼 느껴진다.
이번 지원사업에서 창업지원금을 받지 않더라도 창업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다음 날 서류전형 발표가 있었다. 오후 11시쯤 합격문자를 받았다. ‘진짜? 내가 서류전형을 합격했다고?’ 4년 만에 각 잡고 쓴 보고서였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믿기지 않았다. 정신을 차린 후 3일 후 있을 온라인 발표 PT 준비를 시작했다.
이미 만들어 놓은 발표자료를 수정하고, 5분 발표를 위한 대본을 작성하여 입에 딱 붙도록 수십 번 반복해서 연습했다. 대 여섯 시간밖에 못 잤고, 하루 한 끼 정도만 먹으며 모든 시간을 쏟아 발표를 준비했다. 극도로 긴장한 상태에서 발표를 하고 나니 몸에 힘이 쭉 빠졌다. 그리고 다음날 최종발표가 예정되어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다음 주는 대만여행을 떠났어야 했다. 이번 지원사업에 합격한다면 필수로 참석해야 하는 창업교육 일정과 겹치게 되어 위약금이 발생했지만 과감하게 취소했다. 여행쯤이야 다음에 가면 그만이었다. 꼭 합격하고 싶었다. 스스로 원해서 사직서를 냈지만, 자꾸 자존감이 낮아져 갔다. 시간이 흐를수록 설 곳이 사라지는 것 같아 불안했다. 이번 기회로 나의 존재를 인정받고 싶었다.
최종발표날, 지원사업 담당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떨리는 마음을 애써 누르며 그 어느 때 보다 빠르게 전화를 받았다. 합격이었다. 전화를 끊고 나니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게 느껴졌다.
필수 참석, 1박 2일 워크숍 일정을 시작으로, 3주간의 기나긴 여정이 시작되었다. 경기도 여주의 [동부경기문화창조허브]에서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창업교육을 받았다. 용인에서 여주까지는 지하철로만 1시간 30분이 걸렸고, 여주역에서 다시 동부경기문화창조허브까지 20여분이 더 걸렸다.
하지만 얼마나 받고 싶던 창업교육이던지... 모든 교육의 1분 1초에, 모든 강사의 한마디 한마디에 고개가 끄덕여지고, ‘그렇구나, 그렇게 해야 하는구나 ‘ 하며, 온 신경을 곤두 새워 집중했다.
<2부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