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에 대한 세 가지 키워드 그리고 글을 쓰는 용기
프롤로그
몇 년 전 SNS에 “송미는 어떤 사람입니까?”라고 질문을 남겨두었다. 사람들이 저마다의 단어로 나를 정의했다.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다이어트, 여행, 열심이었다.
「다이어트」
나는 평생 다이어터이다. 운동 싫어하고 먹으면 먹는 대로 체중으로 보여주는 솔직한 몸을 가졌다. 그런 내가 독한 다이어트를 했다. 당시 나는 80kg에서 59kg으로 감량한 상태였다. 그래서 나를 오래 보고 만나는 사람마다 다이어트의 비결을 물어보던 시기였다. 키워드로 다이어트가 꼽히는 것은 당연했다.
두 번째 단어 「여행」
내가 하는 일이 눈뜨면 출근, 눈감으면 퇴근인 발달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일이었기 때문에, 나는 소진이 올 때면 여행을 다녀옴으로써 충전하였다. 가난했기 때문에 적은 예산의 배낭여행자였지만, 세계 곳곳을 다니며 여행의 이야기들이 차곡차곡 모여갈 때마다 SNS에 소개하였고, 그 여행지의 이야기들이 모여, 나에 대한 키워드가 되었나 보다.
그리고 남은 단어, 「열심」
열심 없이는 살아내기 어려운 삶이었다. 그리고 그 열심을 담은 노력이 나를 만들어갔다.
나는 장애인과 필연적으로 닿아 있는 사람이다. 어머니는 13살에 눈을 다치셨다, 외할아버지께서 전국의 유명한 병원에 다니며, 딸의 눈을 고치기 위해 노력하셨고 어머니는 6번이나 큰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시력은 돌아오지 않았다. 시각장애가 있는 어머니를 대신해서, 외할머니가 나를 양육하셨다. 외모는 엄마를 쏙 빼닮고, 사람 좋아하는 활달한 성격은 키워주신 외할머니를 닮았다.
청소년기에 우연히 봉사활동을 통해 장애인복지시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곳은 나의 놀이터였고, 사춘기를 맞은 나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상담소였다.
월남전에 참전하셔서 지체 장애가 있는 아버지와 지적장애가 있는 여동생을 가족으로 둔 남자를 만나, 결혼했다. 내가 속한 삶은 장애와 필연적으로 닿아 있고, 나는 그 안에서 열심과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를 살아내었다. 이 글들은 내가 살아온 열심에 관한 이야기다.
장애인복지시설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한 지 30년, 사회복지사의 경력이 20년이 되었다. 장애인복지시설을 설립하여 운영한 시간도 어느새 13년이고, 인권을 만나, 인권 강사로 전국을 다니며 강의 활동도 6년이 되었다. 이 시간은 내게 많은 이야기를 남겨주었다. 시간을 나타내는 숫자는 커져 버렸는데, 내게는 바로 엊그제 같은 이야기들이다. 지난 시간에 대한 기억과 이야기가 희미해지기 전에 글로 남기면 어떨까 생각에 겁도 없이 컴퓨터 앞에 앉았다.
나처럼 장애인의 가족으로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 나처럼 사회복지 현장에서 좌충우돌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 나처럼 장애인복지시설을 설립해서 운영해 보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한 소녀가 자라서 사회복지사가 되고 장애인복지시설을 세워나가기까지의 과정이 많은 사람이 보고 싶은 글은 아닐지라도, 누군가에는 필요한 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설립하여 운영 중인 장애인복지시설 사랑누리에 대한 기억들이 시간이란 지우개를 만나 희미해지기 전에 남겨두고 싶었다. 그때를 함께하여준 사람들의 이야기도 인터뷰 형식으로 묻고 기록으로 남겼다.
글을 쓰겠다고 생각한 나의 결심을 실천에 옮길 수 있도록 응원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인사를 꼭 남겨두고 싶다. 글을 쓰며, 때때로 자랑인듯하여 부끄러웠다. 다듬어지지 않은 글솜씨에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수려하게 담아내지 못해서 부끄러웠다. 하지만 용기 내 모두와 나누고 싶다.
맑은 날이면 빨래가 잘 마를 것 같다고 기뻐하고, 흐린 날이면 산책하기 좋겠다고 생각하고, 함박눈이 내리는 날이면, 큰 창가에 앉아 커피 한잔에 행복해할 수 있는 사람의 발달장애인과 함께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