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은 없다

by 스마일한문샘

8년 전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아이들과 서울에 다녀왔습니다. 경복궁도 가고 인사동도 가고 여러 곳 다니다 아이를 꾸중할 일이 있었습니다. 다음 날 수업 가니 "샘, 밖에서 애 그렇게 혼내지 마세요." 얼마 전 길에서 아이와 통화하다 목소리가 올라가는데 뒤에서 졸업생이 "샘! 안녕하세요?" 두고두고 '이불킥'*하고 싶은 일, 스스로를 조심하게 하는 순간입니다.


더 오래 전 첫째와 둘째가 꼬꼬마일 때, 크리스마스 이브에 남편이 피자를 주문했습니다. 두 아이 다 아토피라 애들 자면 먹으려고 아껴 두었건만 그날따라 둘이 돌아가며 깼습니다. 한번은 큰 아이들 태권도장 가고 막내 잘 때 꼬북칩 먹다 "엄마, 우리 몰래 꼬북칩 드셨죠?" 결국 "다시는 몰래 꼬북칩을 먹지 않겠다"는 각서에 싸인해야 했습니다.


20대 초반에 배운 "군자필신기독야(君子必愼其獨也)"를 아껴 읽습니다. 『대학』 전(傳) 6장, 군자는 반드시 그가 혼자 있을 때를 조심한다는 말씀. 『중용』 1장 "막현호은(莫見乎隱), 막현호미(莫顯乎微)." 여덟 글자도 수첩에 꼭꼭 담아 옮깁니다. "숨은 일보다 잘 드러나는 것이 없고, 작은 일보다 잘 나타나는 것이 없다." 다섯 글자로 줄이면 "비밀은 없다"!


가끔 학생들에게 말합니다.

"온라인에서 한 모든 일은 흔적을 남깁니다. 페메*나 DM*, 밤늦게 막 썼다 아침에 지운 글이 박제*되어 두고두고 흑역사로 남을 수 있어요. 학폭 연예인, 유명한 사람들이 오래 전 멋모르고 쓴 글에 발목을 잡히기도 하지요. 화장실 가서 남몰래 한 뒷담화도 다른 친구가 들을 수 있어요. 어떤 일을 하든 조심하고 또 조심하세요."

하루를 마무리하며 다시 한 번 새깁니다.


* 이불킥(-kick) : 자려고 누웠을 때 부끄러운 일이 생각나 이불을 걷어차는 일입니다.

* 페메 : 페이스북 메시지.

* DM : 인스타그램의 다이렉트 메시지(Direct Message).

* 박제 : 인터넷, 방송, SNS에서는 본뜻과 달리 어떤 일을 화면 캡처, 사진 또는 PDF 파일 저장 등의 방식으로 정리하여 여러 곳에 게시한다는 뜻으로 쓰입니다.

고마운 브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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