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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싸라기 Jul 30. 2023

오렌지색 지구(부제 Planet Earth 2075)

4화 악전고투.

드디어 출동하는 날이 되었다. 모두들 짧은 기간 동안 갈고닦은 기량을 발휘할 시간이다.

보호구와 무기 등 장비들을 갖추고 게이트가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대원들은 사뭇 진지한 표정들이지만, 표정을 알 수 없는 헬멧을 쓰고 있는 모습에서는 숨 막힐듯한 무거운 긴장감이 주변을 짓누르고 있었다.

율은 무기를 만지작거리고 있던 재원에게 다가가 말을 건다.

"어이 여전사.. 긴장돼?"

"응 조금..."

"긴장하지 마 내가 있잖아."

"그래그래... 알았어."

"조장이라고 너무 나서지 말고."

"너나 잘해."

"짜식...그래 그래야 우리 여전 사지!"

재원은 걱정 반 장난 반으로 걱정하는 척 자신의 방식대로 장난을 치는 율이 내심 싫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고마웠다. 그때 저만치서 지휘관이 대원들을 향하여 걸오 오고 있었다.

"자 모두들 준비는 되었나?"

"네! 준비되었습니다!"

"좋다! 나는 귀관들을 믿는다. 단 돌발 상황이 일어날 경우에는 절대로 당황하거나 별도의 명령이 있기 전까지는 개별행동은 금물이다. 알았나?"

"네 알겠습니다!"

"자 그럼 모두 출동 준비하라!"

지휘관의 출동 명령이 떨어지자, 모두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제트 플레이트 위에 탑승했다.

게이트가 열리며 뜨거운 열기와 검붉은 모래바람이 휘몰아쳤다. 대원들은 일제히 산소 공급 버튼을 누르고 제트 플레이트를 작동 시켰다.

위~~~이~~~잉

수십 대의 제트 플레이트가 가동되자 커다란 굉음이 주변에 가득했다.

조장들이 앞장을 서며 날아오르자 조원들도 그 뒤를 따라서 날아올라갔다.

낮과 밤이 구분이 안되는 검붉은 하늘 위로 제트 플레이트 무리가 장관을 이루었다. 제트 플레이트들이 대열을 이루고 서서히 해당 지역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검붉은 모래바람을 뚫고 작전지역으로 다가가자, 드디어 지상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무리들이 움직이는 것이 감지되었다.

<13시 방향 알 수 없는 세 개의 대상 발견! 현재 위치 대기합니다. 이상!>

<각 조장들에게 전달한다. 현재 상공에서 대기한다. 이상>

율이가 먼저 무전을 보고하고 지휘관이 대기명령을 내린 것이다. 그때였다. 율이 가 탄 제트 플레이트 옆으로 알 수 없는 물체가 빠르게 지나갔다. 그러자 뒤에 있던 재원이 타고 있던 제트 플레이트에 명중했다.

'쾅'

큰소리를 내며 제트 플레이트에 충돌하는 물체는 다름 아닌 커다란 바위였다. 그 때문에 재원은 중심을 잃고 떨어졌으며, 제트 플레이트도 굉음을 내며 추락하였다.

돌발 상황에 당황한 재원은 떨어지면서도 다행히 훈련으로 다져진 몸놀림으로 잊지 않고 플라잉 슈트를 작동시켰다. 그 덕분에 지상으로 안전하게 착륙했다. 부상을 당할 위험에서는 벗어났지만 안심하긴 일렀다. 혼자서 지상으로 떨어진 재원은 멀지 않은 곳에서 자신을 응시하는 커다란 물체에게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곰이었다. 곰이 바위만 한 돌을 던지다니....

"제기랄."

<재원아 괜찮아?>

율이의 목소리가 무전으로 들렸다.

<응 아직까지는..>

<1조 조장 괜찮은가? 상황 보고하라.>

<특이 사항 없습니다. 전방 200미터 곰으로 추정되는 물체 세 마리가 있습니다. 이상!>

<일단 연막 마비탄을 준비하고 1조 대원들은 빠르게 1조 조장 주변으로 하강하라!>

지휘관의 명령으로 재원은 무기에 탄약을 장전하였고, 조원들은 재원 주변으로 하강을 시도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그들의 그런 움직임을 미리 예견이라도 했다는 듯이 곰 세 마리는 커다란 몸놀림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매우 빠르게 재원이 있는 방향으로 무섭게 달려오기 시작하였다. 조원들의 제트 플레이트가 지상에 착지하기 바로 직전에 이미 재원에 근접한 거리까지 다가왔다. 재원은 명령을 기다리기엔 너무 늦었다는 판단으로 마비탄을 발사하였다.

'퍼 펑 펑~'

재원의 주변에는 하얀 연막이 뿌려졌고 곰은 보이지 않았지만 고통스럽게 울부짖는 괴성이 주변에 울려 퍼졌다. 그사이 조원들의 제트 플레이트는 바닥에 하나둘씩 착지하기 시작하기 시작했을 때, 연막 사이로 갑자기 검은 물체 하나가 튀어나오며 모습을 드러냈다. 곰은 재원에게 달려들었지만 재원은 간신히 옆으로 피했지만, 곰은 재원의 뒷쪽으로 착지한 다른 조원에게 달려들었다.

<으악...!>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광경에 모두들 거의 움직이지도 못하고 쳐다볼 뿐이었다.

<뭐 하고 있어! 모두 에너지 충격파 발사해!>

재원이 조원에게 달려든 곰에게 충격파를 발사하며 동시에 조원들에게 발사 명령을 내렸다. 곰은 자신 앞에 있는 조원의 헬멧을 앞발로 부숴 버리려고 상체를 세우려던 순간 등 쪽으로 충격파에 집중 타격을 받았다. 

'푸슝 푸슝 피융 피융'

충격파의 발광은 주변을 밝게 밝힐 정도로 오색으로 난사되었고, 커다란 곰의 몸통에 여러 갈래로 구멍을 내고 있었다. 그 순간 다른 모든 대원들이 지상으로 내려왔고, 나머지 두 마리의 곰이 대원들을 향해서 달려오고 있었다.

대원들은 훈련받은 대로 사격 대형으로 자세를 갖추었다.

긴장감이 팽팽한 공간 속으로 점점 다가오는 거대하고 검은 생명체가 점점 모습을 드러내며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사격 준비!>

지휘관의 명령이 무전을 통해서 대원 전원에게 전달되었다.

<자.. 잠시 잠시 대기하라!>

대기 명령이 무전으로 전해지는 순간,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대원들의 눈에 펼쳐졌다.

상공에서는 분명 곰 세 마리를 보았는데, 연막을 헤치며 달려오는 두 마리의 곰 주변에는 어디서 나타났는지 더 많은 무리의 곰들이 무리를 이루고 있었다.

<대원들은 즉각 제트 플레이트에 탑승하라!>

대원들도 놀라서 얼떨떨해 하자 지휘관이 다시 명령한다.

<대원들 모두 즉시 제트 플레이트에 탑승하라!빨리 움직여라!>

생각보다 많은 무리의 곰들... 지휘관은 어느 정도의 더 많은 무리가 있는지 가늠하기 힘들었고, 지금의 병력으로는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했기에 내린 결정이었다.

모두들 빠르게 제트 플레이트에 올라타고 상공으로 올라갔다. 우왕좌왕하며 다른 대원보다 늦게 탑승한 대원들을 향해서 곰들이 덮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것을 본 재원과 율이 조원들을 엄호하기 위해 고도를 낮추고 조원들을 챙겨주었다.

율과 재원은 조원들이 피신할 수 있게 엄호 사격을 해주었고 나머지 조원들도 무사히 상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율과 재원도 상승하려 할 때 큰 충격으로 재원은 바닥으로 뒹굴고 말았다. 역시 곰이었다.

율은 재원을 돕기 위해 엄호사격을 하며 옆으로 하강하였고, 상공에서도 재원 주변으로 마비탄과 충격파를 난사했다. 곰들은 잠시 주춤하며 제자리에서 멈추는듯했다. 그러나 시간이 많지 않았다. 도망갈 시간을 벌어줄 뿐 대응하는 건 꿈도 못 꿀 일이었다. 게다가 재원의 제트 플레이트는 파손되어서 플라잉 슈트에 의존해야 하는데,비상용이기에 비행거리가 짧은 것이 문제였다.

<재원아 괜찮아?>

<응 괜찮아..>

<내가 엄호할 테니까 넌 플라잉 슈트로 최대한 이곳을 벗어나! 내가 본부에 네 위치를 알리고 지원대를 보내라고 할게.>

<알았어. 아 악..!>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다리가.. 다리가 아파>

대원들에게 엄호를 부탁하고 율이 재원 쪽으로 다가갔다.

<유.. 율 율 아... 나.. 이거 왜왜 이래?>

<쳐다보지 마!>

율이 부상당한 재원의 허벅지를 재빨리 손바닥으로 덮어서 가렸다.

<너 왜 그래... 뭐 하는 거야!>

<제발.. 제발 보지 마.>

<나 이거 왜 러는 거야? 그리고 왜 보지 말라는 거야! 손 치워!>

흥분하며 손을 치우려는 재원을 율이 소리를 지르며 막는다.

<제발!! 부.. 부탁이야!>

그러면서 율은 재원을 부둥켜안았다.

<너.. 너 너 뭐 알고 있는 거야? 그렇지? 넌 뭘 알고 있는 게 맞지?>

<재원아 제발 아무 말도 하지 마 나중에 내가 설명해 줄게.. 일단 여기부터 벗어나자 응?>

율은 재원의 허벅지를 보호 패드로 감싸고 재원의 플라잉 슈트에 강제로 전원을 켰다.

순간 재원이 날아오르자 율이 재원에게 말한다.

<내가 곧 뒤따라 갈 테니까 걱정하지 마 알았지?>

<........>

율은 제트 플레이트에 올라타며 곰들이 있는 위험구역에서 간신히 벗어나는 재원의 뒤를 따라서 날아갔다.

다른 대원들도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서 일제히 후퇴를 하였고, 재원은 2킬로미터 남짓 날아가다 멈추었다.

재원 곁에는 율이가 남아서 지켜주고 있었으며, 지원 대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둘 사이에는 알 수 없는 감정이 교차하면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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