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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jeong Apr 01. 2023

고입을 위한 삼천배

거꾸로 쓰는 육아일기

안녕하세요? xxx 어머님이시죠?

네 맞습니다.

xxx 담임입니다. 아드님 일로 면담이 필요해서 연락드렸습니다.


벚꽃 잎 하나가 바람을 타는지 바람이 벚꽃잎이랑 농구를 하는지 꽃잎 하나가 허공을 오르락내리락하다가 자동차 앞 유리에 살짝 부딪히더니 와이퍼 허리 위에 앉았다. 매혹적인 모습으로 내 시선을 빼앗겼다. 차가 옆 차선으로 아주 조금 넘어갈 때까지 바라보다 눈길을 앞으로 돌렸다.

벚꽃이 뜨거운 청춘인 그때의 봄과 어쩌면 중학교 3학년인 아들이 시기적으로 가장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스트레스 별로 없이 지금까지 잘 지내온 시간을 뒤로하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은 어쩌면 자신과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하지만, 불편할 수도 있는 길을 가야 할 것 같아서 마음이 착잡했다.


아들 담임선생님은 학부모 총회 때 인사만 했고 1:1의 만남은 처음이었다.

어머님, 아드님은요, 성격 좋고 활발하고 아이들한테 인기도 많고 특히 여학생들한테 인기가 많아요. 착하고 순하고... 칭찬이 길어지는 걸 보니 결말이 불안했다.

"우리 지역이 중학교 숫자보다 고등학교 수가 적어서 성적순으로 고교입학이 가능한데 아드님이 현재 성적으로는 지역 내 학교 입학이 약간 부족한 상태라서 저와 부모님 그리고 학생의 삼위일체가 필요한 시기입니다."라고 말했다. 삼위일체라는 단어를 여기서 듣게 될 줄은 몰랐다.


그날 저녁 우리는 아들과 대화를 통해 과외를 하기로 했다.

외국어대학교 영문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전교 수석 학생, 서울대 문리과대학 재학 중인 학생, 동네 엄마들이 추천해 준 수학 선생님 이렇게 세 명의 선생님과 공부를 시작했다.

영어와 과학을 지도한 두 명의 과외선생님 수업은 어려워서 따라가기 힘들다는 아들, 그래도 3개월 정도 지나다 보면 무엇이 부족한지 찾을 수 있을 거라며 모르는 부분은 반복 질문을 해보라고 설득했다.

2달쯤 지났을까? 두 명의 과외선생님이 자신들의 공부도 바쁘고 시간도 부족하지만, 아드님이 공부에 취미가 없어서 수업하기가 너무 힘들다며 과외를 그만두겠다고 했다.

아들도 이 소식을 듣자 수학 선생님은 이해가 쏙쏙 될 정도로 잘 가르친다며 나머지 과목은 자신이 해보겠다고 했다.


저녁을 먹고 친구와 통화를 했다. 그 친구는 절에서 지내면서 주지 스님 건강관리를 돕고 있었다.

그 절과 주지 스님에 대해 이야기하며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이 스님께 찾아와서 도움을 많이 받는다며 한번 와서 상담을 받아보라고 했다. 모태 불교를 신앙으로 가지고 있긴 하지만 부처님 오신 날 일 년에 한 번 정도 절에 가거나 산에 갔다가 절이 보이면 둘러보는 정도였던 나는 특별한 기도는 경험이  없었다.


일산 주택가에 있던 절은 규모가 엄청나게 컸고 사람도 얼마나 많던지 기도를 마치고 돌아가는 사람들에게 기도 전과 후의 달라진 점을 물어보았더니 대부분 침이 마르게 설명했다.

친구는 예약도 없이 방문한 내가 언제 스님을 만날지 모른다며 점심먹고 쉬고 있으라고 했다. 두 시간쯤 지났을까! 스님이 자신을 만나기 전에 삼천 배를 하라고 했다며 작은 책을 30권 가져다준 친구는 108배가 끝날 때마다 책을 한 권씩 옆으로 옮기라고 했다.

그날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은 아빠에게 나의 소식을 듣고는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매일 밖에서 놀던 시간인데 책상에 앉아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했다. 하룻밤을 절에서 보내고 가겠다는 통화를 하던 중 나에게 들려온 소식이었다.


오후부터 시작한 삼천 배. 삼백 배씩 나누어 절을 하는 동안 처음에는 온몸이 힘들어서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지만, 아들이 공부에 집중하는 지혜가 생기도록 마음을 모았다.

땀이 뚝뚝 떨어졌다. 친구가 수건을 주었지만, 얼굴로 흐르는 땀 정도만 닦을 수 있을 뿐 절을 멈추지 않는 한 땀도 멈추지 않았다. 땀과 덜덜 떨리는 다리로 흩어지는 생각을 아들에게 모으기를 반복하며 쌓였던 책의 좌,우측이 같은 높이가 되었다. 잠시 쉬고 있는데 친구가 저녁을 먹자고 했다. 식후에는 절 하기가 더 힘들 것 같아서 끝나고 먹겠다고 하자 절은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며 저녁 먹고 충분히 쉬고 하라고 했다.


저녁 식사 후 충분한 시간을 가졌고 다시 절을 시작했다. 식사 전보다 훨씬 속도가 느려졌고 어려운 공부를 시작한 아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도밖에 없음을 깨달았다.

삼천 배를 마치고 나자 새벽이 마당에서 뒤척이고 있었다. 마음을 하나로 모았던 완벽한 시간, 나의 고3 시절보다 더 집중했던 시간이었다. 스님을 만났던 것 같기도 하고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 후로 아들은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비록 그 지역에서 대부분 하위권성적 학생들이 입학하는 고등학교였지만 우리 가족의 목표는 달성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꽤 멀리 있는 학교로 다닐 뻔했다.



한 줄 요약: 위기가 기회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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