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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호정원 파란 Apr 23. 2024

'숨은여'에 가면 빨간 물꽃이

산호탐사대02_ 문섬 숨은여와 새끼섬 서쪽 직벽 '몰망'

서귀포 문섬은 본섬과 새끼섬으로 이뤄졌는데, 본섬 북쪽 면에 불턱 포인트가 있다. ‘불턱’은 물질하던 해녀들이 추위를 피하려 불을 피웠던 자리이며, 문섬을 찾는 스쿠버다이버에게는 나침반과 같은 곳이다. 밀물과 썰물의 흐름에 따라 새끼섬 직벽~불턱, 불턱~한개창 방면을 오가며 연산호 군락지의 수중 비경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곳은 관광잠수함이 수중 운항하는 곳으로 다이빙을 할 때 관광잠수함과 암반 사이에 끼이지 않도록 특별히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서귀포 문섬은 서귀포항에서 불과 500미터 정도 떨어진 무인도로 본섬과 새끼섬으로 이뤄졌다.


서귀포 문섬 '불턱' 앞 '숨은여'


‘숨은여’는 불턱 바로 앞 수중에 있다. 깊이 10미터 바닥에서부터 수심으로 선박 접근이 어렵기 때문에, 다이빙을 마치면 숨은여에서 북쪽으로 치고 나와서 선박에 올라야 한다. 서귀포 문섬의 산호충류는 이곳 숨은여를 관찰하면 대강의 현황과 변화를 추측할 수 있다. 분홍바다맨드라미, 큰수지맨드라미, 밤수지맨드라미, 자색수지맨드라미, 검붉은수지맨드라미, 흰수지맨드라미 등 연산호류, 빨강별총산호와 꽃총산호 등 총산호류, 해송과 긴가지해송 등 해송류, 빛단풍돌산호와 그물코돌산호 등 열대 경산호류, 둔한진총산호 등 진총산호류, 호리병말미잘, 띠녹색열말미잘, 큰산호말미잘, 폴립집게말미잘 등 말미잘류, 그리고 각종 돌산호류를 수심에 따라 관찰할 수 있다. 숨은여 위쪽은 감태 군락이 자리하고, 수중 암반의 틈새마다 각종 성게류, 갯민숭달팽이, 고둥과 문어 등 다양한 생물상을 볼 수 있다. 다큐멘터리 '물꽃의 전설'을 촬영한 곳이 문섬 숨은여 연산호 꽃밭이다. 아흔이 넘은 해녀 삼촌은 "들물여에 가민 뻘겅헌 물꽃이 부에가 난"이라 회상한다.

문섬 숨은여에서 확인되는 연산호류, 해송류, 진총산호류 등


문섬 숨은여는 제주 바다만의 특별한 형형색색 ‘연산호 군락지’로서 손색이 없지만, 최근 기후위기가 초래한 수온 상승으로 상당한 변화가 예측되는 곳이다. 숨은여의 연산호 군락 현황을 기록하고, 특히 기후변화 지표종 연산호인 밤수지맨드라미를 특정해 추적해도 좋을 것이다. 최근 제주 바다를 무서운 속도로 점령하는 빛단풍돌산호와 그물코돌산호의 확산 경향도 숨은여를 관찰하는 좋은 자료이다. 또한, 각종 돌산호류가 발견되며, 돌산호 백화현상도 종종 확인된다. 전문 연구자에 의한 돌산호 분류와 백화현상의 원인 조사도 필요하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고 살핀다면, 각종 미기록 산호충류가 확인될 것이다.

돌산호 백화현상


문섬 새끼섬 남서쪽 직벽 ‘몰망’


문섬 새끼섬은 문섬 본섬의 북동쪽 어깨 위에 있는데, 북서에서 남동 방향으로 길이 100미터, 폭 40미터 정도 크기의 바위섬이다. 정면에서 보면 설악산 울산바위를 한 조각 옮겨놓은 것처럼 뾰족하고, 위에서 보면 반달가슴곰 쓸개처럼 자루 모양이다. 새끼섬 남서쪽 직벽은 북쪽으로 수심 6~7미터인데 남쪽으로 가면서 서서히 깊어져 수심 15미터 정도된다. 문섬 본섬과 새끼섬 사이는 둥근 바윗돌이 바닥에 깔려있고, 거센 파도와 너울로 이리저리 굴러다니기도 한다. 따라서 산호 등 부착 생물이 자라기 힘든 지형이다.


이곳은 ‘몰망’ 포인트로 잘 알려져 있던 곳이다. 몰망의 ‘몰’은 모자반이며 '몰망'은 모자반숲을 의미한다. 모자반은 제주의 전통음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식재료인데, ‘몸국’은 모자반을 돼지뼈와 푹 고아서 만든 국이다. 모자반은 늦가을 포자를 퍼트려 겨우내 쑥쑥 자라고 수온이 올라가는 봄이 되면 부착돌기가 떨어진다. 서귀포 문섬과 범섬 일대는 모자반 서식지로 잘 알려진 곳이 여럿 있는데, 그 중에서도 문섬 새끼섬 몰망이 가장 유명하다. 겨울과 봄, 이곳을 찾은 스쿠버다이버는 수심 15미터 만큼 쭉쭉 뻗은 모자반숲을 양팔로 해치며 다녀야 할 정도로 빽빽하였다.

2018년 문섬 새끼섬 '몰망'
2024년 문섬 새끼섬 '몰망'

그런데, 최근 기후위기에 따른 수온상승으로 제주 바다가 들끓고 있다. 한반도의 기후위기는 쿠로시오와 대마난류를 따라 제주 바닷속부터 찾아온다. <파란>이 촬영한 영상을 보면 2018~2019년도 몰망은 2020년 이후에 자취를 감췄다. 2024년 3월 산호탐사대 때 확인한 몰망은 모자반 한두 줄기가 듬성듬성 위태롭게 있었을 뿐이다. 가설을 세우자면, 2019년 이후, 사계절 중 수온이 가장 높은 때인 8월의 평균 수온이 25℃ 이상 올라간 2019년 이후로 문섬 새끼섬 모자반은 포자를 퍼트리지 못하고 삭아 녹아버린 듯하다. 문섬과 범섬의 모자반 서식지에 관한 자세한 연구조사가 필요하다.


문섬 새끼섬 남서쪽 직벽 ‘몰망’의 산호 서식은 주로 직벽 암반을 중심을 확인된다. 직벽의 아랫부분에는 꽃가시산호, 맵시산호, 민가시산호, 연산호류가 있고, 빛단풍돌산호, 별빗돌산호, 거품돌산호 등 돌산호류가 서식지를 확장하고 있다. 또한 기후위기가 초래한 해양환경의 변화로 아열대, 열대 해양생물이 유입이 두드러지게 확인되는데, 해양생물의 변화를 추적하는 작업도 의미 있는 일이다. 문섬 새끼섬 일대는 빨강불가사리가 주로 확인되는데, 3월 산호탐사대 때, 새롭게 확인된 불가사리류도 있었다. 

제주에서 처음 만난 불가사리, '넌 누구냐'
문섬 '숨은여'에서 확인된 다양한 돌산호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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