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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한문샘 Mar 26. 2024

덕분에 올해도

"안녕하세요? 일찍 오셨네요!"
"1학년 표지 조금 더 밝은 색으로 했어요."
2교시 마치고 올라오다 인쇄소 사장님을 뵈었습니다. 2021년 2학기부터 올해 4년째. 학교 교육과정 안내자료 맡기는 곳에 한문과 부교재 부탁드리면서 매번 고마웠는데, A4용지 상자에 빼곡하게 담긴 책이 반짝반짝 빛납니다.

부교재 초안 나오면 사장님께 메일로 한글 파일을 드리고 견적서를 받습니다. A4용지 30~40쪽 분량이라 첫해는 권당 2000원, 제작비가 오르고부터는 2200원 정도 나옵니다. 품의 올려 교장선생님까지 결재 완료하면 제작 시작! "올해는 1, 2학년 표지가 똑같던데 맞나요?" 궁금한 점 있으면 바로바로 물으셔서 든든합니다.

학기마다 부교재 만드는 일이 만만치 않지만 계속할 수 있었던 건 인쇄소 사장님 덕분입니다. 책 만드는 첫해 "학생들이 한자를 연필로 쓰나요? 볼펜으로 쓰나요?"까지 물으셔서 연필 글씨 쓰기 좋은 종이로 맞춰 주신 사장님. 다른 과목 선생님들께서 "한문 포트폴리오 어디서 하셨어요?" 문의하실 때 선뜻 추천해 드리는 것도 그간 쌓인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후 수업 시간에 부교재를 나누어 주었습니다. 새 책 앞에서 새 학기 첫날마냥 정갈해지는 아이들 앞에 저도 새 마음으로 수업을 엽니다.
"늘 좋은 교재 만들어 주셔서 제가 더 감사드립니다."
사장님 문자메시지에 답장 드리면서 여섯 글자가 떠올랐습니다. '덕분에 올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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