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을 주기 위함인가 속이기 위함인가
이목지신(移木之信)은 ‘위정자가 나무 옮기기를 통해 백성을 믿게 한다’는 뜻으로,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고사성어는 긴 스토리를 네 글자로 담아내고 있으니 스토리를 알아야 성어의 이면적 의미를 알 수 있습니다. 이 성어의 유래는 ‘상앙(商鞅 BC390~BC338)’으로부터 출발합니다.
『사기(史記)』 <상군열전(商君列傳)>에 소개된 ‘상앙(商鞅)’의 스토리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상앙은 위(衛)나라의 여러 서얼 공자 중의 하나로 성은 ‘공손’씨이며 이름은 ‘앙’입니다. 상앙은 위나라 재상 공숙좌를 섬겼는데, 공숙좌가 병이 들자 위혜왕이 병문안을 가서 ‘사직을 어떻게 운영하면 되느냐’고 공숙좌에게 묻습니다. 공숙좌는 ‘앙’에게 온 나라의 일을 맡기라고 합니다. 혜왕이 탐탁지 않게 여기는 듯하자 공숙좌는 “임금께서 앙을 등용하지 않으시려거든 반드시 죽여서 국경을 넘지 못하게 하십시오.”라고 합니다. 공숙좌는 죽었지만 위혜왕은 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상앙은 이웃 진나라 효공이 현자를 구한다는 말을 듣고 진나라로 들어갑니다.
진나라에 간 상앙은 진나라 법을 확 고쳐 새로운 법령을 만듭니다. 백성들을 5가구~10가구 정도로 편성하여 납세나 병역의 의무 등에 관해 서로 고발하게 합니다. 법을 어기는 자를 고발하지 않으면 요참형에 처하고, 어긴 자를 고발하면 적의 목을 벤 자와 같은 상을 내린다는 등의 법을 만들었습니다. 소위 상앙의 변법입니다. 이 법을 백성들이 지키지 않을 것을 걱정한 상앙은 법을 공포하기 전에 한 가지 꾀를 냅니다.
9미터 길이의 나무를 저자의 남문에 세우고 ‘이 나무를 북문으로 옮기는 자에게 10금을 주겠다’고 방을 붙입니다. 백성들이 믿지 않자 50금을 주겠다고 합니다. 어떤 한 사람이 옮기자 즉시 50금을 주고는 속이지 않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마침내 법령이 공포됩니다.
법령이 공포된 이후 태자가 법을 어기는 일이 발생합니다.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집행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태자의 스승에게 이마에 죄명을 새겨넣는 경형(黥刑)이라는 형벌을 가합니다. 10년이 지나자 진나라 사람들은 속으로는 불만이 있었지만 겉으로는 모두 법령을 따르게 되었습니다.
진나라 효공이 죽고 태자가 즉위합니다. 상앙에 대한 불만이 가득했던 태자와 신하들은 상앙을 모반으로 무고하게 됩니다. 상앙은 도망쳤지만 자신이 만든 법에 자신이 걸려 잡히게 되고 거열형에 처해지게 됩니다. ‘자기가 만든 법에 자신이 죽는다’는 ‘작법자폐(作法自斃)’ ‘위법자폐(爲法自弊)’라는 성어도 여기에서 만들어집니다.
이목지신(移木之信)은 ‘남을 속이지 않고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뜻으로 사용됩니다. 그러나 이 성어가 만들어진 유래를 보면 속임수가 전제되어 있습니다. 강력한 법을 만들어놓고 백성들이 따를 것 같지 않아서 꾀를 낸 것이 ‘나무 옮기기’입니다. 그런데 법을 만드는 목적은 지키지 않을 경우 벌을 주기 위함이지, 지킬 경우 상을 주기 위함이 아닙니다. 법(法)이라는 글자가 만들어진 과정을 보더라도 ‘法’은 ‘물[水(氵)]이 흐르듯[去]’ 자연스러움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억지로 촘촘한 그물을 만들어 사람을 낚기 위한 법은 당장의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결국 도덕을 능가할 수 없다는 것이 고금의 이치입니다.
상앙의 나무 옮기기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백성들로 하여금 법을 지키게 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일종의 속임수인 셈입니다. 나무를 옮겨 집을 짓는 데에 사용한다면 나무 옳기기의 수요는 계속 발생할 수 있고, 백성들은 나무 옮기기로 생계를 이어갈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상앙의 나무 옮기기는 단 1회 보여주기식으로 끝이 납니다.
나무 옮기기로 이익을 얻은 사람은 나무를 옮긴 사람과 나무 옮기기의 꾀를 낸 상앙입니다. 나무를 옮긴 사람은 속는 셈 치고 옮긴 것이 로또가 되어 50금을 받았습니다. 상앙은 법 제정을 통해 진나라를 단기간에 절대 강국으로 만든 공로를 인정받아 ‘상(商)’ 땅을 봉토로 받아 ‘상군(商君)’의 지위에까지 오르게 됩니다. 나머지 백성들은 얻는 것 하나 없이 강력한 법만을 지키게 되었습니다. 백성들은 영문도 모른 채 자유를 구속당하며 언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법을 어길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본다면 이목지신을 두고 신용이니 믿음이니 할 수 있겠는지요. 백성들을 속이는 것이 목적이고 그 수단으로 나무 옮기기가 있으니 이 고사성어의 진정한 의미는 ‘간사한 꾀로 백성을 속이다’ 정도로 보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그러면 이목지신(移木之信)이 아니라 이목지사(移木之詐)가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