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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앨 Jun 01. 2023

인테리어를 살려주는 정원

네덜란드에서 만든 일본식 정원

오랜만에 집 이야기입니다. 네덜란드의 신주택 열쇠를 받은 지 이제 1년이 되어가네요. 콘크리트 구조물에서 집이 되기까지 한참의 고난과 역경 (…) 끝에 드디어 이제 ‘우리 집’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아직 아쉬운 점도 많아요. 예를 들어 길고 좁은 레이아웃은 현관을 너무 작게 해서 비좁은 느낌이에요. 그리고 못한 것도 많죠. 거실에 넣고자 했던 주문제작 수납장과 선반은 견적이 너무 비싸서 일단 보류 중이고요. 소파 위에 걸고 싶은 커다란 사진이나 그림은 마땅한 작품을 찾을 때까지 그냥 흰 벽이 대신합니다.


그 간 삶의 중심이 태어난 지 4개월이 되어가는 아기로 옮겨졌지만 저희 부부는 계속 집을 어떻게 보완할지 아이디어 구상 중입니다. 태어난 아기와 가족이 더 오붓하고 편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다른 것도 아니고 ‘우리 집’이니까요… 그중에서도 요새 식물들이 쑥쑥 자라는 때인 만큼 정원에 대해 많이 얘기를 하고는 합니다


정원 디자인의 출발은 집에서 정원의 역할이 무엇인지 아는 데서 시작


보통 가정의 네덜란드의 정원은 심플한 편입니다. 잔디와 일광욕 할 수 있는 의자는 필수품 같이 느껴지고요. 보통 정원에 테이블을 두어 해가 좋은 날, 앉아서 쉬거나 잡담을 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사는 사람마다 옵션이 다르죠. 꽃이 많은 정원, 나무가 많은 정원, 바비큐가 있는 정원,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기구가 있는 정원 등이요. 아름다운 게 중요한 저희 부부는 정원을 디자인할 때 일본식 정원, 바깥의 뷰가 안으로 들어오는 조경용 정원을 생각했는데요. 관련한 책도 읽어보고 자료도 찾아보니, 관리도 쉬울 것 같았어요. 돌을 많이 두면 되니까… ㅎㅎㅎ

그런데 애가 태어나고 나니, 지금 정원도 좋은데 미래에는 다른 집들처럼 트램펄린도 필요할 것 같고, 그네나 미끄럼틀도 두면 좋겠고, 축구나 농구 골대도 있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생각이 바뀌네요… 그래서인지, 신주택 동네의 거의 모든 집들이 정원이 다 그런 식이에요. 대부분 4살-10살 아이들이 있는 가족들이라 그런지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 그냥 깐 잔디, 트램펄린, 가족들이 밖에 앉아 식사를 할 수 있는 야외식사공간외에는 나무도 한 그루 안 심대요. 이거야말로 저예산, 관리할 필요가 거의 없는, 멋없지만 실용적인 정원이지요.

처음 집 열쇠를 받은 때. 잡초만 무성한 모습

나무 종류와 가격도 아는 것이 힘


네덜란드에서 동양식 정원을 만드는 전문가가 드물어요. 인터넷 수색에 가까운 검색 끝에 남편이 찾은 사람은 여러 가지로 해박하고, 디자인 센스가 있지만, 절대 싫다는 대나무 종류를 그대로 심고, 자주색이 아니라 꼭 빨간색 이어야 한다는 단풍나무도 자주색으로 가져와 심었어요. 그래도 알아야 따진다고, 대나무는 두꺼워질 거고, 단풍도 해마다 색이 바뀐다고 하니, 이건 눈 뜨고 코베이기인지, 뭔지, 뭘 모르니 더 이야기를 할 수도 없더군요. 그래도 이 나라 풍토에 맞는 나무 종류여야 잘 자라겠지하고 그냥 두기로 했습니다.

본격적인 정원 공사 시작과 함께 옆집 고양이랑 안면을 텄어요

정원은 나만의 힐링숲이자, 산책로


코로나 락다운 시절, 애견산책하듯이 우리 몸을 끌고 공원에서 하루 세 번 산책을 하던 만큼, 저희는 녹지가 중요하더라고요. 저는 평생을 아파트에서만 살아서, 정원은 손도 많이 가서 관리가 불편한다고만 생각했었거든요. 하지만 막상 집이 생기고 정원이라는 공간을 마주하니, 내가 언제든 조용히 쉬고 힐링할 수 있는 곳이 정원이구나, 생각이 드네요. 조약돌의 배치를 옮기는 사소한 일도 하고 나니 뿌듯해지더랍니다. 그렇게 우리 손으로 하나하나 더 예뻐지는 정원이 정도 가고요.

공사 후 완성된 정원. 처음부터 다 자란 풀을 안 심데요… 인내의 시간이 보통 2년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변화하는 게 정원


정원 공사가 끝나고 계절이 바뀌어 이제 꽃이 피었습니다. 무슨 색 꽃인지도 알 수 없었는데 말이죠. 꽃이 피고 빈 곳이 숭숭했던 이끼가 채워지는 것을 보니, 정원은 살아있는 인테리어 같아요. 요새는 아침 먹을 때마다 대나무를 보며 남편이 감탄합니다. 새로운 대순이 기존의 대순보다 훨씬 더 높게 빠르게 갑자기 (그야말로 우후죽순) 자라고 있거든요. 아름다운 꽃을 보고 아기가 잘 때 한가로이 정원에서 커피를 마시면 참 좋더랍니다 ㅎㅎ 하지만 그런 때는 드물더라고요… 이 정원은 초여름인 지금이 가장 예쁘구나 싶습니다. 가을로 지나가면서 꽃이 지고 나무의 잎색이 더 짙게 바뀌거나 단풍이 더 물들기도 하고요. 겨울이면 소나무에 눈이 쌓여 소복이 앉은 모습이 예쁩니다. 날씨가 좋지 않아도 집 안에서 자연을 가까이 할 수 있는게 조경에 중심을 둔 정원의 장점 같네요.


시간이 쪼개냐야 하는 정원관리의 현실


꽃이 예뻤던 것도 몇 주, 할 일이 엄청 많아졌습니다. 이미 진 꽃을 하나하나 떼어내고 새순이 돕게 해야 하고, 잡초는 계속 뽑아줘야 하고, 나무들 가지치기와 잔디 깎는 것도 해야 하고 말이죠. 자갈이 많은 일본식 정원도 똑같더랍니닼 아무래도 남편이 전담하게 되는데요. 한국에서 가져온 목장갑이 아주 좋다고 합니다. 그래도 손톱 아래 들어가는 흙은 어쩔 수 없어 흙 터는 브러시도 장만했어요. 하나 둘 씩 늘어나 창고를 다 채우는 정원 용품들…

옆집 고양이 외에도 가끔 동네의 새나 오리들이 놀러 오는데요. 동물이 다닌다는 게 반가우면서도 응아라도 하면 어쩌나 싶은 게 현실입니다.

남편의 노동의 흔적… 목장갑 말리기
초여름 싱그러운 정원

점점 빠져가는 취미의 깊이


그리고 저희도 정원용 바비큐 그릴을 장만했습니다. 로망 같은 거랄까요~ 많은 이들이 여름이면 정원에서 주말에 한가롭게 고기 구워 먹는 게 일상이니 어쩐지 어느 나라를 가나 취미가 비슷하기도 하네요. 이곳은 정원이 있는 집들에 많이 사니까, 그만큼 관련 제품도 많아요. 지난 일요일에는 새로 장만한 가든센터에서 바비큐 용품도 사고 집안에 둘 화분도 좀 사두었습니다.

오른쪽 아래는 “곤충호텔”인데요, 무려 700유로나 하네요.

안에서 즐기는 바깥의 아름다움


그렇게 추억이 깃들어 가는 우리만의 정원… 어떤 액자보다도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인테리어의 마감이 아닌가 싶습니다.

비포 사진. 지금의 정원과 식탁이 있는 자리입니다.
발 뻗고 정원보며 육아 휴식.



모든 사진의 권리는 제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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