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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싸라기 Aug 13. 2023

오렌지색 지구(부제 Planet Earth 2075)

5화 숨겨진 진실과 미래(마지막 화

"손 치워봐!"

재원은 눈을 질끈 감고 상체를 일으키며 율의 손을 잡으며 말을 한다.

재원의 손을 제지하며 율이 말한다.

"잠깐... 잠깐 내 말을 먼저 듣고.."

"치워보란 말이야!"

재원이 율의 손을 걷어내며 거칠게 반응을 한다.

율의 손이 옆으로 밀쳐지며 상처가 드러났다. 붉은 피와 더불어 푸른빛의 액체가 같이 엉켜서 흘러내리며 상처 속에서는 여러 갈래 실타래 같은 전기선이 살짝 드러났다.

"이... 이건... 도대체..."

"재원아..."

"너!"

재원은 뒤로 물러나면서 율에게 날카로운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너.. 너 넌 뭔가 이미 알고 있었지?"

"재원아..."

"말해! 말해 보란 말이야! 너 도대체 누구야!"

히스테리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며, 재원은 에너지 충격 소총을 꺼내어 율에게 겨누었다.

"제발 진정해."

"내가 지금 진정하게 됐어? 말해 너 도대체 누구야."

율은 고개를 떨구었다.

"그리고... 난 누구야. 내가 왜 이래... 나.... 사이보그야? 대답해!"

재원은 금방이라도 방아쇠를 당길 듯이 조준했다.

"알았어 말해줄게 일단 총을 내려줘 난 네 편이야."

"쓸데없는 소리 집어치우고 대답이나 해!"

"제발 그만두라고!"

이번엔 율이 소리를 질렀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재원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총을 내렸다.

"자... 이제 말해봐!"

"헬멧 벗어봐..."

"뭐? 무슨 소리야.. 이걸 벗으면..."

재원은 말을 하다 말고 무슨 소린지 알 것 같아는 느낌에 말을 잇지 못하고 헬멧에 있는 산소 버튼을 크고 헬멧을 천천히 벗었다. 숨이 쉬어진다.

"이게.... 그러니까..."

"네 말이 맞아 넌 사이보그야."

"거짓말... 그걸 믿으라는 거야?"

"그럼 지금 어떻게 숨을 쉴 수가 있겠어?"

"......."

"그럼 넌..."

재원은 단검을 꺼내들고 유리에게 휘둘렀다. 율은 재빨리 뒤로 물러섰지만 어깨를 베이고 말았다.

"무슨 짓이야!"

"역시.... 넌 사람이었구나."

율의 어깨에서는 붉은 피가 흘렀다.

재원은 힘이 풀려서 단검을 떨어뜨리고 율을 바라보며 질문을 한다.

"믿어지지 않지만 이제 대충 알겠고 설명해 봐! 제대로 대답 안 하면 죽여버리겠어."

율은 어깨를 움켜쥐고선 가파른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래... 난 인간이야... 넌 사이보그고... 그리고 넌...."

"........."

"넌 원래 내 여동생이었어."

"그게 도대체... 난 원래 외동이었고... 우리 부모님은..."

"너희 부모님도 사이보그야... 당연히 복제되었지."

"말도 안 돼..."

"네가 아는 모든 건 전부 데이터화된 기억들이야. 물론 세계대전으로 세계가 멸망하기 전엔 너도 인간이었지...."

"그럼 그동안 산소 필터는 뭐고, 음식 캡슐은 또 뭐야."

"지금 널 봐... 그래도 숨을 쉬잖아. 캡슐? 그건 중앙정부에서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감추기 위한 철저한 계획인 거지. 물론 캡슐엔 기본적인 영양과 비타민 아미노산은 있어. 너와 같은 사이보그들은 일반 기계와는 달라서 영양분이 필요하지 그저 만화에서 나오는 그런 사이보그와는 달라... 인간화에 가까운 사이보그야 말하자면 뇌와 근육 심장은 인간의 줄기세포에서 뽑아낸 정교한 휴머노이드이지. 강력해진 인간이라고 할 수 있어."

"그럼 넌 아직 살아남을 수 있는 거지? 왜 안 죽고 정부에게 안 들킨 거지?"

"세계 전쟁이 일어날 무렵 이미 AI는 거대하고 치밀하게 스스로 성장을 했고, 인간보다 먼저 지구 종말을 직감했어. 그래서 AI는 인간을 믿지 못하게 되었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인간을 버리기로 했지. 그 대신 인간의 장점에 대한 모든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스로 정부를 만들고 종말 이후를 대비했던 거야. 우리 아버지는 그 연구소의 연구소장이었고 결국 이미 크게 성장한 AI에게 이용만 당하고는 처형당하셨고.... 그 모든 것을 아버지는 기록물을 나에게 넘겨주시면서 몇 안 되는 살아남은 자들과 후일을 도모하라고 당부하시고 떠나셨지."

재원 다리에 힘이 풀려서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재원아.... 내 동생 재원아..."

"집어치워!"

재원은 다시 단검을 뽑아들고 율에게 들이댔지만, 율은 아랑곳하지 않고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재원을 바라보았다.

"지금 와서 뭐가 달라지는데...!"

재원은 분노에 가까운 외침으로 율을 응시하며 외쳐댔다.

"재원아... 그래도 넌 내 동생이야..."

"그렇다고 기계에게 혼이라도 있고, 희망이라도 있다는 거야?"

"모든 것이 달라졌다 해도 희망을 가질 권리는 있는 거야."

"개소리 집어치워! 이미 영혼도 없는 기계가 무슨 희망!"

"인간이 만든 세상을 봐... 지나친 욕심으로 이렇게 만들었다면 인간도 이미 자격이 없는 거야. 그러나 기계라 할지라도 인간 이상의 가치관을 가지고 느낄 수 있다면... 그건 조건 충족이 되는 거야. 인간은 자격상실에 주어진 당연한 스스로의 자기 박탈인 셈이지... 다시 말해서 기인물이 무엇인가는 중요하지 않다는 거야. 진정 깨닫고 실행할 수 있는 자 만이 희망과 행복을 말할 자격이 있다는 것이지."

재원이 단검을 흙바닥에 던져버린다.

"재원아 숨이... 숨이 가빠지네."

재원은 자신의 헬멧을 들어서 율의 머리에 씌워준다.

"고마워... 그것 봐 이미 너에게도 인간에 가까운 공감 능력이 있는 거야."

"그럼 정부도 그렇고 전부 사이보그야?"

"응.... 자신들이 사이보그라는 것조차도 모를 만큼 진화했지... 단지 데이터 베이스 속에 인간이란 믿을 수 없는 부정적 존재로 입력이 되어있어서 진짜 인간들을 보게 되면 바이러스처럼 구분되어 있어서 잘못해서 발각되면 처형을 당할 수도 있어."

"도대체 인간은 어느 정도 살아남은 건데?

"나도 정확하게는 몰라 우리가 곰들만을 토벌하러 온 게 아니야 그건 하나의 구실이고... 내가 아는 건 저 곰 서식치를 넘어서 가다 보면 산이 하나 나오는데 그 어디쯤 지하에 생존자들이 처참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 밖에는..."

"하.... 믿기지가 않아... 그럼 넌 어떻게 위험한 이곳에 들어온 건데?"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나에 대한 데이터를 이미 위조해놓으셨어 생활환경이 그래도 이쪽이 낫다는 판단을 하신 거지... 나도 속을만큼 이쪽 세상은 정교했고, 내가 고등학교 1학년이 되면서 이미 배정된 돌아가신 부모 가정에 살면서 해당 날짜가 되어야만 열리는 파일을 보고는 이 모든 걸 알게 됐지. 이렇게 알게 된 이상 나도 언젠가는 저 건너편으로 가야겠지..."

"그래서 고등학교 때부터 스스로 문제아가 된 거군...."

"뭐 그런 이유도 있고... 이런 상황이 나에게도 처음엔 너처럼 큰 혼란의 연속이었으니...."

"상처 봐봐.."

재원이 율의 어깨를 살펴보았다. 상처가 꽤 깊었다. 재원은 응급처치로 상처가 지혈될 수 있게 단단히 묶어주며 말을 건넨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건데? 우린 이제 적인가? 나중에 서로 죽여야 하나?"

"글쎄... 모르겠어. 하지만 확실한 건 지금으로선 인간에게 무기가 있어도 힘들 거야. 화력 차이가 나니까."

"나... 인간일 때는 어땠는데 지금보다 이뻤어?"

"넌 날 잘 따르는 이쁜 동생이었지... 모습도 지금과 같아. 그러니 내가 널 알아보고 지원도 같이한 거지."

"어쩐지 추근대더라니...."

둘은 어느새 옅은 미소를 보이기까지 했다.

재원이 말을 이어갔다.

"이제 이렇게 알게 된 이상 나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 넌 어떻게 할 거야?"

율은 부드럽지만 힘없는 미소로 재원을 바라보며 재원의 손을 잡았다.

"재원아... 내 동생아. 난 복귀하면 필요한 물품을 챙기고 떠날 거야. 나도 이제 더 이상 이곳에 머물 이유가 없어졌어."

"어딘지도 모른다며 무작정 간다고? 어쩌려고?"

"그렇다고 언제까지 인간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곳에서 시간만 보낼 수는 없잖아? 여기가 안전하고 편하긴 해도 그건 인생에 대한 모독이야. 인생의 최고의 목표는 편안함이 아니란다. 궁극적인 목표는 안주하지 않는 삶! 그 자체야. 비록 옅은 희망이라도 움직여야 할 이유가 있다면 움직여야지 그래야 인간이지."

"다시 볼 수는 있는 거야?"

"우리가 서로를 잊지만 않는다면...."

"휴머노이드도 인간처럼 생각하며 살 수 있을까?"

"가능하지... 지금도 생각하고 있잖아? 이미 그건 인간만의 특권이 아닌지 오래된 거 같은데?"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오빠....."

"오빠?"

재원이 고개를 떨구자 율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재원아... 언젠가는 지구가 예전처럼 파랗게 된다는 보장은 없다만, 적어도 다른 모습의 지구로.... 인간이 이루지 못한 평화로운 별이 될 거라고 믿어... 그때까지 희망을 잃지 말고 하루하루를 살자. 우리가 생각하고 움직이고 있는 이상 내일 일은 아무도 모르잖아?"

"응... 알았어."

대화를 마무리하고 붉은 하늘을 쳐다보니 멀리서 구조 비행선이 이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오빠 내 어깨에 기대. 이제 가자."

"고마워 동생아... 이제야 전사가 아니라 내 여동생 같네."

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며 미소를 지었고, 율은 재원의 어깨에 기대어 일어섰다.

인간이 휴머노이드의 도움을 받아서 일어선 최초의 일이었다. 멀리서 착륙한 구조선에서는 그들을 데리러 온 인간 같은 휴머노이드 몇몇이 다급하게 달려오고 있었다.

5화   숨겨진 진실과 미래 마지막 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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