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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한문샘 Mar 17. 2024

2024 종두득두(種豆得豆) : 공부는 남는 것

2학년 8과. 종두득두(種豆得豆) PPT 띄우고 "이번에는 여러분이 빈칸을 채워 보세요."
"콩. 콩."
"정답! 그 다음은?"
"뿌린." "심은."
"둘 다 맞아요. PPT엔 '심은'으로 했습니다."
PPT 넘기고 혹시 안 보이는 학생이 있을까 싶어 칠판에도 '콩, 콩, 심은'을 씁니다.

"교과서 63쪽을 보세요. 오른쪽 아래에 농부가 무언가를 거두는 그림이 있지요? 잘 보면 콩꼬투리와 콩이 보입니다. (학생들끼리 "어! 그러네") 콩을 심었는데 팥이나 오이가 열리는 일이 있을까요?"
"없어요."

"잠시 1학년 때로 돌아가 봅시다. ㅇㅇ이는 전학 왔으니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할게요. 1학년 때 포트폴리오를 책으로 만든 과목이 두 개 있었죠. 뭐였죠?"
"한문이요."
"하나 더 있을 텐데?"
"아~ 영어요."
"한문 포트폴리오가 두꺼웠어요, 영어가 두꺼웠어요?"
"영어요."

"영어 포트폴리오 맨 앞장 보면 도장판이 있었지요. 칸마다 영어 문구가 있고(학생들, "맞아맞아") 1~4반 ㅇㅇ샘, 5~6반 ㅇㅇ샘께서 1학년 끝나기 직전까지 검사하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맞나요?"
"네~"​
"포트폴리오 많이 쓰고 잘 쓰면 도장 많이 받고 많이 안 쓰거나 안 쓰면 점수가 안 좋았지요?"
"네."

"이번에는 단어 시험. 공부하면 잘 보고 공부 안 하면 잘 못 볼 때가 많았지요?"​
학생들이 끄덕끄덕.​
"그러면 공부 열심히 했는데 시험 잘 못 볼 수도 있나요? 있습니다. 그날 하필 안 외운 단어만 나올 수도 있고, 단어를 외웠는데 생각이 안 날 수도 있어요. 시험 앞두고 감기 걸려 약 먹다 졸려서 기억이 가물가물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공부한 건 차곡차곡 여러분 안에 남습니다. 그러다 때가 되면 생각지 못한 곳에서 꽃을 피우지요."

"저는 임용고사를 세 번 떨어졌어요. 도서관에서 1년 내내 공부한 적도 있고, 돈이 없어 일하면서 공부한 적도 있어요. 어느 해는 커트라인 가까운 점수로 떨어지기도 했는데, 공부한 게 쌓이니 다음 시험 볼 때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심은 대로 거둔다는 말이 당장은 멀어 보이지만, 인생을 길게 보면 어느 정도 맞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나머지는 다음 시간에 하겠습니다.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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