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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싸라기 Jul 11. 2023

오렌지색 지구(부제 Planet Earth 2075)

3화 폭풍전야.

한 달 뒤.

"오늘은 각 팀별로 플라잉 슈트와 제트 플레이트 사용법 그리고, 개인 화기류를 다루는 법을 배울 것이다. 각 조장들은 조원들을 인솔하여 교육장으로 이동을 실시하라!"

신입 기동 대원들은 조장들의 인솔하에 교육장으로 이동하였다. 교육장에는 처음 보는 각종 장비들과 무기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하이 동기."

율이는 오늘따라 밝은 미소까지 지어 보이며 들떠 있었다.

"뭐 좋은 일이라도 있나 봐?"

"오늘 이 장비들과 무기만 익히면 우린 제대로 된 일을 할 수 있으니 좋지 않냐?"

"그게 그렇게 좋아? 위험한 건 생각도 안 하고..."

"에헤이... 우리 여전사님께서 왜 이러실까."

"야! 그 여전사라는 말 좀 안할 수 없냐?"

"왜 듣기 싫어? 멋지지 않냐?"

"그래도 난 여자인데 그건 좀 아니잖아?"

"오호... 여자였군..."

"이게 정말 너 죽고 싶냐?"

"하하 미안 미안."

매일 투닥 거리지만 두 사람은 어느새 가까운 사이가 된 것을 서로 느낄 수 있었다.

팀장은 각 조장들을 불러 세운 뒤 여러 장비들과 무기류의 작동법을 전달하고, 조장들은 시범을 보이는 조교 역할을 했다. 모두들 하나씩 차근차근 연습하며 숙련도를 올리려 노력하였다. 그중에 가장 난해한 것은 플라잉 슈트와 제트 플레이트였다.

제트 플레이트는 타원형으로 생긴 이동 수단으로서 양발을 플레이트 위에 올려놓고 발끝으로 조정하며 날아다니는 것이었지만,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제트 플레이트가 고장이 나거나 전투 중에 손상이 되었을 경우에 대비하여 사용하는 플라잉 슈트는 허리에 장착된 추진 채와 컨트롤러로 조정하는 비상 이동 수단인 것이다.

그런데, 민감한 기계다 보니 조금만 잘못 다루어도 엉뚱한 방향으로 움직이기에 다루기가 쉽지 않은 것이었다. 그 와중에 역시 재원과 율은 달랐다. 모든 장비를 다루는 솜씨도 그렇고 제트 플레이트와 플라잉 슈트도 다른 사람들보다 적응이 빨랐던 것이다.

역시 조용히 넘어갈 율이가 아니다.

"어이 제법 하는데."

"그래서 뭐?"

"이왕 제트 플레이트를 탔으니 내기나 한번 할까?"

"흥 자신은 있고?"

"야야 내가 아무리 그래도 너한테 지겠냐?"

"그래?그럼 그날이 바로 오늘이 되겠네?"

"하하하 좋아 그럼 저쪽 끝에 있는 깃대 위에 비둘기 조각상을 먼저 이곳으로 가지고 오는 사람이 이기는 걸로 하자. 어때?"

"나중에 나한테 지고서 이래저래 핑계는....."

"바보 하하!"

재원이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율이는 바람과 같이 제트 플레이를 타고 천정으로 날아 올라갔다. 재원이 이를 악물고 뒤를 따라갔으나, 거리는 좁혀지지 않았다.

율이 수직 상승을 하면서 비둘기 조각상에 먼저 도착한 후 여유 있게 손에 넣었다. 재원은 아직까지 율이의 뒤를 쫓고 있었다. 조각을 손에 넣은 율이는 다시 수직 하강하며 결승선으로 향했다. 그때, 바람을 찢는듯한 소리가 들려오더니 재원이 율이 옆으로 다가왔다.

"하이 친구!"

재원은 자신이 탄 제트 플레이트의 옆면으로 율이의 제트 플레이트를 걷어 올렸다. 굉음을 내며 뒤집어진 율이의 제트 플레이트 아래로 율이가 나뒹굴었다. 재원은 여유 있게 비둘기 조각상을 손에 쥐고 결승선에 안착했다.

"야 이건 반칙이야!"

"저 봐 그럴 줄 알았다. 핑계 대지 말랬지."

"비둘기 조각상을 먼저 손에 넣은 건 나라고. 게다가 넌 반칙을 한 거고."

"내가? 반칙? 누가 그래? 제트 플레이트로 견제하지 말라고 한 적이 없는 것 같은데?"

"그래도 그건..."

"에이 남자가 뭐 이런 거 가지고... 자! 비둘기 조각상 받아 내 선물이야 하지만, 내가 이긴 거야 알았지?"

"진짜 너 못 말리겠구나. 근데 아까 어떻게 추월한 거야?"

재원은 의기양양한 자세로 걸어와서 율이에게 귓속말로 얘기한다.

"너만 알고 있어 제트 플레이트에는 터보 기능이 있다고 이 바보야. 아직 그것도 몰랐니?"

재원은 조원들의 박수와 함성을 속에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뒤돌아 걸어갔다.

교육장 입구에서 팀장과 지휘관이 모여서 수군거리고 있었고, 그들의 상기된 표정에서 그다지 즐거운 일이 벌어진 것은 아니라는 것이 느껴졌다. 눈치가 빠른 재원이 보호구를 벗으며 율이에게 다가갔다.

"야 뭔가 조짐이 안 좋은 것 같은데... 간부들 표정이 안 좋아."

"그래 나도 보고 있었어. 조만간 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겠다."

나름대로 의견이 조율된 것인지 최고 지휘관이 지휘봉을 허리춤에 걸친 채로 걸어오고 있었다.

"제군들 모두 모여라."

이제는 누구랄 것도 없이 오와 열을 맞추어서 일사불란하게 자리를 잡고 열중쉬어 자세로 대형을 갖추었다.

"여러분들도 눈치를 채고 있었겠지만, 지금 곰들의 공격이 만만치가 않다. 날이 갈수록 사나워지고 그 활동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그래서 여러분들의 투입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고 최종 결정되었다."

지휘관의 이야기에 아무도 말은 할수 없었지만 모두들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난감한 표정들 이었다. 두 사람만 빼고...

"여러분들도 당황스러울 줄 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이 넋을 놓고 바라만 볼 수만은 없는 것이다. 그러니 마음의 준비를 하고, 남은 시간 동안 각자 부족한 훈련에 매진해 주기를 바란다. 제군들의 첫 임무 개시일은 일주일 후다. 이상!"

 지휘관이 돌아간 후 팀장과 조장들은 나머지 짧은 기간 동안 효율적으로 연습할 전술훈련과 무기에 대한 숙련도를 높일 방안을 놓고 의견을 나누었다.

저녁시간.

재원은 취침시간 전 싱숭생숭한 마음을 달래려 바깥 경치가 보이는 창가에 앉아서 무심히 밖을 바라보고 있자 율이가 다가와 말을 건넨다.

"잠이 안 와?"

"응 그냥."

"조만간 출동해야 하는 것 때문에 겁나?"

"음... 겁난다는 것보다는 뭔가 서글퍼지네."

"서글프다..?그건 낯선 표현인데... 슬픈 것도 아니고..."

"저기 저쪽 경비초소 서치 라이트에 비친 언덕을 봐."

재원이 가리키는 곳은 황량하고 어두운 붉은 사막과도 같은 언덕에 경비초소에서 비춰진 서치 라이트으로 인하여 검붉은 색이 겹쳐진 모습이었다.

"왜? 늘 보던 장면인데..오늘따라 특별하게 느껴지니?"

"그러게 오늘따라 저 황량한 언덕이 너무 고요하게 느껴져... 슬프도록 처량하게 말이야."

"네가 감수성까지 겸비한 줄 몰랐네."

"감수성? 그런 게 아니고 정말 그렇게 느껴져. 저 어두운 곳 어느 곳에선가 누군가 웅크린 채 슬피 흐느끼는듯한..."

"야 그만해라 듣고 있자니 괜히 으스스 해진다."

"그래? 율 아..."

"왜?"

"우리 친구 맞지?"

"그렇다고 봐야지. 그건 왜?"

"그럼 친구니까 부탁 들어줄 수 있지?"

"그 부탁이 뭐냐에 달려있지. 뭔데?"

"들어주면 좋겠어... 부탁이야."

"뭔데 오늘따라 분위기를 잡고 그러실까."

"내가 만약에 말이야...."

"그래 말해 이 오라버니가 들어주마."

율이의 너스래에 재원은 잠시 망설였던 부탁의 말을 꺼낸다.

"이번 출동에 혹시 내가 잘못 되기라도 하는 날에 나의 고통을 네가 덜어주면 좋겠어. 그래줄 수 있지?"

재원이 답지 않은 부탁에 율이도 적잖이 놀랐다.

"아니 이런.... 너답지 않게 뭔 소리를 하는 거야."

"들어준다고 약속해 줘."

"에잇 정말 재수 없게... 야 걱정하지 마 가도 내가 먼저 가지 넌 그럴 일 없으니까 걱정 붙들어 매."

율이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가려 하자 재원이 율이의 손목을 잡는다.

"친구야 제발...... 응?"

율이가 고개를 돌려서 재원을 보자, 재원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듯한 얼굴로 애원하듯이 율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휴... 너도 여자는 여자구나."

율이가 재원의 머리를 끌어 안으며 재원에게 단호하게 말을 한다.

"나를 믿어라 친구야. 너는 절대로 잘못되지 않아. 알았지? 날 믿으라구..."

두 사람이 서로에게 기대며 삭막한 언덕을 바라볼 때 정말로 저 먼곳 어딘가에서 동물의 흐느낌 같은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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