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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꿈맘 Jul 08. 2021

할머니 할머니 사랑하는 우리 할머니

국민학생 시절 나의 머리는 늘 똑 단발머리

1988년 나는 국민학교 3학년 손아래 여동생은

국민학교 1학년 남동생들은 6세 5세 때쯤에

추억을 되짚어 보며~~~


친할머니께서 보자기와 손때 묻은 옛날 재단 가위를

들고 오신다

나는 시골집 뚤방(토방의 방언_전남) 한쪽 모퉁이께에 자리를 잡고

쭈그리고 앉아서 할머니가 머리카락을 잘라주시기를

기다리고 있다

할머니가 내 어깨 위로 보자기를 둘러 주시면 나는

고개를 최대한 푹 숙이고

할머니는 옛날 재단 가위로 쓱싹쓱싹 까만 돼지털 머리

내 머리카락을 반듯하게 잘 잘라주신다

머리카락이 미끄러운 보자기를 또르르 미끄럼을 타며

방 아래로 다이빙을 한다


어린 시절 할머니는 우리 사 남매 머리카락을

잘라 주셨다 엄마가 가끔씩 우리들 머리카락을

잘라 주시기도 했지만

거의 할머니께서 잘라 주셨다

할머니께서는 뭐 특별하게 기술을 배우신 것도

아니신데 그렇게나 꼼꼼히 우리들 머리카락을

잘 라주셨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우리 할아버지의 머리카락도 할머니께서 박박  밀어주셨다 우리 집 남동생들 머리카락도 마찬가지로

할머니께서 박박 밀어주셨던 기억이 난다

어르신들 머리카락 짧게 밀어 드리는 옛날 머리 미는 기계라고 해야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 시대에 클리퍼 비슷한 그런 기계가 집에 있었다


국민학교 다른 친구들은 예쁘게 예쁘게 머리카락을

길러서 예쁘게 묶기도 하고 예쁘게 땋아서 다니기도

하는데 왜 나와 여동생은 늘 짧은 단발머리를 해

주셨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짧은 단발 머리만 하다가

국민학교 5~6학년 때 처음으로 어깨 정도까지

길러서 까만 고무줄로 묶어도 다녔었다 그러다가

중 고등학생 때는 학교 규정이 턱선 아래로 몇 센티

단발머리여서 또 중 고등학생 다니는 6년 동안

단발머리를 계속하게 되었다


국민학생 시절에는 그때 당시에 시골 아이들 머리에 머릿니가 많이 생기기도 했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늘 시골집에는 어느 집에를 가나

빗살이 촘촘한 참빗이 2개 정도는 꼭 가지고 계셨다

머릿니가 생기기라도 하는 때에는

고개를 숙이고 빗살이 촘촘한 참빗으로

쓱쓱 빗질을 하면 방바닥으로 까만 이가 두두둑

몇 마리씩 떨어지기도 했다

머릿니가 생기면 이가 머리카락에 하얀 알을 낳아서

그것도 참빗으로 빗어내고 안되면 손으로 일일이 빼서 톡톡 터트려서 잡아내야 했다


그런 머릿니 때문에 그랬을까

여름이면 아이들이 땀을 많이 흘리기도 하고

머리카락을 단발로 짧게 자르면

머릿니가  더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머리카락이 길어지면 지저분해 보이고 관리도

잘 안되고 그것도 이유였을지도......


나는 어렸을 때 머리카락을 똑 단발로 짧게 자르는 게

정말 싫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 할머니께서

우리들의 머리카락을 정성스럽게 잘라 주셨던 게

이렇게 귀한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어서 너무나 좋다


국민학생 3학년 때 나는 내 앞머리를 호섭이 머리처럼 가위로 자른 적이 있다

호기심에 그랬던 것 같다


우리 집 삼 남매 아이들은 나에 열 살 나이보다

애기 때 5~6살쯤에 종이 자르는 가위로

자기들 머리카락 몇 번씩 쓱싹 잘라서 땜빵 난 것처럼

까치 머리처럼 그랬던 적이 몇 번 있기도 했다

아이들은 어렸을 때 호기심 때문인 것 같다


내 나이 열 살 초가을 저녁쯤 시골집 아랫목에

장작불을 때는데 장작불에다가 집에 있는 젓가락을

가지고 와서 불씨가 조금 남아있는 장작불에다가

젓가락을 달궈서 머리카락에 파마를 한다며

뜨겁게 달궈낸 젓가락에 머리카락을 몇 가닥 잡아서

돌돌 말아서 땡글땡글 하게 파마머리를 만든 적이 있다

여동생이랑 둘이서 그렇게 하다가

머리카락을 군데군데 몇 번 태워 먹은 적도 있었다


그렇게 그 가을쯤 가을소풍 가기 전에

어는 날 나는 엄마 따라서 시골 장터에 있는

미용실에서 커트 머리로 한번 자른 적도 있다

그래서 국민학교 3학년 가을소풍 때 사진 속에

나는 짧은 커트머리를 하고 세상 순둥순둥

순한 얼굴을 하며 추억 속에 사진을 간직하고 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서 내가 국민학생 4학년 때쯤

어느 날 엄마한테 파마를 하고 싶다고 고집 고집을

부려서 시내에 있는 어느 미용실에서 어느새

커트머리에서 길러진  짧은 단발머리를

또 뽀글뽀글 파마를 해보기도 했다

그렇게 나의 추억 속에 한편에 자리 잡고 있는

기억들을 소중하게 잘 간직하며

할머니께서 표현은 하지 않으셨어도

우리들을 얼마나 귀하게 생각하셨었는지

지금에서야 깨닫게 되었다

할머니 사랑하는 할머니 큰 손녀딸이

할머니 많이 많이 사랑합니다

할머니 살아생전에 사랑해요 라는 표현도

잘 못 해 드렸네요 우리 할머니 사랑합니다

저희 사 남매 잘 보살펴 주셨던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너무너무 보고 싶고 그립습니다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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