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하면서 느꼈던 땀의 값어치
나는 캠핑 마니아다. 일주일에 꼭 하루씩은 캠핑을 가거나 많이 가면 일주일에 두 번도 갔었다. 시간이 생긴다면 언제든 떠나고 싶을 때 훌쩍 떠나서 텐트를 치는 것을 좋아했다. 자연 속에서 텐트를 치면 하늘이 지붕이 되고 누운 자리가 침대가 되었다. 밤하늘의 별들은 쏟아질 듯 많았고, 계절이 지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으며 가장 조용하고 안락하게 쉴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캠핑에 푹 빠져버렸고,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늘 산으로, 들로, 바다로 떠났다. 모든 짐은 차에 다 실려 있으니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홀연히 떠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었다. 가끔은 친구, 가족들과 떠나기도 했지만 혼자 떠나는 걸 좋아했다. 혼자만의 조용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게 좋았기 때문이었다.
캠핑은 좋지만 가장 큰 단점이 있는데 텐트를 치고, 의자와 테이블을 조립하고 조리도구와 여러 장비를 세팅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나는 욕심이 많아서 장비들은 많았고, 무거웠다. 여자 혼자 움직이는 집을 이고 지고 다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캠핑은 처음 시작 할수록 짐이 많고 무거웠고, 점점 고수가 되면 될수록 단조롭고 가벼워졌다. 늘 스포츠나 레저 장비는 가볍고 작은 사이즈가 가장 비싸다. 그래서 캠핑에 빠질수록 장비도 가벼워지고 내 주머니도 덩달아 가벼워졌다. 하지만 또 작고 가벼운 사이즈일수록 설치하는 게 더 복잡해지기도 한다. 여러 번 접혀 있어서 사이즈가 작아지기 때문이다. 캠핑은 좋지만 장비들을 세팅하고 설치하는 것만큼 귀찮은 것도 사실 없다. 그렇지만 그것 또한 캠핑의 한 부분이다. 그저 그 과정 또한 즐겨야 비로소 캠핑이 마무리된다.
날씨가 좋은 봄가을이라면 텐트 설치- 피칭(pitching)이라고 한다- 하는 것이 그나마 수월하지만 날씨가 조금이라도 더 더워지거나 추워질 때는 난이도가 확 올라간다. 텐트가 아무리 간편하더라도 피칭이 끝난 후에는 땀범벅이 되어 있기도 하다. 큰 텐트를 피칭할 때면 한 겨울에 피칭을 하더라도 땀이 흥건히 날 정도이다. 어렵사리 캠핑 용품을 다 설치하고 나서는 필수 코스가 있는데, 바로 시원한 캔맥주를 하나 따서 들이키는 것이다. 그럼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열심히 땀을 흘린 후 마시는 맥주는 더없이 맛있고 시원하다. 많은 사람들이 이 맛에 캠핑을 한다. 사실 캠핑을 즐겨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해 못 할지도 모른다. 왜 사서 고생을 하지? 벌레도 많고 야외에서 자는 게 불편하고 찝찝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땀을 흘리고 나서 맥주를 마셔야 그 맥주의 제맛을 느낄 수 있다. 하루 종일 백수가 집에서 뒹굴다가 마시는 맥주만큼 맛없는 맥주도 없다. 대부분 그렇지 않은가. 열심히 일 하고 난 뒤 퇴근하고 마시는 맥주 한잔이 하루를 위로해 주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캠핑을 즐겨하는 사람들은 사실 사서 고생을 한다. 고생스럽게 캠핑 장비를 세팅할수록 준비해간 음식은 더 맛있게 느껴진다. 인생이 고단하고 일에 대한 스트레스가 쌓일수록 자연 속 캠핑의 평온함은 더 값지게 된다. 대부분 일상을 벗어나 편안히 쉬고 싶을 때 캠핑을 떠나기 때문이다. 집에 가만히 누워있다고 그것이 쉬는 게 아니지 않나. 집에 있으면 집안일도 눈에 계속 보이고 해야 할 일을 계속 떠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자연으로 떠난 캠핑은 우리에게 피톤치드를 선사해 준다. 그 상쾌한 공기와 풍경, 적당한 온도와 습도가 우리의 정서를 안정적으로 만들어 준다. 숲 속에 들어가 있으면 꼭 숲이 나를 품어주는 것 같이 모든 것이 진정된다. 인간도 자연의 하나라 자연 속에 있으면 평온함을 느끼는 것 같다.
인생은 모두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힘듦이 있다면 평온함이 더욱 소중해기 마련이다. 하지만 평온함 속에서만 있다면 진정한 평온함을 느끼지 못한다. 곧 무료해지기 일 수이다. 그래서 행복하기만 하는 삶을 사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행복함도 순간이라 계속 지속적으로 느끼지 못한다. 불행함이 있어야 행복도 행복이라고 느낄 수 있다. 슬픔이 있으면 기쁨이 있고, 밝음이 있으면 어두움이 있고, 고단함이 있으면 평온함도 있다. 그래서 가끔은 사서 고생을 하기도 하고, 오히려 그 고생을 즐기기도 한다. 캠핑이 그렇다. 그저 피칭을 하는 그 고생스러움도 캠핑의 한 과정일 뿐이다. 캠퍼들이 펜션이나 호텔에 가는 것보다 캠핑을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고생한 만큼 자연에 더 가까이 들어갈 수 있고, 깊이 느낄 수가 있다. 텐트 안에 누워 쏟아지는 별을 그대로 보면서 잠들 수 있고, 저녁에 화로에 불을 붙여 불멍도 할 수 있으며, 덤으로 고기까지 맛있게 구워 먹을 수 있다. 같은 고기라도 자연 속에서 구워 먹는 고기가 얼마나 맛있는지 모른다. 그렇게 조용히 온전히 자연을 그대로 느끼게 된다.
굳이 고생을 해야만 얻을 수 있는 값진 것들이다. 고생은 고난은 그래서 늘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것을 인생의 하나의 과정이라 여기고, 그 이후에 나에게 남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고통 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깨달음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믿는다. 고통이 없고서야 사람은 성장할 수가 없다. 모든 고통은 얼른 벗어나고 싶기 때문에 우리를 더 빠르게 움직이게 하고 변화하게 만든다. 그래서 그 후에 우리는 얻는 것이 참 많다.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리고 그 고통을 지나기 위해 우리는 몸부림치게 된다. 시간이 지난다고 모든 고통이 스스로 지나가진 않는다. 끊임없이 발버둥 쳐야 비로소 지나가는 것들도 있다. 그 소리 없는 몸부림, 발버둥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 지나가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그래서 땀을 흘려 얻은 것들은 언제나 그 값어치를 한다. 그 과정은 힘들지만 그것 또한 즐기다 보면 어느새 세상에서 제일 시원하고 맛있는 맥주를 마실 수 있게 되는 캠핑처럼. 그래서인지 모르지만,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내가 자연을 향해 떠나고 또 떠나는 이유 일지 모른다. 고난을 벗어나 얻는 그 달콤함을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