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운동할 때 장비빨을 세우는 이유

장비빨은 그저 허세와 허영일까

by 양양이

운동할 때 장비빨을 세우는 사람들이 있다. 값비싼 장비를 사서 운동하는 사람들을 말하는데, 어떤 사람은 "장비빨"은 그저 한심한 사람들의 허세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정당한 소비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당신은 어느 쪽인가? 이 글이 끝날 때쯤에는 당신이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되는지 궁금해진다.


이 글을 쓰게 된 이유가 참 재미있는데, 요가를 10년 넘게 꾸준히 하는 친구가 있었다. 그녀의 남편은 소위 운동 마니아였는데, 대학 때 사회체육학과를 나와서 여러 가지 운동을 참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최근 친구가 고민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남편이 골프에 푹 빠져서 골프장을 너무 자주 간다는 것이었다. 친구들과의 작은 대회를 열어 매번 승부를 가리느라 혈안이 되어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집안일에 소홀하거나 하는 것도 아니고, 골프에 대해 소비가 많아질수록 일도 더 열심히 해서 자신이 스스로 골프 비용을 잘 충당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점점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아져서 고민을 하고 있었다. 골프를 왜 그렇게 자주 가야 하는지, 승부욕은 왜 그렇게 높은지, 장비는 왜 이렇게 비싼 것을 많이 사는지 등등의 불만이었다. 친구는 요가를 꾸준히 하고 있지만 다른 운동을 많이 해보지 않아서 이해하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요가를 좋아하지만 비싼 요가복을 잔뜩 모아두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현명하게 자신에게 잘 맞는 적당한 가격의 요가복을 몇 개 사두고 입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그래서 장비를 그렇게 비싼 것을 사는 사람들은 그저 허영심이 강해서 그런 것 아니냐고 나에게 물어봤다. 요가를 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사실 요가복의 기능은 하나뿐이지 않나. 요가하기에 편안하고 땀 흡수가 좋고, 건조가 빠른 통기성이 좋은 재질, 더불어 근육을 잘 잡아주고 내구성이 좋은 제품이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비빨을 세우기에는 요가복은 한계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친구도 굳이 장비빨이라는 것을 이해 못 하는 것 같았다. 하물며 요가는 승부와는 상관없이, 자기 자신의 대한 깊은 성찰을 위해 명상을 하는 정적인 운동이지 않나. 나 역시 여러 가지 운동을 좋아하는 마니아로서 할 말이 너무 많았다. 나를 흥분시키기에 아주 좋은 주제였다.


장비빨을 세우는 이유

1. 사실 보이기 위한 것이 맞다. 초보자인 것을 티 내고 싶지 않아서 이다.


운동을 아예 처음 시작하거나, 여러 가지 운동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운동을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운동의 패턴은 사실 비슷하다. 어느 정도 수준 높은 운동을 이미 해 본 사람은 다른 운동도 금세 배우게 된다.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은 대부분 한 가지 운동만 하지 않는다. 여러 가지 운동으로 확장해서 하는 경우가 많다. 계절의 변화 때문에 시즌을 타는 운동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이번 운동에서는 초보자지만 다른 운동에서는 이미 수준급이기 때문에 초보자로 보이고 싶지 않은 이유다. 그리고 운동 패턴에 익숙해 금세 초보자를 벗어날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허세를 부리고 있는 것도 맞다. 초보자인데 고급장비를 씀으로써 고급자로 보이고 싶은 마음도 있고, 비싼 장비일수록 사실상 "간지"가 난다. 실력면에서도 금전적 문제에서도 말이다. 부자처럼 보이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운동에서는 부자로 보이고 싶은 마음보다는 실력면에서 고급자로 보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장비는 비쌀수록 그만한 기능을 한다. 금세 실력이 향상될 것인데 오히려 초급자 장비를 사고 또 바로 고급 장비를 사면 "이중 지출"이 될 것이 뻔하다. 그래서 한 번에 비싼 장비로 가는 경우가 많다. 러닝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속도계를 달고 타는데 러닝은 손목시계 형태를 많이 쓰고 자전거는 자전거에 부착해서 타는 속도계를 많이 쓴다. 가민(Garmin)이라는 브랜드가 가장 인기가 많은데, 사실 가격이 매우 비싼 편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기승전 가민"이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결국 가민이 성능도 뛰어나고, 여러 기능도 많이 갖추고 있으며 기기마다 연동도 잘된다. 쓰다 보면 가민으로 이중 지출을 할게 뻔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다른 장비를 쓰다가도 결국엔 가민을 사게 될 것이라는 말에서 기승전 가민이라는 말이 생겼다. 결국엔 장비빨을 세우는 이유는 여러모로 간지 때문이다. 운동을 직업으로 하지 않고 취미로 하는 사람들은 간지에 죽고 간지에 산다. 실력이 뛰어날수록 멋있어 보이는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2. 비싼 장비를 사면 무조건 열심히 하게 되어있다.


"운동을 잘하고 싶다면, 일단 장비부터 지르고 와라"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비싼 장비를 사면 그 장비값이 아까워서라도 열심히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동네 헬스장에 1년 치 헬스를 끊어 놓고서도 나가지 않는 이유는 1년이라는 너무 긴 시간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헬스장은 보통 한 달 단위로 회원권을 사는 것보다 3개월이 더 저렴하고, 3개월보다는 6개월, 6개월 끊을 바에 1년 치를 끊는 게 저렴하도록 가격이 설계되어 있다. 그래서 헬스장 입장에서는 장기 고객을 많이 가입시키는 것이 헬스장에는 유리하게 때문에 그런 프로모션을 많이 이용한다. 전에 헬스장 상담실장을 해 보아서 아주 잘 알고 있다. 무조건 1년 회원권을 파는 것이 이득이다. 그리고 장기 고객일수록 열심히 나오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꼭 복리로 먹고사는 은행의 원리와도 비슷하다. 돈을 지불한 헬스회원들이 전부 착실하게 헬스를 하러 나온다면 그 헬스장은 곧 망할 것이라는 우스개 소리도 있지 않은가. 사람들은 내일도 내일모레도 할 수 있는 것을 오늘 굳이 하지 않는다. 너무 긴 기간은 한정적이라고 생각을 못하고 무한정인듯한 착각을 한다. 현생이 힘들고 바쁠수록 미루고 미룬다. 헬스는 운동을 좋아서 다니는 사람도 있지만 건강을 위해 억지로 끊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1년짜리 헬스 비용은 터무니없이 저렴한 곳이 많다. 그래서 안 간다고 해도 자신이 손해 보는 비용이 적다 보니 내일로 자꾸만 미루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골프나 로드 자전거처럼 고가의 운동을 할 때는 말이 다르다. 장비 비용이 몇백만 원부터 몇천만 원에 이르기까지 한다. 이런 비싼 장비를 사두고 이 운동을 즐기지 않으면 나에게 떨어지는 손해 비용은 아주 막심하다. 몇백만 원짜리 골프 클럽을 사두고 집에만 보관하고 있다면, 골프채를 보는 순간마다 죄책감이 느껴진다. 장비 값이 아깝다는 생각에 집 앞에 스크린 골프라도 쳐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하다 못해 레슨을 받게 되면 레슨비가 얼마나 아깝게 느껴질까. 그래서 더 열심히 하게 되고, 열심히 할수록 더 잘하고 싶어진다. 참 아이러니한 심리이다. 저렴하면 부담을 덜 느껴 더 마음 편히 운동할 것 같지만, 사실은 비싼 비용을 지불할수록 열심히 하게 된다. 저렴한 운동 투자 비용은 손해 비용도 적다는 생각을 들게 해, 운동에 대한 안일한 마음에 빠지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얻는 이득보다, 잃을 손해에 더욱 집중하는 소비심리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3. 실제로 비싼 장비는 그 값어치를 한다. 어느 정도의 고급장비는 운동의 효율을 높여준다.


운동장비는 초보자용, 중급자용, 고급자용, 선수용 이런 식으로 실력에 대비해 가격이 점점 비싸진다. 그리고 그 장비의 기능도 월등한 차이를 보인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실력이 늘 수록 비싼 장비를 사게 되는 건 어쩔 수없다. 실력에 맞는 장비를 사야 점점 더 실력이 좋아지고, 운동의 효율성을 극대화시켜 준다. 무턱대고 멋있어 보인다고 해서 비싼 장비를 살 순 없다. 초보자인데 선수용을 사는 것은 사실 사치가 맞다. 그 정도까지는 필요가 없다. 자신에 실력에 맞은 장비를 사면 된다. 비싼 장비를 사는 이유는 명품가방을 사는 이유와는 다르다. 명품 가방은 확실한 사치품이 맞다. 사실 가방은 물건을 담고 다니는 용도 아닌가. 용도로만 보았을 때는 에코백이나 명품백이나 기능이 다르지 않다. 다만 디자인이나 브랜드값어치에서 차이를 보인다. 운동 장비도 당연히 브랜드에 따른 가격차이는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그에 따른 합당한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값도 싼데 기능이 좋다면 아마도 불티나게 팔릴 것이다. 이것이 사치품과는 다른 이유이다. 운동장비는 무조건 비싸다고 다 좋은 것은 사실 아니다. 하지만 값이 싼데 기능이 좋은 것은 사실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기능이 더 첨가되었는데 더 싸다면, 어떤 특별한 기술이 개발되지 않는 이상 불가능 하다고 생각한다. 운동장비의 가격은 기능의 가격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고급자용 이상이 되면 사실 명품가방을 사는 이유와 같아진다. 기능이 비슷하지만 디자인이나 브랜드 값어치에 따라 가격이 정해지기 때문에 과도하게 비싼 장비는 사실 나도 권하지 않는다. 취미로 운동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각자 자신에게 맞는 소비를 권장한다.


내가 생각한 것은 위에 세 가지 정도이다. 하지만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장비빨을 세우는 데에는 또 다른 여려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 결국에는 각자 자신의 소득과 실력에 맞는 소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운동은 사실 중독성이 엄청나다. 운동을 잘하면 건강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들에게 인정도 받을 수 있으며, 열심히 하다 보면 매번 실력이 늘어 성취감을 얻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일상생활에서는 느낄 수 없는 도파민 폭발 그 자체이다. 익사이팅하거나 정교한 스포츠일수록 그 느낌은 더하다. 정정당당한 승부를 가리는 종목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잠재되어 있는 사람의 승부욕을 자극한다. 그리고 남성들이 승부욕이 더 높은 이유는 강한 수컷이 가장 높을 서열을 차지하는 동물적 감각도 무시 못할 일이다. 남성들이 스포츠에 미치는 데에는 이런 동물적 본능도 분명 한몫할 것이다. 게임도 이러한 승부를 가린다는 이유에서 남성들이 열광하는 것이고, 이제는 게임도 E-스포츠로 불리지 않나. 하지만 분명 방 안에서 하는 게임보다 밖에 나가 운동이 되는 스포츠를 즐기는 것이 더 건강하지 않은가. 닌텐도의 라이벌이 나이키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여성들도 잘생긴 남성에게 잘보이기 위해서 자신을 꾸민다기 보다, 여성들끼리 있을때 더 외모에 신경쓰게 될 때가 있지 않은가. 오묘한 여성들의 기싸움 때문이거나, 본인 만족을 위한것이 더 크다. 남자들의 운동 승부욕도 이와 다르지 않다.


더불어 신체도 건강해지는데, 정신까지 건강해지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는다. 함께 하는 스포츠는 협동심, 리더십, 사회성, 성취감까지 길러주기 때문이다. 오로지 내가 노력해야만 얻을 수 있는 건강한 땀의 가치이다. 하지만 늘 적당히가 가장 어렵다. 적당히의 기준은 각자 다르겠지만, 적당한 빈도수와 적당한 소비가 운동을 오래 즐길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각자의 소비 성향의 문제겠지만, 정확한 건 비싼 장비일수록 되 팔 때 제값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하나 추가 보려고 한다. 싼 장비는 되 팔기가 어렵다. 그래서 나의 경우는 비싸고 인기 있는 장비일수록 오히려 중고거래가 쉽기 때문에 어차피 고급레벨로 올라갈 때 드는 이중 지출도 줄이고, 남들이 선호하는 인기 있는 브랜드를 사는 편이다. 이것은 지극한 나의 개인적인 소비성향이다. 혹시나 운동을 너무 좋아하는 남편을 둔 아내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이 글을 썼지만, 도움이 됐는지는 잘 모르겠다.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너무나 공감할 이야기지만, 운동에 관심 없는 사람들은 여전히 돈 낭비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운동 장비빨의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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