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傾聽)은 친구를 만든다

아내의 말을 수용하면

by 인문학 이야기꾼

저는 귀가 얇아 남의 말을 잘 수용하는 편입니다. 학교에 만물상 사장님이 한 번씩 옵니다. 교무실 옆 휴게실에 만물 잡화를 잔뜩 벌려 놓고 잡화의 주인을 기다립니다. 잡화 구경도 재미 있지만 잡화의 쓰임새를 설명하는 사장님의 입담이 더 재미있어서 자주 구경을 갑니다. 사용처와 사용설명서를 듣다가 보면 이것저것 주섬주섬 사게 됩니다. 자외선이 완전히 차단된다는 등산용 마스크도 사고, 테니스용 토시도 챙깁니다. 발 냄새를 제거해 준다는 운동화 깔창도 삽니다. 좋은 제품을 들고 의기양양하게 집에 옵니다. 아내는 지난번에 구입한, 포장지도 뜯지 않은 제품을 가져옵니다. ‘당신은 귀가 얇아서리……’라는 훈계도 잊지 않습니다.


아내의 말을 잘 들어 큰 벼슬까지 한 사람이 있습니다. 『사기열전(史記列傳)-관안열전(管晏列傳)』의 ‘안영(晏嬰)의 마부’ 이야기입니다. ‘안영’은 춘추시대 제나라 재상으로 근검절약과 인의치국(仁義治國)을 실천한 사람이지요. ‘안자(晏子)’로 불리기도 합니다. ‘선생님 자(子)’의 칭호가 붙은 것으로 보아 공자(孔子), 맹자(孟子)와 견줄 정도로 걸출한 인물이었던 모양입니다. 왜소했던 안영과 달리 안영의 마부는 훤칠하고 잘생긴 사람이었습니다. 하루는 마부의 아내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을 몰아가는 자기 남편을 문틈으로 보게 됩니다. 남편이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오자 아내는 이혼을 요구합니다. 남편이 그 까닭을 물었지요.

“안자(晏子)라는 분은 제나라 재상이 되어 제후들 사이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는데도 자신을 낮추는 겸손한 태도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너무 의기양양하고 우쭐댈 뿐 겸손함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것이 제가 당신과 헤어지자고 하는 까닭입니다.”

이 일이 있고 난 뒤 마부는 겸손해졌습니다. 안영이 그 까닭을 물었습니다. 마부는 아내의 말을 그대로 전했죠. 안자는 마부를 추천하여 대부(大夫)로 삼았습니다.


마부는 아내의 말을 전적으로 수용했습니다. ‘자신의 것도 아닌 권위를 자신의 것인 양 착각하여 오만하게 행동하는 사람과는 더는 같이 살고 싶지 않다’고 하는 아내의 말이 사리에 합당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죠. 생각으로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바로 실천합니다. 남편의 잘못을 지적할 줄 아는 아내도 훌륭하고, 아내의 충고를 받아들이는 남편도 훌륭하지만, 마부를 대부로 삼을 줄 아는 안영의 태도는 더 훌륭합니다.

마부가 겸손한 태도를 보이자 안영이 그 까닭을 물었습니다. 이것은 안영이 마부의 거만함을 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것이지요. 그럼에도 마부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에서 안영의 너그러움을 읽을 수 있습니다. 자기의 잘못을 지적한 아내의 말을 수용하고 바로 고칠 수 있는 사람은 나랏일도 감당할 수 있다고 판단한 안영은 마부를 대부로 삼은 겁니다. 안영이 왜 지금까지 훌륭한 정치가로 추앙되는지 알 수 있는 장면입니다. 카피라이터 ‘정철’의 『한글자』에 ‘하’라는 제목의 글이 있습니다.


남을 잘 웃기는 사람 곁에 열이 모인다면

남의 말에 하하 잘 웃어 주는 사람 곁엔 스물이 모인다.


배려가 가면

사람이 온다.

-정철, ‘하’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설화를 보면, 말하고 싶은 것은 본능인 듯합니다. 복두장이는 목숨을 걸고 자신이 알고 있는 비밀을 대숲에서라도 털어놓는 걸 보면 말하고 싶은 욕구는 참을 수 없나 봅니다. 그러나 탈무드에 ‘귀는 친구를 만들고 입은 적을 만든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경청(傾聽)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죠. 경청이란 귀를 기울여 듣는 것을 말합니다. 여기에다 실천까지 할 수 있으면 대부가 될 수도 있다는 교훈을 안영의 마부로부터 배웁니다. 인간관계에서 경청만 잘해도 스무 명 정도를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한글자』를 지은 ‘정철’ 작가의 생각입니다. 남의 이야기가 재미없더라도 반응해 주고, 웃어 주고, 질문을 해 주는 배려는 인간관계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을 ‘하’라는 한글자로부터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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