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은 켜켜이 쌓여 나를 만든다.

안 좋은 습관은 늘 편하지만 결국엔 나를 망가트린다.

by 양양이

요즘 나는 하는 일이 없다. 일을 그만둔 지 6개월이 지났다. 그냥 누워서 핸드폰을 보는 게 일상의 가장 긴 스케줄이다. 일련의 많은 일들이 있어서 침대에서 일어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지난 6개월 동안 다이어리를 쓰고 있었는데, 3개월은 그대로 침대 위에 누워있었고 그 이후에 서서히 침대 밖으로 나오기 한 달, 마음을 추스르는데 한 달, 기운을 내서 앞으로 나아갈 마음을 먹은 지 한 달. 한 달에 한 번씩 다이어리에 목표 제목을 적어 두었는데 정말 나는 서서히 기운을 차렸다. 그리고 새로운 습관이 생겨버렸다. 밤낮이 뒤바뀌고 불규칙적인 생활을 했으며, 극심한 운동부족으로 인해 소화도 잘 안되고 두통에 시달렸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하루에 한번씩 공원을 한바퀴 돌았다. 매일은 못했다. 그저 컨디션이 괜찮을 때만 종종 했다. 그래도 이전에 소화불량이나 두통 같은 것은 바로 사라졌다.


나는 다이어리에 내 일상을 기록하는 것을 참 좋아한다. 하루하루 매일이 똑같고, 30대 후반이 되니 어느새 어제 뭐 했는지 뭘 먹었는지도 잘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래서 하루에 별일이 없어도 다이어리에 일상을 기록하는 습관이 있는데, 참 좋은 것은 다이어리를 보다 보면 내 생활패턴이나 행동방향이 바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6개월의 백수생활에서 내가 어떤 마음가짐이었는지, 이번 달은 무얼 했는지, 이번 주는 뭘 했고, 그래서 하루하루는 어떻게 채워졌는지 보다 보면 반성도 하게 되고, 앞으로의 계획도 생각해 보게 된다. 나의 생활이 한눈에 보이게 되니 하루를 허투루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나는 지금 일도 안 하는데 오늘 하루 어떤 생산적인 일을 하나도 하지 않았을 때는 인생을 낭비한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하지만 나쁜 습관은 이미 켜켜이 쌓여 있어, 머리는 알고는 있지만 금방 생활습관을 바르게 바꿀 수가 없었다. 시험기간에 공부해야 하는 걸 알지만, TV 속 공익광고까지 재밌어지는 유혹에 시달리는 것처럼 늘 마음이 불편했다. 해야 하는 걸 알고 있지만 몸은 안 좋은 습관에 인이 박혀 잘 움직이지 못했다. 행동하지도 못하면서 마음속에 죄책감을 달고 그저 소파에 누워 TV 채널만 돌릴 뿐이었다.


습관이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머리는 알고 있어도 행동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하지만 안 좋은 생활습관을 계속 이어 가다가는 인생이 어디로 곤두박질 쳐질지 뻔히 아는 사실이었다. 라면과 김밥을 제일 좋아하는 내 식사 습관도 문제였다. 매일 인스턴트 범벅인 음식을 먹고, 많이 움직이지 않았다. 알고는 있었다. 이런 것들이 내 몸속에 독소를 만들어 쌓이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맛이 주는 순간의 쾌락을 이기지 못했다. 하루 이틀 나쁜 음식을 먹고 누워있었다고 인생이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게 일주일이 되고 한 달이 되고 6개월이 되면 이미 되돌릴 수 없을 만큼 건강도 정신도 피폐해져만 간다. 트랜스 지방은 쌓이고 쌓여 비만을 만들어 냈고, 밤낮이 바뀐 패턴은 태양을 볼 시간을 매우 적게 만들었다. 극지방에 사는 사람처럼 해를 보지 못하고 하루가 온전히 밤의 연속이 될 뿐이었다. 하지만 한번 인이 박힌 습관을 바꾸는 건 쉽지 않았다.


몸은 참 거짓 없이 솔직해서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무섭고 조용하게, 천천히 독소가 쌓인다. 2주 정도 몸에 안 좋은 음식들을 계속해서 먹으면 여지없이 몸에서 변화가 일어난다. 계단식으로 천천히 쭉 유지되다가 하루 아침에 팍 치고 올라온다. 이 정도 먹었는데도 몸이 똑같네 괜찮네 하다가 하루아침에 1kg 2kg씩 늘어나 있다. 뱃살도 2주 정도면 확실히 눈에 띄게 된다. 오늘 이 정도는 괜찮겠지 했던 것들이 하루하루 쌓이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그래서 내 상태는 상당히 엉망이다. 이미 6개월이 쌓여버렸으니 말이다. 예전에 하루하루 키워놓은 운동신경이 없어질까 봐 무서워서 매일매일 쉬지 않고 운동한 적이 있었다. 늘 좋은 상태를 유지하는 건 힘이 들었고, 애쓰지 않으면 다시 무너졌다. 그게 인생의 진리일지도 모른다.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나면 흩어지는 성질이 있어서 애를 쓰지 않으면 그 상태를 유지하기가 힘이 든다. 깨끗했던 방은 시간이 지나면 어지럽혀지고, 날씬했던 몸은 그대로 내버려 두면 살이 찌게 되고, 좋았던 관계도 방치하면 사라진다. 살아가는데 그 무엇 하나 노력하지 않고서는 흩뿌려지고 사라지고 망가진다. 그대로 두고, 방치하는 것만큼 쉬운 일이 없는데 그대로 유지되질 않는다. 방치하면 할 수록 상황은 안 좋아진다. 지구가 돌고 태양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일까. 시간조차 그대로 둔다고 멈추지 않는다. 그 어떤 것도 그대로 두었을 때 유지 되는 것은 없다. 더 나빠지거나 늙거나 낡아지거나 망가진다. 안간힘을 써서 노력해도 나아 진다기 보다, 그 상태를 간신히 유지하는 것이 다 인 것 같다.


우리는 애초에 그대로 방치하면서 살 수 없는 환경에서 살아간다. 아마도 삶은 백화점이나 공항에 있는 무빙워크 위에 올라가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떤 것을 그 자리에 있고 싶다면 끊임없이 반대방향으로 걸어야 하는 것 아닐까. 심지어 매끄러운 무빙워크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 위에는 돌부리가 엄청나게 뿌려져 있을지도 모른다. 무심히 가만히 서있다가는 시간은 그대로 흐르고 그 위에 돌부리들에 걸려 무수히 넘어져 버릴 것이다. 우리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계속 역행해야 하는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서 좋은 습관은 어렵고 나쁜 습관은 늘 쉽다. 하지만 이 둘의 결과는 처참히 다르다.


다이어리에 쌓이는 나의 생활 패턴들이 오늘 오전, 오후에 무얼 했는지에 따라, 하루가 결정되고, 하루하루가 모여서 일주일이 되고, 한 달이 되고 일 년이 금세 되어버린다. 그리고 그것이 10번 돌면 10년이 되고 그것이 8번 돌면 인생의 막을 내린다. 침대 위에만 누워 밤에 달만 보며 인스턴트만 먹었던 나는 하루가 얼마나 짧은지 적나라하게 체감한다. 종일 누워 핸드폰만 보면서 하루를 보내는 것이 얼마나 쉬운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들이 6개월이 쌓인 지금. 나는 다시 반대 방향으로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방치한 만큼 돌아가야 할 길이 너무 길고 막막하다. 늘 욕심이 가득해서 잃은 것은 많아도 되돌리는 것은 한순간이었음 싶다. 뭐든지 쉬운 것을 먼저 찾게 된다. 하지만 천천히 망가진 삶을 순식간에 되돌릴수 있는 방법은 없다. 오늘 오전을 되돌리고, 오후를 되돌리고, 하루를 되돌리면 금세 일주일이 되고 한 달이 될 것이다. 이런 것들이 쌓였을 때 나는 다시 건강하고 생활패턴은 바로 잡힐 것이다. 한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천천히 나빠진 만큼 천천히 되돌리면 나아지는 것이다. 단 한순간에 나빠지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 카페를 갈 때 걸어서 가보고, 상가 건물의 2층 정도는 걸어 가 본다. 식사할 때 야채를 한 줌 더 먹고, 밥보다 두부를 한 숟갈 더 먹어보자. 한 두 시간 일찍 잠을 청하고 책을 한 줄이라도 읽어본다. 새로운 영어 단어 하나를 한 문장으로 만들어서 하루 종일 중얼거려 본다. 그 정도면 훌륭하다. 많은 것을 한 순간에 이루려 하니까 어렵게 느껴진다. 이런 하루가 쌓여 일주일이 되고 한 달이 되고, 일 년이 되고 내가 된다. 10년의 주기를 8번밖에 돌지 못하는 인간이라고 생각하면 얼마나 짧은 순간들인가 싶다. 조금씩 천천히 좋은 습관 한 개씩이라도 행해보자. 내가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미비한 것일 수록 쉽다. 스스로를 애쓰고 있다고 생각하고, 대단한 걸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 압박으로 금방 포기해 버릴 테니까. 스스로를 속일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천천히 해보자. 그리고 하루하루 한 줄 정도로 하루를 요약하는 다이어리를 쓰고, 1년 동안 쌓인 다이어리를 연말에 보게 될 때 어떤 것이 바뀌어 있는지 한번 살펴보자. 내가 지나온 길이 어떤 습관으로 반복되어 있는지, 그게 곧 1년 후에 나를 만든 것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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