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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앨 Jul 29. 2022

혼자 알기 아까운 네덜란드 인테리어 특색

럭셔리지만 칼뱅주의는 포기 못 해...

집을 짓는 과정 중 가장 즐거운 작업은 인테리어 관련 자료 찾는 거 아닐까요... 제게는 저희 부부의 공통되거나 남다른 취향도 알아보고, 이 나라만의 트렌드도 알게 된 경험이었어요. 요새 덴마크나 스칸디나비아 인테리어나 가구는 널리 알려져 익숙하고, 워낙 프랑스 프로방스 스타일 인테리어는 사랑을 받아왔으니 말할 것도 없지만... 네덜란드 인테리어는 어떤지 잘 모르고 살았는데요. 본격적으로 인테리어에 빠져보니 여기도 남다른 특색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여러 가지 스타일이 공존하고, 또 트렌드가 자주 바뀌기 때문에 항상 이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제가 손꼽은 몇 가지 신기한 점, 공유합니다.


1. 럭셔리긴 럭셔리인데... 왜 꼭 다 검은색 이어야 해?


그중 첫 째가 검은색 사랑입니다.

검은색 주방과 검은색 스틸/유리 문... 헤링본 마루바닥도 인기입니다. 출처: Kembra, Dutch Kitchen Design, etc

듣기로는 Kembra라는 맞춤가구 전문회사가 처음으로 검은색 주방을 시작했다는데요... 흔히 보이는 게 이런 중후하지만 미니멀한 느낌의 검은색 사용입니다. 주방뿐 아니라, 장식대, 책장, 문틀에도 검은색을 많이 쓰더라고요. 저도 검은색을 좋아하는 편이라, 화장실 개조를 하면서 화장실 천장을 검은색으로 칠한 적이 있었는데요. 아늑한 느낌이 좋더라고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전체적으로 어두운 인테리어는 답답하게 느껴지고, 호텔 바가 연상되어요.

그런 느낌을 연출한 비디오가 있어서 또 공유해봅니다. 암스테르담의 럭셔리 아파트 랜선 소개네요.

주방 이미지 캡처 출처: https://youtu.be/PuAN2bPe9xo

저 검은색 바 아래 보이는 대리석 느낌의 연출도 참 많이 보입니다. 진짜 대리석보다도 덱톤(Dekton)이라는 관리가 쉽고 튼튼한 대체품이 더 보편화된 것 같아요. 그렇다고 저렴하지는 않습니다. 찾아보니 Dekton 브랜드는 이탈리아계 호주 회사 코젠티노 (Cosention)에서 만드네요. 우리나라에서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집니다. 그리고 이렇게 검은 캔버스에 흰 악센트를 보아하니 은근히 떠오르는 게, 네덜란드 17세기 초상화들이었어요...

왼쪽은 프란스 할스, 오른쪽은 램브란트의 그림입니다.

흰색 레이스에 온통 검은색 옷을 입은 부유한 상인들... 그러고 보니 어마어마한 부자들이었던 그들은 왜 검은색 옷을 입은 걸 까요? 네덜란드 검은 인테리어 사랑도 이때 감성이랑 연관이 있는 걸까요?

찾아보니, 이런 썰이 있네요...


1) 검소함을 중시한 신교/칼뱅주의의 영향: 옷은 가장 좋은 섬유로 만들어지고 귀하고 값비싼 레이스를 달지만, 검은색으로 다른 유럽지역에서 보이던 바로크식 화려함을 가렸다~ (Rembrandt, capitalism and great art: the Dutch golden age comes to Sydney (theconversation.com, Dutch Golden Age painting - Wikipedia)

2) 검은색이 17세기 당시 가장 비싼 염료: 초상화에 검은색 옷을 입었다는 건, 가장 좋은 옷을 걸쳤다는 것! 검은색이 최고였다~ (17th Century Dutch Dress – Sophie Ploeg)


사실 21세기 요새도 비가 자주 오는 날씨에 검은색 옷(밖에?)을 많이 입는 만큼, 그만큼 친근하고도 익숙한 색이 아닌가 싶네요. 뉴요커들은 검은색 옷을 실용적이기 때문에 입는다는데... 어쩌면 손자국, 음식 자국 잘 안 보이는 검은색을 실용성 때문에 찾는 건 또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어쨌든, 결과물은 검은색만이 주는 아늑함과 럭셔리함인 것 같아요. (하지만 저희 주방은 검은색으로 하지 않았습니다. ㅎㅎ)


2. 노래방, PC방 말고, 주방, 복도 방, 거실 방, 응접실 방, 내 방, 네 방...


앞서 검은색 스틸/유리문에 대해 적었는데요. 우리나라의 중문 개념이 밖과 안을 구분 짓는다면, 이곳의 '문'들은 각 공간을 구분 짓습니다. 문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우리나라의 옛 방 구조가 이불 펼치면 침실이고, 밥상 들여놓으면 식사 공간이고, 책상 놓으면 공부방이고, 이런 열린 개념이라 그런지, 모든 구실과 역할이 미리 나뉘어 공간화된 네덜란드 스타일의 집이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딱히 사진을 찾기가 어려운데, 특히 대문을 건너 복도에 (corridor) 왔을 때 느낌이 어느 문을 열어야 하나 싶은 겁니다. 한 문을 열면 기계실, 한 문을 열면 화장실, 한 문을 열면 위층으로 가는 계단, 한 문을 열면 거실.. 뭐 그렇습니다. 그렇게 문을 달아서 화장실 냄새가 퍼지지 않게 화장실 이용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게 한다거나, 먼지가 안 들어오게 한다거나, 뭐 그런 이유를 들었습니다만.. 전 너무 정신 사나운 것 있죠...

어느 문을 열면 천국인가... 출처: safehinge.com, pinterest

그리고 갓난아기도 자기 방을 갖습니다. 엄마 아빠와 같이 자지 않아요... 아이들마다 각방을 주고, 독립적인 마음을 기르게 하나 봅니다. 그러고 보니 국립박물관 (Rijksmuseum)에서 본 인형의 집이 생각납니다... 네덜란드의 부유한 가옥을 미니어처로 만든 장식물인데요. 방방방 다 용도별로 나누어지고 문과 문을 통해 들어가는 것이... 역시 선조들의 생활방식은 현대인들 피에 그대로 전해오나 봐요~

출처: b5806b347859f79e7ab64a720772ab4d.jpg (1200×1045) (pinimg.com)

네덜란드의 문에 대한 또 한 가지 발견은 대문입니다. 암스테르담에서는 못 봤고, 교외로 나오면서 종종 보는 옛날식 문인데요, 대문이 반만 열릴 수 있어요. 밖에 사람이 왔는데, 문을 다 열어주고 싶지 않으면, 위쪽 문만 열어서 간단하게 잡담을 한다고 합니다. 코로나도 훨씬 전부터... 이 사람들은 거리두기를 실천해왔나 봐요.  

손님에 대한 자세 - 용건이 뭔가요? 출처: homedesignnow.com

3. 할 수 있는 모든 건 다 붙박이로...


제가 봐온 대부분의 네덜란드는 깔끔한 편입니다 (암스테르담 시내는 관광객이 많아 예외입니다). 집도, 쓰레기도 잘 정돈하고 청소하는 편이고요. 그리고 기술력이 좋은 나라에 또 그 비슷한 나라인 독일 옆에 있다 보니 여러 가지 연장들과 기계들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집 공사하면서 나오는 먼지들이 많은데, Karcher라는 독일 브랜드에서 나온 진공청소기 덕 많이 보고 있습니다. 그러니 뭔가 불편하다, 깔끔하지 않다 싶으면 여러 가지 효율성을 많이 도모하는 것 같습니다. '대충 그냥 놔~' 뭐 이런 '대충'의 마음가짐은 보기도 어려운 것 같고요. 그래서인지 모든 게 매립형, 붙박이형이 많나 봅니다.


- 붙박이 식기세척기, 오븐, 전자레인지, 인덕션, 냉장고와 냉동실: 위에 보이는 주방들 모두 다 이런 주방기기를 안고 있습니다.

- 붙박이 옷장: 맞춤으로 제작해 원래 벽에 있는 것처럼 만듭니다. 저희는 맞춤 업체를 못 찾아서, IKEA PAX DIY 하고 있습니다. ㅠㅠ

- 매립형 샤워 & 수도꼭지 매립형이 더 깔끔해 보이고 석회도 덜 낍니다.

- 매립형 조명 전반적인 조명은 매립형으로 하고 장식용 조명은 다는 조명 (hanging lamp)를 씁니다.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게 바로 매립형 전기주전자 & 탄산수 제조기입니다. 쿠커 (Quooker)라는 회사가 독점하다시피 하는데요. 가정집뿐 아니라 회사에서도 많이들 씁니다. 수도에 보일러와 가스탱크를 달아서, 수도꼭지의 손잡이만 돌리면 뜨거운 물이 바로 나오거나, 탄산수를 먹을 수 있는 구조예요.

물을 끓이지 않아도 되고, 바로바로 나오고 하니, 국수 삶을 때, 커피 내릴 때, 차 마실 때 정말 요긴합니다.

출처: 쿠커 웹사이트

말 되는 네덜란드 인테리어 특색 아닌가요? 어떻게 하느냐는 자기 마음이지만, 작은 나라라 그런지, 다른 사람이 하는 게 좋아보이고 유행도 타고, 외국에서 들어온 게 더 좋아보이고...뭐 그런 건 다 똑같은 것 같습니다.

이곳도 어디나처럼, 트렌드가 온 가정을 다 휩싸버립니다. 요새는 모두가 다 헤링본 마루에 검은색 주방, 검은색 장식장을 넣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예요. 뭐 문이야 원래 많았고, 실용적인 것에 가치를 더 주는 거야 국민성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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