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번을 넘어지고 나서야 라이딩을 할 수 있었다.

넘어지는 것을 두려워하면 배울 수 없다.

by 양양이

운동을 배우면서 늘 상처가 함께 했다. 로드 자전거를 처음 탈 때도, 스노보드를 처음 배울 때도 그랬다. 온전히 서서 라이딩을 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지금 나의 라이딩 실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나는 지금 스노보드 강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거의 6년 정도 스노보드를 탄 것 같다. 하지만 처음부터 잘했던 것은 아니었다. 나는 오히려 운동신경도 뛰어나지 않았으며, 겁이 엄청 많은 쫄보였다. 제일 낮은 슬로프에서도 스스로 일어나지 못했었다. 그리고 스노보드를 시작하면 가장 먼저 배워야 하는 스킬이 있는데, 그것은 잘 넘어지는 법을 배우는 것이었다. 잘 넘어져야 다치지 않을 수 있었다. 하물며 스노보드는 프로 선수가 되어서도 넘어질 수 있는 종목이다. 그 누구도 넘어지지 않고서는 스노보드를 배울 수가 없다. 넘어질 각오가 되어 있어야 스노보드를 비로소 배울 수가 있는 것이다. 오히려 넘어지지 않으려 애를 쓰면 쓸수록 크게 다칠 수 있는 운동이다. 그래서 초보들은 가끔 실수를 하는데, 나는 보드를 좀 타봤어, 안 넘어질 수 있어라는 자신감으로 보호대를 착용하지 않고 슬로프에 오르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그건 정말 위험한 시도이다. 보호대를 착용하지 않으면 안전장치가 없다는 생각에 넘어지는 게 겁이 나고 두려워, 이상한 방향으로 넘어지게 되고 결국엔 갈비뼈가 부러진다던지, 손목이나 발목이 부러진다던지 어디 한 군데는 반드시 부러 질 수 있다.


로드 자전거를 처음 탈 때도 그랬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자전거를 잘 탔기 때문에 자전거 타는데 자신이 있었다. 바로 탈 수 있겠는데 싶었다. 하지만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로드 자전거는 일반 자전거랑 타는 법이 달랐다. 페달을 굴리는 것은 똑같았지만 자전거가 높아서 발이 땅에 닿지를 않았다. 높은 의자에 앉으면 발이 공중에 붕 떠 있게 된다. 하물며 클릿 슈즈라는 신발을 착용하고 타게 되는데, 그 신발은 페달과 결착을 하는 방식이라, 페달과 신발이 딱 붙어 있게 된다. 넘어진다고 해도 발을 빨리 페달에서 분리하지 못하면 자전거에 붙어 있는 상태 그대로 자전거가 한쪽으로 넘어간다. 그걸 우리는 클빠링 - 클릿을 페달에서 빨리 빼지 못해 넘어지는 것-이라고 불렀다. 그럼 자전거에 깔리는 것이다. 자전거 기어에 종아리가 찔려 살이 움푹 페일 수도 있고, 다리가 부러질 수도 있다. 그건 나에게 공포 그 자체였다. 심지어 이건 맨땅에 넘어지는 거라, 무릎이 성할 날이 없었다. 까지고 부서지고 멍들고를 반복하느라, 35살의 나는 어린아이의 무릎처럼 상처 투성이가 되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넘어질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아예 서 있는 것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무조건 넘어질 각오가 되어 있어야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었다. 넘어질 수 있다는 마음은 공포 그 자체라, 큰 용기가 없고서는 어떤 것도 이룰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처음엔 보호대를 착용하고, 수없이 넘어지는 연습을 먼저 한다. 제대로 넘어지고, 제대로 된 방향으로 넘어져야 크게 다치지 않을 수 있다. 어린 아기가 태어나서 수없이 많이 넘어지고 나서 비로소 걷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자전거를 타고 스노보드를 타는 것은 서른이 넘어서 다시 걸음마부터 배우는 일이었다.


처음부터 선수처럼 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들 넘어지고 까지고 멍이 들면서 무언가를 배운다. 미지의 세계에 도전한다는 것은 그만큼 커다란 용기가 필요하다. 난 처음부터 잘하고 싶어 라던지, 프로선수들을 보면서 저 사람들은 처음부터 잘 탔겠지? 나도 시작만 하면 금세 저렇게 탈 수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그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서 프로 선수가 되었는지, 그 과정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나오는 착오적인 발상이다. 프로 선수들도 매번 넘어지면서 그 다음 스킬을 배웠다. 아무도 넘어지지 않고 무언가 배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넘어지고 나서 다시 넘어질 것을 알면서도 도전하고, 도전하고, 또 도전하며 얻은 결실이다. 심지어 보드나 자전거 타는 사람들은 엄지발톱이 종종 빠지기도 한다. 수없이 멍든 엄지 발톱이 얼마나 많이 빠졌는지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 뿐이다.


사업을 성공한 친구를 보면서, 나보다 운동을 잘하는 사람을 보면서, 여러 가지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는 그 결과에만 집중한다. 그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좌절과 패배를 느끼며 그것을 이겨내면서 얻은 결과 값인지는 알지 못한 채 말이다. 내 체감에 금방 성공한 것 같은데, 엄청 쉬워 보이는데, 그것쯤이야 라고 생각을 한다면 도전해보지 않고 상상만 한 사람의 자만일 뿐이다. 누군가 프로처럼 쉽게 잘하는 것을 본다면, 그 사람의 피땀눈물의 노력이 이제야 빛을 발한 것뿐이다. 첫술에 배부른 것은 세상에 없다. 오로지 넘어지고 또 넘어지며 배운 것뿐이다.


스노보드 강사 자격증을 딸 때까지 나는 수십 수백 수천번을 넘어졌다. 넘어지려 하지 않을 수록 실력은 늘지 않았다. 넘어질 각오를 해야 비로소 과감하게 새로운 시도를 해 볼 수 있었다. 그 두려움을 스스로 극복해내야만 한다. 누가 대신 해줄 수 없다. 혹시 지금도 실패가 두려워 시도도차 못하고 있다면 생각해 보자. 실패를 해보지 않고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수없이 넘어지고 깨지며 배운 것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내 몸에 머슬 메모리가 되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아직 실패가 두려워 망설이고 있는가. 맨몸으로 뛰어들지 말고 안전장치를 착용하고 시도라도 먼저 해보자. 생각보다 괜찮을 수 있다. 원래 상상 속에 공포가 가장 무서운 법이다. 넘어지는 걸 두려워하지 말자. 잘 넘어지는 법을 먼저 배워서, 넘어지면 또 일어나고 또 일어나면 그만이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꾸준히 시도한다면, 언젠가 슬로프에 가만히 서있는 것도 못했던 내가 눈 위에서 점프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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