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추상력과 상상력

좋은 말

by 안종필 작가


신영복의 ≪담론≫은 공부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공부는 세계와 인간을 잘 알기 위해서 합니다. 잘 알기 위해서는 사실과 진실, 이상과 현실 이라는 다양한 관점을 가질 수 있어야 함은 물론입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추상력과 상상력입니다.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집어 낼 수 있는 추상력이 긴급히 요구됩니다. 물론 여러 요인 중에서 핵심적인 것을 추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문제란 서로 얽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많은 원인을 다 열거하자면 결국 ‘모든 것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순환론에 빠지고 맙니다.

우리가 공부하는 것은 핵심을 요약하고 추출할 수 있는 추상력을 키우기 위한 것입니다.

“문제를 옳게 제기하면 이미 반 이상이 해결되고 있다”고 합니다. 추상력과 나란히 상상력을 키워야 합니다.

작은 것, 사소한 문제 속에 담겨있는 엄청난 의미를 담겨 내는 것이 상상력입니다.

작은 것은 큰 것이 다만 작게 나타났을 뿐입니다.

빙산의 몸체를 볼 수 있는 상상력을 키워야 합니다. 세상에 사소한 것은 없습니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사소한 문제라고 방치되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습니다.

한 마리의 제비를 보면 천하에 봄이 왔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공부하는 이유는 이 두 가지 능력, 즉 문사철의 추상력과 시서화의 상상력을 유연하게 구사하고 적절히 조화 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입니다.

옛날 사람들도 문사철과 시서화를 함께 연마 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추상력과 상상력 하나하나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이 둘을 적절히 배합하여 구사할 수 있는 유연함입니다. 그런 공부가 쉬운 일이 아님은 물론입니다. 그러한 공부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사고思考의 문제가 아니라 품성品性 의 문제입니다. 생각하면 시적 관점과 시적 상상력이 그러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문제를 푸는 사람을 능력자라고 한다. 문제를 만드는 사람은 어떤 능력자일까? 더 큰 능력을 가진자 일까?

어떤 조직체에 문제를 만드는 사람과 문제를 푸는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다. 매일 논쟁하고 싸울까? 그만두고 나갈까? 조직의 힘은 어떨까, 강할까? 약하면서 강할까?

정신과 의사이자 뇌 과학자인 이시형 박사가 말하는 공부와 뇌의 관계이다. 이시형은 <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에서 “일단 공부를 시작 하는거다. 아무리 싫어도 일단 참고 딱 3일만 해보자. 설마 3일이야 못 참겠어? 그것으로 내 운명이, 인생이 달라질 판인데! 기억하라! 부신피질의 방어 호르몬, 아무리 싫든 일도, 스트레스도 3일은 참고 견딜 수 있게 해준다. 하다보면 어느 순간 새로운 것을 알게 되는 일이 재미있고 즐겁다는 생각이 든다. 참 신기하다. 그리고 난후 또 3일, 이제 처음처럼 힘들지는 않다.

뇌는 좋은 것을 좋아하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열 번만 해보자. 그 싫던 공부가 거짓말처럼 습관이 된다. 드디어 공부가 몸에 배는 것이다.

아무리 싫은 일도 3일씩 딱 열 번만 계속하면 버릇이 되고 습관이 된다. 이는 뇌 과학의 실험적 결론이다.

뇌는 뭔가를 달성할 때 즐거움을 느낀다. 이때 우리의 뇌는 그 기분 좋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도파민, 세로토닌등의 쾌락 보수 물질을 방출한다. 뇌가 우리에게 푸짐한 생을 주는 것이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습관이 된다. 이런 현상을 뇌 과학에서는 강화학습 强化學習 이라고 한다. 공부를 해서 하나를 알면 기분 좋은 보상을 해주고, 그러면 다시 보상을 받기 위해 공부를 더하게 되는 현상이다. 이 간단한 뇌의 원리를 잘 활용하면 공부를 습관처럼 할 수 있게 된다. 식후 커피 한잔처럼“

독서는 좋은 습관입니다. 공부가 주는 혜택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하지요. “공부라는 지적 자극은 우리 뇌를 활성화시켜 몸과 마음을 젊게 유지해준다”고 까지 한다.


• 사가독서제


조선조 500년 역사 가운데 문명의 기초를 다지고 르네상스의 시대를 열게 한 두 임금이 있다.

세종대왕과 정조대왕이다.

이 두 분의 공통점은 독서의 탄탄한 배경과 스피치 토론에 기반을 두고 있다.

세종은 사가 독서제를 두었다. 집현전 학사 중에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젊은 문신들에게 휴가를 통해 학문에 전념하게 하는 제도다. 세종은 짧게는 몇 달, 길게는 3년까지 집이나 절에서 공부하도록 해주었다. 도서구입 비용은 물론 의복과 음식도 내려 주었다. 업무로부터 자유로움을 주어 새로운 동력을 얻게 한 인재 양성의 지도력이다.

또한 세종은 학자들과 토론을 통하여 의견을 좁히고 핵심정리를 모색하였다. 박현모의 <세종처럼>에서 세종의 리더십을 배울 수 있다.


첫째 신하들의 말을 수긍하되 자신의 말도 주장하는 토론형식을 취했다.
둘째 좀처럼 화는 내지 않는 편이다.
셋째 상대의 허점을 적확하게 찔러서 논쟁의 결과를 도출해 냈다.
넷째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논쟁의 생산을 위하는데 토론의 목적을 두었다.
다섯째 세종은 논쟁 중에서 궁지에 몰리면 엉뚱한 논리를 내세우기도 했다.


세종은 신하를 이해하고 이해 할려고 애썼던 임금이었다. 누구보다 토론하기를 좋아했던 세종은 토론의 적을 4가지로 분류했다.


토론의 적 1. 형식적으로 일관하는 사람
토론의 적 2. 언어학적 지식으로 일관하는 사람
토론의 적 3. 무조건 찬성하는 사람
토론의 적 4. 토론 참가자들의 의견 차이와 감정 대립


세종은 토론과정에서 반대자들까지도 납득할 정도의 조건 조성과 설득을 통해 자신의 비전을 향해 모든 신민들이 “국가의 일을 내 자신의 업무로 느끼며” 최선을 다 할 수 있게 했다.

세종이 집현전을 세워 학문을 탐구하게 하였다면 정조는 규장각을 세워 조선의 학문과 문화 르네상스를 일으킨 임금이다.

당대의 희망 정약용을 비롯하여, 박제가,유득공,이덕무,서이수와 같은 서자 출신들을 인재로 사용한 안목은 통합, 개혁의 정치를 보여주고 있다.

규장각은 왕실 도서관으로 출발을 했지만 학술기관, 정책 연구기관으로 변화시켜 나가는 것이다. 동시에 역대 도서들을 모아 연구케 하였다. 그 연구의 실적으로 개혁의 이론을 세우고 실천에 옮긴 거였다.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 “바다를 지배한자가 세계를 지배한다” 재위 60년 기간 “해가지지 않는 나라”로 극찬을 받았던 그곳에 세종.정조처럼 학문과 독서에 불씨를 당긴 인물이 빅토리아 여왕이다.

“세익스피어 휴가제 빅토리아 여왕은 고위직 관료들에게 독서휴가를 주었다. 3년에 한 번씩 한 달 가량 유급휴가를 주어서 세익스피어를 읽게 했다.

왜 읽게 하였을까?

성찰.휴식.즐거움.지혜.통찰력...”

벽 때문에 보지 못한 것을 책의 문을 통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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