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도 수업이 됩니다

by 스마일한문샘

재작년 이맘때 5:11 기상. 온라인 새벽기도회 실시간으로 하고 밤부터 안 되던 공유기 고치려다 '그냥 사자!' (14년 썼습니다.) 당장 큰아이 원격수업이 걸려 담임선생님께 전화드리고 등교맞이 지도하고 1교시 수업했습니다. 둘째가 배 아프대서 편의점 죽 사오고 등교길에 막내 등원 부탁하는데 얼마나 미안하던지요. (평소에는 아침 30분 육아시간을 썼습니다.)

두근두근 급식 시간. 단호박에 구운 마늘, 양파, 깻잎... '혹시 고기?' 대패오리구이에 떠먹는 요구르트까지! 우렁된장국 곁들여 앉으면서 "아침 못 먹은 것까지 먹는 것 같아요!" 치유받는 밥상이었을까요. 5, 6교시 원격수업 때 부쩍 말이 잘 나왔습니다. 아침에 있었던 일을 간단히 풀면서 덧붙였습니다. 오랫동안 못 먹던 사람들이 만덕 할망 쌀 준다는 소식 듣고 구름같이 모였을 때, 쌀 받고 밥 받아 기분좋게 먹고 만덕의 은혜를 칭송할 때 어떤 마음이었을지.


2학년 16, 17과는 다른 단원보다 한자가 어렵습니다. 한시 단원이 순한맛이라면 형제투금과 김만덕 단원은 매운맛이라고 할까요. 아이들이 부쩍 지쳐 보이고 비디오 끈 친구들도 많은 날, 수업 중반쯤 물었습니다.

"BTS가 얼마 전 <버터> 신곡을 냈지요. BTS 멤버 모두 몇 명이죠?"

"7명이요."

"혹시 지민 전공이 뭔지 아시는 분?"

"창작무용이요."(역시!)

"어제 BTS에 대한 글 읽다 재미있는 부분을 찾았어요. 지민이 중2 때부터 팝핀댄스 했고 고등학교 전공이 무용인데 리드보컬 하기 위해 엄청나게 연습하고 노력했다고 합니다. 다른 멤버들도 랩, 댄스, 작곡 다 잘하려고 뼈를 깎는 노력을 했고요. 줌 수업은 자기와의 전쟁이고 한자 쓰고 외우는 것도 어렵지만, 하기 싫은 부분을 반복해서 할 때 더 잘할 수 있답니다."


목요일 두 반에서 시간이 모자라 못한 말이 있었습니다. 금요일 수업 때 진도 빨리 빼고 털어놓으며 어린 날 은사님 말씀을 떠올렸습니다. "고등학교 때 한문학과에 가고 싶었는데 한문선생님께서 한문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영수랑 모든 과목을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수학을 잘 못했지만 어렵고 하기 싫어도 공부하다 보니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을만큼 성적이 올랐습니다. 한자 외우는 거, 복잡한 한자 쓰는 거 어렵죠. 하기 싫고 잘 안 외워져도 꾸준히 반복하다 보면 점점 더 잘 외울 수 있을 거예요."


* BTS 관련 이야기는 『CHANGE 9』(최재붕, 쌤앤파커스, 2020.) 267~270쪽을 요약했습니다.

* 사진은 고2 봄날 서지학과 성운학이 무엇인지 여쭈었을 때 한문선생님 말씀입니다. 고1 담임에 평가 담당이라 한참 바쁘셨을 텐데, 인터넷 없던 시절 자료 찾고 한 자 한 자 쓰느라 얼마나 애쓰셨을지... 마지막 문단이 포인트입니다. (199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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