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나앨 Nov 19. 2022

미니멀 인테리어 팁 - 주방편

네덜란드에서 내 집 가꾸기

벌써 텅텅 빈 콘크리트 구조물(=2년 반 동안 기다린 우리 집)의 열쇠를 받은 지 6개월 차입니다. 6주간의 고국생활을 마치고 10월 중순에 돌아왔어요. 다행히도 날씨가 매일 비가 오는 이곳 특유의 침울한 겨울날이 아니네요. 하지만 아직 집을 집답게 만드는 공사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생각보다 공사먼지가 덜 날리지만 어수선해서 어서 끝났으면 좋겠네요.

큰 건으로는 옥탑에 제2의 화장실을 만들고 있습니다. 공사가 끝날 때까지 이곳에 설치해야 하는 세탁기 건조기가 연결되지 않아서 주말마다 코인 세탁소를 가는데요. 쪼끄만한 마을에 살다 보니, 차로 왕복 30분을 가야 합니다. ㅠㅠ 어서 끝났으면 좋겠지만, 네덜란드의 건설업자는 느긋한 것으로 유명하죠. 마음을 비워야 합니다... 뭐 언젠가는 되겠지... 12월에는 끝나겠지, 하는 마음입니다.

 

콘크리트에서 천천히 세탁공간, 샤워공간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생해서 아름답게 만든 일본식/한국식 정원은 지나가는 이웃들마다 - 노인부터 어린 학생까지 - 감탄을 해주고 가는데요. 그와는 반대로 구청에서는 우리가 만든 울타리가 규정 위반이라며 따지러 왔더랍니다. 그래서 또 돈을 더 내고 고쳐야 하지 않겠어요. 11월 말이면 나무 헤지(Hedge)를 쳐서 사생활 보호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아주 훤히 다 보이거든요. 사생활 보호와 아늑함의 정수인 커튼은요. 저희가 한국에 있는 동안 완성하려고 시부모님께 업체가 올 때 좀 봐달라고 했거든요. 하지만 커튼 회사의 세 번의 실수를 마치고 엊그제야 (5개월 만에) 달렸습니다. 왜 주문한 대로 커튼을 달아주는 게 그렇게 힘들까요? 이 정도면, 네덜란드에서 집을 완성하는 과정은 도를 닦는 기행입니다. 한국도 그런가요?

어두워지는 밤을 위해 바깥조명을 달았습니다~

그런 과정에서도 마음의 평화를 얻게 하는 건, 자리를 잡아가는 일상이 아닐까 싶네요. 암스테르담의 생활을 잊게 하는 나든의 일상. 그냥, 소소하고, 조용하고, 편안한 데는 우리의 집이 주는 안정감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리 할 일이 남았어도, 해온 일이 더 많아서 뿌듯하죠. 이제 더 집이 우리가 상상해오던 모습에 가까워져 왔고요.


그런 김에 완성된 부분을 돌아보며 소소한 인테리어 팁을 적어볼까 합니다. 평상시에 예쁜 인테리어와 가구에 관심은 많았어도 실제로 조명부터 수도관 위치까지 직접 해본 적은 저희 둘 다 이번이 처음인데요. 전문가의 자문은 주방 및 식탁의 위치와 조명 컨설팅을 받을 때 유용했어요. 그 외에는 유튜브나 기타 웹사이트에서 그때그때 팁을 찾거나 영감을 주는 사진을 검색해 차용했습니다. 이 정도면 거의 DIY입니다.


우선 만족스러운 인테리어의 첫걸음은 자기가 뭘 원하는지 정확히, 자세히 아는 것입니다. 그래야 집이 전반적으로 통일성이 있고, 조화롭지요. 무궁무진한 선택의 바다에서 흔들리지 않으려면 기준이 있어야 해요. 저희는 미니멀, 심플, 내추럴, 나무, 베이지, 깨끗... 이런 키워드로 저희 기준을 잡았습니다.


그게 가장 잘 나타난 것이 주방하고 거실인 것 같아요~

우리가 생각한 꿈의 주방. 나무 색은 밝거나 더 클래식하게, 둘 다 괜찮았어요. 그런데 해가 아주 잘 드는 남쪽 나라의 집이 아니면 이렇게 따뜻한 느낌이 들지 않을거라고 하더군요

오늘은 주방 인테리어 팁 먼저 풀어봅니다.

-레이아웃에 대한 고민: 주방은 '수납공간 많이, 아일랜드 크게'가 우선 중요했어요. 그런데 집의 전체적인 구조가 긴 편이고, 건설사에서 한 공간의 분할이 저희가 원하는 주방의 크기와 맞지 않아서 원래 제공된 주방과 거실의 위치를 바꾸었습니다. 그래서 주방이 요리하는 공간이자, 식사 공간, 커피 마시는 공간, 정원을 감상하는 공간으로 되었습니다.

고민한 결과 이런 구조로 결정했습니다.

- 기다란 공간 활용하기: 집의 특색인 길이를 아예 강조하는 디자인으로 갔습니다. 낮고 길게 넣은 수납장으로 공간이 더 깔끔하게 (답답하지 않게) 보이게 했어요. 그리고 긴 선반을 두어 길이를 또 강조했어요.


- 개성: 선반은 자칫 너무 미니멀할 수 있는 부엌에 저희의 기념품이나 액자를 두어 개성을 더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주방 회사에서 만들어준 3D 이미지

- 수평선과 수직선: 싱크대와 수납장, 아일랜드로 수평선이 만들어지면, 거기에 조화를 이룰 수 있게 냉장고와 같은 재질의 나무를 냉장고 위에 붙여 길이감을 더했습니다. 주방과 다른 공간을 분리하는 곳은 원래 문이 있을 계획이었지만, 주방의 나무와 같은 재질의 칸막이를 사용해 수직구조를 더하고, 공간을 답답하지 않게 분리했습니다.

한국에서는 규격화되어 알루미늄소재에 나무무늬를 프린트해서 많이 나오는 것 같더라구요. 그런게 없어서 힘들게 주문제작한 칸막이입니다~

- 다양한 조명: 요리하거나 음식을 먹기 위한 조명, 무드를 위한 조명, 악센트 조명을 많이 고민해서 그만큼 많이 단 것 같습니다. 잘한 것 같아요. 식탁 위의 조명 (제가 20대 때부터 가지고 싶었던 PH5를 달았습니다. 요새는 한국에서 화이트 인테리어 모두 이 조명을 하시는 것 같아요! 사실 빛이 굉장히 은은해서 디자인은 예쁘지만 먹기에는 불편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커피코너 위의 조명을 위해 천장을 낮추는 대신 나무판을 달고 그 뒤에 조명을 달아 간접조명 효과를 주었습니다. 전형적인 '그리드 (grid)' 형태가 아니라 대칭에 살짝 비켜가면서도, 조명을 3개씩 모아 조화롭게 만들었습니다.  

커피코너 위쪽 조명과 냉장고, 아일랜드 조명

- 편리성: 아일랜드와 싱크대 모두 콘센트를 넉넉하게 달아 요리가 편리하게 했고요. 쿠커 (Qooker)를 달아 끓은 물이 바로 나오는 구조입니다. 싱크대 아래 숨겨진 쓰레기통, 넉넉한 수납공간도 정말 편해요. 싱크대는 스테인리스 스틸을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베이지 색으로 맞추었습니다 (Blanco). 스텐이 물자국이 많이 남고 때가 많이 끼더라구요. 비주얼면 & 관리면에서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 동선: 싱크대와 조리대가 (물과 불?) 뒤를 보고 있으면 가정에 불화가 와서 안 된다는 중국 풍수 비디오를 많이 봤는데요. 제가 해석하기에는 만약 두 사람이 그렇게 일하면 부딪힐 일이 많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도 신경 쓰여서 최대한 바로 뒤를 보지 않고 빗겨 보게 조정했어요 ㅎㅎ 동선 편하게 잘 쓰고 있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자 어쩔 수 없는 점은 커피머신이 싱크대에서 좀 멀리 있어서 물을 비우거나 채울 때 몇 걸음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아직 주방이 다 들어오는 멋진 사진이 없네요 ㅠ 대신에 설치사진입니다 ㅎㅎ 독일의 에켈호프 (Ekelhoff)라는 회사에서 주문제작 & 설치했는데요. 견적 포함 모두 만족입니다.

- 내추럴 + 내구성 좋은 재질: 저희는 나무와 돌을 주로 사용하는 인테리어를 비교적 저렴한 예산에 하고 싶었기 때문에, 전체 원목 주방은 안 했고요, MDF 합판에 브니어(Veneer)를 붙인 '겉에만 나무' 주방을 독일에서 주문 제작했습니다. 진짜 돌은 주방이나 아일랜드로 쓰기에 너무 약해, 내구성이 강한 Dekton (덱톤) 타일을 썼어요. 돌의 무늬가 프린트된 '겉에만 돌'입니다. 아일랜드에 들어가는 의자 (Bar stool)들도 같은 재질의 나무로 (natural oak) 통일하니 마치 맞춘 것처럼 잘 어울립니다.


- 손잡이나 불필요한 기구들 없애기: 식기세척기, 냉장고, 냉동실, 스팀오븐, 콤비오븐은 모두 원터치 방식이라 나무에 손을 대지 않고 팔꿈치로만 살짝 밀어도 열리고 닫히는 구조라 관리가 좀 더 편합니다. 손잡이가 없어서 보기 더 깔끔해 좋아요. 인덕션도 만족스럽게 잘 쓰고 있습니다. 보라 (Bora)의 인덕션인데요, 정말 신기술이 따로 없습니다. 인덕션에 내장된 흡수구를 통해 연기랑 냄새 석션이 아주 잘 되어요. 따로 천정에 뭘 달 필요가 없습니다.

똑~ 하고 눌러주면 열립니다. 나무에 오물이 묻지 않게 무지 신경쓰고 삽니다 ㅎ 벌써 한 번 검정콩물이 흐르는 사고가 나서 누가 요리나 뒷청소를 도와주겠다고 하면 겁이 나요 ㅠ
보라 인덕션 광고사진인데요, 진짜 이렇게 연기가 빨려가는게 보입니다~

아직 식탁, 의자는 오지 않았고요... 그래서 삼시세끼 모두 아일랜드에서 먹고 있습니다. 식탁 옆에 짜 넣고 싶은 벽난로와 선반/책장도 장기 계획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그래도 우리가 상상만 했던 주방이 실제가 되니까, 보람이 있네요. 종잇장에 불과하던 계획이 이제는 우리가 일상을 만들어가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집을 만들고 가꾸는 과정이 힘겨워도, 보금자리를 꾸미는 보람이 더 크죠!

다음 번에는 거실 인테리어 팁과 함께 화장실 공사 끝난 이야기도 적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



이전 06화 네덜란드의 전원주택 시공부터 인테리어까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