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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문학 이야기꾼 Aug 14. 2023

매사마골(買死馬骨)

-진정한 인재를 찾아서

  매사마골(買死馬骨)은 ‘죽은 말 뼈를 산다’는 뜻으로, 인재를 얻기 위해서는 공을 들여야 한다는 말로 쓰입니다. ‘천금을 주고 말 뼈를 산다’고 해서 ‘천금매골(千金買骨)’이라고도 합니다. 이 말도 유래를 알아야 이해할 수 있는 성어입니다. 『전국책(戰國策)』의 ‘연책 소왕(燕策 昭王)’에 나오는 이 말의 유래를 들여다 보겠습니다.

  전국시대(戰國時代) 연(燕)나라 소왕(昭王)은 나라를 부강하게 할 인재를 얻기 위해 곽외(郭隗)라는 사람을 찾아가 방책을 묻습니다. 곽외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소왕에게 들려줍니다.  

   

  “옛날 어떤 임금이 천리마를 천금(千金)에 사겠다고 공포합니다. 그러나 천리마를 가진 사람들은 그 말의 진의를 잘 알지 못해 머뭇거리고 있었습니다. 이때 어떤 사람이 임금에게 천금을 받아 천리마가 있다는 곳을 찾아갑니다. 그러나 그 말은 이미 죽고 뼈만 남았습니다. 죽은 말 뼈를 오백 금을 주고 사 옵니다. 죽은 천리마의 뼈도 오백 금을 주는데 살아있는 천리마는 천금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천리마 주인들이 천리마를 끌고 왔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소왕이 고개를 끄덕이자 곽외가 이어서 말합니다. 

  “저 곽외를 먼저 중히 쓰십시오. 그러면 사람들은 ‘저 곽외 같은 별 볼 일 없는 사람도 중히 쓰는데 나 정도면 귀한 대접을 받겠지’라고 하면서 인재가 몰려들 것입니다.”     


  소왕은 곽외를 극진히 대접하며 인재로 대우했습니다. 그 소문이 퍼지자 전국의 인재들이 찾아와 연나라가 부강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에서 ‘먼저 곽외부터 시작하라’는 뜻의 ‘선시어외(先始於隗)’라는 고사성어도 만들어집니다.    

  

  삼국지의 유비는 제갈량을 얻기 위해 삼고초려(三顧草廬)를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인재를 얻기 위해 인재의 집을 세 번이나 찾아갈 만큼 정성을 들였다는 의미입니다. 세 번째 찾아갔을 때 제갈량이 집에 없었다면 네 번이고 다섯 번이고 찾아갔을 겁니다. 주(周)나라 주공(周公)은 인재를 얻기 위해서라면 밥을 먹다가도 뱉어내고 머리를 감다가도 머리카락을 움켜잡고 인재를 맞이했다고 합니다. 이것을 포토악발(哺吐握髮)이라고 하죠.    

  

  이런 노력과 정성을 들여 인재를 맞이해야 됨에도 자기보다 유능한 인재를 배척한 경우도 허다합니다. 공자(孔子)는 하늘의 명을 알았다는 지천명(知天命)의 50대에 혼란스러웠던 춘추시대를 안정시킬 비책을 가지고 자신을 인재로 받아줄 군주를 찾아다닙니다. 삼고초려까지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제 발로 13년 동안이나 주군을 찾아다녔지만 끝내 인재로 발탁되지 못한 채 백수로 고향 노나라로 돌아옵니다. 공자를 인재로 받아주지 않은 군주들은 치열한 전쟁의 상황에서 인(仁)이라는 공자의 사상보다 무(武)라는 현실적인 힘이 필요했다고 생각했을 수 있습니다. 아니면 자신보다 뛰어난 공자를 자신의 밑에 두기에 부담스러웠는지도 모릅니다.

     

   『사기열전(史記列傳)-손자오기열전(孫子吳起晏列傳)』에 ‘손빈(孫臏)과 방연(龐涓)’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전국시대에 살았던 두 사람은 귀곡 선생 문하에서 동문수학한 사이입니다. 손빈은 『손자병법(孫子兵法)』의 저자 손무(孫武)의 손자이고 방연은 서자 출신입니다. 손빈은 신분상 우월감을 드러내지 않았으나 방연은 신분상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사연으로 방연은 귀곡선생의 문하에서 파문을 당합니다. 실력이 출중했던 방연은 위(魏)나라로 가서 장군이 됩니다. 방연은 자신보다 실력이 뛰어난 손빈이 항상 마음에 걸려 제거할 생각을 합니다. 방연은 손빈을 위나라로 데려오기 위해 사람을 보냅니다. 위나라에서 같이 일하자는 명분이었지만 자신의 출세에 방해가 되는 인물을 제거하기 위함입니다. 위나라에 온 손빈은 첩자로 오인되어 심한 고문을 당합니다. 간첩에게 주어지는, 슬개골을 도려내는 빈(臏)이라는 형벌을 받고 걷지 못하는 몸이 되고 맙니다. 방연은 손빈의 머릿속에 있는 손자병법에 대한 정보만 얻게 되면 제거할 생각을 합니다. 방연의 의도를 알아차린 손빈은 우여곡절 끝에 위나라를 탈출하여 복수를 하게 됩니다.

   

  A급 리더는 A급 인재를 발탁해서 쓰지만, B급 리더는 A급 인재를 외면하고 B급이나 C급 인재를 등용해 쓴다고 합니다. 그래야 자신이 돋보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임진왜란 때 도망만 다니던 선조(宣祖)는 혁혁한 공을 세운 이순신 장군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는지 모릅니다.

  B급 인재들이 A급 권력을 가지고 A급 의식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C급 정책을 편다면 그 집단이나 구성원들은 불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나라를 운영할 인재부터 조그마한 회사를 운영할 인재까지 자신이나 자신의 편만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권한이 미치는 모든 대상을 생각하고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인재임을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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