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구나 가는구나
그리도 빨리 가는구나.
어둑한 암흑 속에
나더러 길은 어찌 찾으라고
그리도 무심하게 떠나더냐.
너 쫓느랴
넝마 짝된 내 두 다리 보고도
그리도 무심하게 떠나더냐.
뭐가 그리 바쁘다고
이리도 급히 뛰어가더냐.
너 쫓느랴
만신창이 된 내 몸뚱아리 보고도
그리도 급히 떠나더냐.
허나 멈추지는 말거라
열심히 뛰어가다,
내가 잠든 겨울날 다시 돌아와서
달궈진 몸으로
차가워진 몸 좀 녹여주거라.
머리 위 눈 좀 치워주거라.
그거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