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이담 Jun 27. 2021

레벨 3: 식빵에 소세지만 추가하면 브런치가 된다.

일단 소세지만 추가하고, 익숙해지면 하나씩 업그레이드 하자.

식빵 굽기와 과일 썰기가 익숙해졌다면 브런치를 만들어 볼 수 있다. 브런치는 카페 분위기의 브런치 가게에서 파는 서양식 아침(겸 점심)밥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플랫폼 이름과 같다.


#식빵토스트, 커피, 사과 반쪽에 '소세지'만 추가해 '하나의 접시'에 담아낸다.


브런치는 딱 정해진 것은 없지만 커피와 토스트, 과일에 소세지나 베이컨만 추가하면 구색은 맞춰진다. 소세지가 없으면 계란후라이로 대체해도 된다. 대신 이들을 '하나의 접시'에 담아내야 한다. 브런치 카페처럼 각자 하나의 접시에 토스트와 과일, 소세지를 잘 배치하면 제법 그럴싸한 모양새가 나온다.


소세지는 캠핑 때 고기가 부족할 때 먹는 그 소세지를 쓴다. 옆에 칼집을 좀 내서 구워야 속까지 잘 익기도 하겠지만 보기에도 좋고, 잘라 먹기에도 좋다. 후라이팬에 식용유를 조금만 뿌리고 타지 않도록 중불에 방향을 뒤집어주면서 구워낸다. 계란후라이와 같은 난이도이니 분명 할 수 있을 것이다. 남은 소세지는 락앤락에 담아서 냉장고에 넣어 둔다. 남은 식재료를 잘 보관해야 진정한 '레벨 3'이다.


과일과 샐러드를 곁들여야 맛과 영양은 물론 미학적으로도 좀 더 완성된다. 탄수화물(토스트)에 소세지로 단백질, 지방을 추가했으니 반드시 과일이나 샐러드로 무기질, 비타민도 넣어줘야 균형이 잡힌다. 경험상 껍질째 슬라이스로 썰어낸 사과를 기본으로, 샤인머스캣을 송이의 3분의 1만 가위로 잘라서 곁들이면 아주 아름답다. 신선하고 아삭한 식감의 빨간 사과와 샤인머스캣의 투명한 초록의 조화는 바다를 배경으로 한 고대 그리스의 잘 차려진 식탁을 떠올리게 한다. <왕좌의 게임>의 세븐킹덤 속 그 장면이다. 샤인머스캣은 가격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비싸다. 그러니 반드시 4분의 1이나 3분의 1정도만 가위로 송이 줄기를 잘라서 내자. 어차피 통째로 내놓으면 하나의 접시에 다른 것과 같이 낼 수도 없을 뿐더러, 다 먹지도 못할 것이며, 심지어 균형이 안잡혀 시각적으로도 망한다. 값이라도 싸면 상관없는데 비싼 샤인머스캣을 이런 식으로 낭비하면 누구도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다. 물론 거기엔 마누라도 포함된다.


#익숙해지면 와플, 샐러드, 베이크드빈도 추가해보자.


주말 아침이라면 약간의 사치를 더 부려봐도 좋을 것 같다. 추천해보고 싶은 것은 와플과 양상치 샐러드, 베이크드빈이다. 셋의 공통점은 칼질이나 불질이 필요없다는데 있다. 다시말해 아무나 준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초등학교 5학년쯤이면 할 수 있을 걸로 본다. 다만 이것들은 아무 슈퍼에나 있지는 않고 마트나 좀 큰 슈퍼를 가야 있으므로, 미리 준비해놔야 한다는 것이 단점이다. 양상치는 잘게 썰어서 '양상치 슬라이스'란 이름으로 2인분씩 소포장으로 판다. 이것 저것 섞은 혼합 샐러드도 있다. 샐러드 야채는 자연인이 될 것이 아니라면 물에 한 번 씻어서 내야 한다. 체에 받쳐서 씻으면 씻기도 쉽고 그대로 식기건조대에 올려서 물기 빼기도 쉽다. 와플도 그냥 전자렌지에 대충 데워서 내면 되도록 되어 있다. 소스가 필요한데, 와플은 토스트에 발라먹던 딸기잼이나 크림치즈를 발라도 좋고, 별도로 메이플시럽이나 생크림을 준비해도 좋다. 샐러드는 근처에 발사믹, 키위, 아일랜드 등 다양한 드레싱(소스)을 같이 팔 것이므로 적당히 취향대로 골라오면 된다. 베이크드빈은 토마토케첩 같은 소스에 버무린 콩 통조림인데, 보면 뭔지 알 것이다. 한 숟갈 떠서 접시에 함께 담아내면 토스트, 소세지 조합의 느끼함을 살짝 잡아주고 보기에도 그럴싸해진다.


#드립커피로 업그레이드 하면 더욱 쿨하다.


좀 더 아침밥 준비에 적응되면 커피도 인스턴트에서 드립커피로 업그레이드 해보자. 분쇄원두는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깔대기와 필터종이도 저렴하므로 실패하더라도 경제적인 부담도 적다.


물론 처음부터 무리해서는 절대 안된다. 처음엔 식빵토스트와 커피에 계란후라이와 사과 반쪽만 추가하자. 이 네 가지로 접시에 플레이팅까지 하는데 익숙해지면, 그 때부터 한 가지씩 욕심을 부려봐야 한다. 과욕은 금물이다. 하물며 과욕을 위한 재료가 비싸면 말할 것도 없다. 와플과 샐러드에 드레싱까지 사면 제법 비싸다. 그런데 샐러드와 생크림은 물론 드레싱도 의외로 유통기한이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냉장고 한켠에서 점차 존재감을 잃어가다 종국엔 냄새까지 날 수 있다. 마누라에게 그 존재감을 드러내기 전에 얼른 갖다 버려야 한다. 비싼 음식쓰레기를 만들면 나도 화나고 마누라도 화난다.


준비 순서는 어떻게 될까. 당연히 식으면 맛이 없어지는 것이 맨 나중에 나와야 한다. 우선 <레벨 1: 식빵 토스트도 요리다>의 순서를 보고 오자.


<토스트 아침밥 만들기 공략 매뉴얼>

1) 커피포트로 물을 끓인다.

2) 인스턴트 커피를 컵에 담아 둔다.

3) 사과 등 과일을 씻어 둔다. 아직 썰지는 않는다.

4) 크림치즈와 잼, 포크를 세팅해둔다.

5) 마누라가 3분 내로 올 것 같을 때 토스트기에 식빵을 넣고 굽는다.

6) 사과 등 과일을 썰어 내고, 완성된 토스트를 가위로 대각선으로 반을 잘라 낸다.

7) 마누라가 식탁에 앉으면 토스트에 크림치즈를 발라준다.


위 순서에서 3) 과일 등을 씻어둔 뒤 소세지에 칼집을 넣고, 5) 토스트기 누르기를 한 뒤 후라이팬에 소세지를 구워내면 된다. 굽는데는 중불로 대략 1~2분이면 충분하다. 자신 있으면 중불에 굽히는 동안 틈틈히 사과를 썰면 시간이 절약된다. 다 굽히면 바로 접시에 담지 말고, 그대로 후라이팬에 올려뒀다가 토스트까지 완성된 뒤에 접시로 옮긴다. 후라이팬의 잔열로 따뜻함을 유지할 수 있다. 삼겹살 가게에서 다 익은 삼겹살을 접시로 옮겨 담지 않고 불판 바깥쪽에 그대로 올려두는 이유와 같다. 혹시 샐러드를 같이 준비한다면 3) 사과 씻기를 할 때 샐러드도 같이 씻어두고, 5) 토스트기를 누른 뒤 접시에 담고 드레싱을 뿌려두면 된다. 식으면 별로인 와플도 당연히 토스트가 완성되기 직전에 전자렌지에 돌려야 하고, 발라먹을 생크림이나 잼, 메이플시럽 등은 4) 포크 등 식기 세팅 때 미리 한다.


마누라를 부르는 시각은 동일하다. 토스트가 완성되어 나올 때다. 물론 토스트기는 눈치 봐서 마누라가 3분 내로 올 것 같을 때 눌러야 한다.


<브런치 만들기 공략 매뉴얼>

1) 커피포트로 물을 끓인다.

2) 인스턴트 커피를 컵에 담아 둔다.(드립커피는 깔대기와 커피필터에 분쇄원두까지 세팅 , 다른 작업 틈틈이 계속 물을 부어줘야 한다.)

3) 사과 등 과일(과 샐러드)을 씻어 둔다. 아직 썰지는 않는다. 소세지는 미리 칼집을 넣어 둔다.

4) 크림치즈와 잼, 포크를 세팅해둔다.

5) 마누라가 3분 내로 올 것 같을 때 토스트기에 식빵을 넣고 굽는다.

5-1) 소세지를 후라이팬에 뒤집어가며 굽는다. 다 구워졌으면 불을 끄고 후라이팬에 그대로 둔다.

6) (샐러드를 접시에 담아 드레싱을 뿌리고, 와플을 전자렌지에 돌리고), 사과 등 과일을 썰어 내고, 완성된 토스트를 가위로 대각선으로 반을 잘라 낸다. 마지막으로 후라이팬에 있는 소세지를 접시에 담는다.

7) 마누라가 식탁에 앉으면 토스트에 크림치즈를 발라준다.

*(괄호)안의 것은 익숙해지면 점차적으로 시도할 것을 추천한다.



이전 05화 레벨 2: '밥'짓기는 미역국부터 시작하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