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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앨 Feb 06. 2023

네덜란드의 전원주택 시공부터 인테리어까지

이제는 우리집!

남편이 원하는 대로 암스테르담의 복잡함은 뒤로 하고 우리만의 정원이 있는 집으로 이사하기로 정한 지 3년도 전이네요. 그리고 운이 좋게도, 나든의 신주택 단지를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년이 넘는 건축기간을 지나 열쇠를 받은  작년 6월이에요. 지난 3년 간 정신없이 달려온 네덜란드 신주택 경험기... 드디어 집 다운 집에서 편하게 살고 있자니, 참 열심히 산 보람이 있습니다 ㅎㅎ


그동안의 쌓인 글입니다


이 시리즈를 읽어보신 분이라면, 아마 집이라고 받은 아무것도 없는 콘크리트 건축물을 기억하실 것 같은데요... 6월부터 10월까지 정말 힘들게 집다운 집을 갖추느라 거의 번아웃이 왔었죠. 정원 땅 다지는 것부터, 화장실 및 주방 배관까지, 정말 기초라고도 할 수 있는 것부터 커피머신은 어디 둘지 사소한 것까지 (특히) 남편과 제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네요.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집 상태 ㅎㅎ

그리고 이렇게 돌아보며 여유롭게 글을 쓸  수 있다니, 정말 감사한 마음입니다. 가까스로 부킹 한 타일러가 코로나에 걸리는 바람에 12월 크리스마스 전에 겨우 끝난 옥탑 화장실 설치, 이제  쉬겠다 싶으면  일어나는 문제 같은  역시 전원주택 다웠어요. 그 와중에 나든 구청(?)에 컴플레인한 것도 3건이나 있었습니다.

 무에서 유가 창조되는 과정... 건축의 과정은 참 신기합니다...
정말 파이프와 콘크리트 말고 없었던 기계실에 세탁실, 샤워실, 화장실이 생겼습니다..

실은 아직도     남았습니다. 거실에 진열대와 벽난로를 넣는 , 옥탑에 수납공간을 늘리는 , 창고를 개조하는 ...  간단한 일은 아니죠. 역시  공간을 만드는 것은 마라톤인가 봅니다. 그래도 이제는 여유가 생겨서, ‘   안에 하면 되지’, 이런 기분이에요. 집을 짓는 것 역시 아무리 힘들었어도, 돌아보면 추억이고, 아무리 피곤해도 문제는  해결될 이라고 배우게 된 것 같네요. 전원주택을 사고 지으면서 느낀 제 경험을 요약해 봅니다. 네덜란드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 같아서요.


1. 장기적 관점으로 집 고르기 - 친환경/에너지 절약에 도움이 되는 집을 구하는 게 투자면에서도, 미래를 준비하는 면에서도 좋다고 봅니다. 이렇게 가스비/전기세가 불안정한 시기는 앞으로도 더 자주 올 수 있을 것 같고요. 환경을 위해서도 에너지 절약에 도움이 되는 방법으로 지은 집, 연료비가 줄 수 있게 효율이 좋은 자재를 쓴 집, 태양광이나 지열을 이용하거나 할 수 있는 곳에 자재를 재활용한 집이라면 더 좋겠죠. (네덜란드는 머지않은 미래에 집들에 들어가는 가스를 차단한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습니다.) 처음에 걱정한 박쥐는 없던 일이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일 쿼터가 정해져 있는 따듯한 물 보일러도 한 번도 문제라도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친환경 주택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  

 

2. 바로바로 컴플레인하기 - 건설사나 구청이 느리고 비효율적이라고 느껴지지만, 그래도 기다리다 보면 응대를 해주더군요. '원래 이런 건가,  특별히 불편하지는 않으니까' 이렇게 생각하지 말고,  치라도 마음에  들면 바로 이야기해 보세요. 이야기한다고 손해 가는 것도 없습니다. 저희    (개울가 같은 콘셉트이에요) 녹조가 끼었는데, 여름에 더워서 그런가 보다 하고 기다린  해가 바뀐 2월까지 그대로더군요. 다른 집들은 괜찮았고요. 직접 망을 사서 걷어낼까 하다가 남편이 구청에 컴플레인하고,    컴플레인하니까 (자주, 많이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2 후에 와서 수로를 막고 있던 흙과 돌덩이를 청소했습니다.  후로는 녹색이끼가 사라졌어요!

이 백조들이 녹조를 다 먹어주었으면 하는 소망 (?) 은 당연히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ㅎㅎ

3. 프로젝트 매니저 구하기 - 네덜란드에서 집을 짓거나 인테리어를 하는 게 더 힘든 이유가, 업자를 하나하나 다 따로 구해야 해서인데요. 예를 들어 화장실 공사를 할 때 하물며 타일 시공하는 사람과 실리콘으로 물 안 새게 막는 사람이 따로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알아서 구해주고 일정을 조율해 줄 믿을 만한 매니저가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돈이 아깝지 않을 것 같아요.  


4. 로봇 청소기 - 신세계입니다. 1층에 하나, 2층에 하나  정도로 정말 요긴해요. 저희가 쓰는 제품은 로보락 진공청소+물청소 제품입니다. 전원주택 관리가 힘든 이유  하나가 청소인데요, 그나마 바닥청소는  친구들(?) 해주고 있어서  시름  합니다.

6개월 기다림을 거쳐 도착한 의자까지 넣어 이제 예뻐진 식사공간입니다~

5. 스마트홈 - 조명을 핸드폰으로 관리하거나 조명의 밝기를 조절할 수 있는 게 이렇게 편하고 좋을지 몰랐습니다. 특히 밝기를 조정하는 디밍 (dimming) 기능은 설치비가 비싸 많이 고민한 후 아기방에는 넣지 않았는데요, 가장 중요한 게 아기방이 아니었나 싶네요. ㅎㅎ 조명의 밝기를 시간과 기분에 맞추니 불이 너무 강하지 않고 은은해 좋아요. 그리고 알람시스템 같은 것을 핸드폰으로 조정할 수 있는 스마트 기능도 편리합니다.

샤브샤브 먹는 날 ~ 어둑어둑한 조명이 오히려 깊은 겨울날에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아쉬운 점은 네덜란드 집 특성상 층별로 사는 공간을 나누어 오르락내리락해야 한다는 점 (한 층에 다 있는 게 좋아요), 옆집 피아노 소리가 들린다는 점, 집 안의 직사각형 구조 (길지만 좁아서 공간 활용에 제한이 있어요) 등 바꿀 수 없는 부분이 많았어요. 그래도 몸만 쏙 들어가서 살던 편한 암스테르담 아파트 월세살이가 그립지 않은 이유는,  고생을 하면서 우리 집으로, 우리가 만든 공간이기 때문이겠죠... 공원을 가지 않아도 정원이 있고, 위층 아래층을 나눠 써야 하는 이웃들이 없으니 마음의 여유도 생긴 것 같습니다. 손이 가기는 아파트보다 더 많이 가지만 그래도 떠돌이로 가구 하나 없이 살 던 시절에 비해 더 안정감이 생긴 것 같아요. 


집을 지으면서 가장 설렜던 부분인 인테리어! 평상시에 인테리어나 가구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평생 못 사볼 것 같았던 가구나 조명을 사면서, 계속 '이렇게 많이 사둬도 될까... 언젠가 또 이사 갈 텐데...' 이런 생각도 들고, 마음에 쏙 들게 구입한 빈티지 가구를 헐 값에 모두 처분한 기억이 갑자기 생생해져 꿈까지 꿨었어요. 여태껏 가구없이 짐가방만 메고 살아서 좋았던 점은 이번에 모든 걸 다 통일성 있게 한 번에 넣을 수 있었다는 거죠. 블랙 인테리어를 많이 하는 네덜란드 이웃들과는 다르게 나무 느낌이 많으니 더 우리만의 공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인테리어는 취향대로  예산에 맞게 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 그래서 아직도 희멀건 이케아 제품이 더 많고, 대충 끼워 넣은 소품이 많아 욕심이 나지만요. ㅎㅎ 우리가  공간이니까 우리가 편하고, 보기 좋으면 최고죠. 제게는  정말 마음이 편해지고, 또 뿌듯해지는 결과지만, 원목은 아니어도 합판나무를 많이 쓰다 보니 편리성 면에서는 80점입니다. 주방 아일랜드 뒤쪽이나 화장실 수납장에 얼룩이나 오염이 지지 않게 엄청 관리하며 살고 있어요. 벌써 의자 손잡이 하나는 제가 물 잔을 올려두는 바람에 기름칠에 샌딩까지 하는 수난을 겪었습니다. 제가 특별히 더 뿌듯해하는 인테리어 결과도 같이 기록에 남깁니다.


1. 동양식 정원 - 첫 번째가 딱히 인테리어가 아니네요 ㅎㅎ 그래도 이런 정원을 식탁에서 바라볼 수 있으니, 밖이 안으로 들어오는 경관 인테리어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파트와 가장 다른 점이기도 하구요!

아 여름이 그립습니다...

2. 나무와 돌을 쓰는 미니멀 인테리어로 통일하기 - 조용하고 차분한 느낌이 좋습니다. 베이지, 내추럴 오크, 따듯한 화이트 톤에 악센트 색은 초록입니다. 어쩌다 보니 가짜 식물을 많이 두게 되었어요. 요새 가짜 식물이 너무 잘 나와서 그런가 봐요. 주방 아일랜드 관리하기도 힘든데 식물에 물 주는 귀찮음은 좀 줄여봤습니다. ㅎㅎ 그리고 가능하면 통일성을 추구했습니다. 가장 많은 면적을 차지하는 주방/아일랜드의  (내추럴 오크 & 베이지 트래벌틴) 정한 로는 그에 어울리는 바닥재 색을 고르고, 의자 톤을 맞추며 톤온톤을 노렸고요... 페인트도 여러 가지 샘플을 사서 비교해 보며 주방색에 맞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사실 취향이 좀 확실한 편이라 가구나 조명을 고르는 것은 어렵지 않았어요. 딱 취향에 맞는 (그리고 예산에 맞는) 제품을 찾기까지가 좀 시간이 오래 걸렸죠. 온라인 검색은 기본, 발품도 많이 팔았고요. 굳이 따지자면 북유럽/재팬디 스타일입니다~

3. 숨어 (?) 쉴 공간 - 아무리 주방이나 거실에서 있는 시간이 많아도, 그 외에 그냥 조용히 앉아 멍 때리고 쉴 공간이 있으면 좋겠더군요. 침실은 자는 곳, 서재는 일하는 곳이라면 쉼의 공간도 작게나마 따로 있으면 좋더랍니다. 저희에게 그런 역할을 하는 곳은 옥탑입니다. 소파 하나 두니까 자꾸 거기만 가게 되네요.

저예산으로 좀 더 자유로운 느낌으로 꾸며본 옥탑. 소파 겸 침대라 활용도가 더욱 좋습니다...~

4. 내가 좋아하는  예쁜 코너들 - 집이 이제 거의 다 완성되었다 느끼는 이유는 이런 작은 공간들이 많아지면서 아닐까 싶어요. 어느 날  바라보았을 때 마음이 부드러워지고 꿈을 꾸게 하는 코너들... 우리 손길로 구석에 만든 아름다움들.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이런 공간이 있어서 집에 더 애착이 가나 봅니다.

이사를 만약에 또 가야 한다면, '정원에 있는 15톤의 돌과 그만큼 무거운 식탁은 어떡하지' 생각이 먼저 듭니다. 하지만 실은 그 게 우리가 이 집에 쏟아부은 시간, 애정, 노력과 고생을 상징하는 거겠죠. 이 집에서 여태처럼 좋은 일이 많이 있기를 바라며 노마딕 했던 인생에서 이제 한 번 뿌리를 내려봐야 하나, 싶습니다.

네덜란드식 초가 처마는 사시사철 아름답습니다.
겨울이 긴 네덜란드라 이렇게 빛이 들어오는 순간을 더 좋아하게 되나봐요 ㅎㅎ
둔둔하고 정 많은 옆집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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