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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한문샘 Mar 21. 2024

지나고 나면 웃음이 되는

7교시에 복도 창문 너머 여러 명이 기웃기웃.
'종 친 지 꽤 됐는데 누가 이렇게 왔다갔다하지?'
살짝 앞문 열어 보니 "선생님!"
올해 졸업생들이 고등학교 교복 입고 까르르 웃습니다.
수업 마치고 퇴근 준비하려니 아까 그 아이들이 쪼르르. 단축수업이라 선생님들 뵈러 왔답니다.
"제 이름 기억나세요?" "ㅇㅇㅇ(학생 1)이지."
"저는요?" "ㅇㅇㅇ(학생 2)."

"저는요?" "ㅇㅇㅇ(학생 3)."
"저는요?" "ㅇㅇㅇ(학생 4)이잖아. 동생들 보러 왔어?"
"어떻게 아셨어요?" "ㅇㅇ이, ㅇㅇ잖아."
"우와 샘!"
"ㅇㅇ이(학생 2의 오빠) 잘 있지?"
"ㅇㅇ(학생 3의 언니)는 잘 있고?"
초콜릿 병 털었더니 이야기가 길어집니다.

"고등학교 어려워요."
"중학교로 돌아가고 싶어요."
"중학교 한문수업 좋았어요! 학습지 하나 가져가도 되나요?"
"학습지 책으로 만드는 거 다음 주에 나와."
"저희 때 후배들에게 줄 한문 잘하는 법 썼잖아요.  어떻게 썼어요?"
"어디 보자...... 너희가 쓴 거면 2023년 2학년 1학기 부교재에 있을 거야."
노트북 화면에 '선배들이 말하는 한문 잘하는 방법' 띄우니 "내가 어떻게 썼는지 모르겠다." 깔깔깔 킥킥킥.

개학 3주차, 여러 일로 상담 많은 날 졸업생들 덕분에 퇴근길이 가벼웠습니다. 아이들 만나고 부대끼는 하루하루가 때로는 버겁지만 지나고 나면 웃음이 되는, 작고 아담한 꿈을 꿉니다.

찬바람 사이로 돋아나는 목련. (2024.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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