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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한문샘 Apr 12. 2024

망한 수업 대처법

모든 수업이 맑음이면 좋겠건만 가끔 잘 안 풀리다 못해 '망했다!' 싶은 날이 있습니다. 준비 많이 했는데 학생들과 안 맞은 날, 여러 이유로 계획한 내용을 잘 전달하지 못한 날, 뜻밖의 부분에서 구멍 숭숭 뚫린 날은 힘이 쭈욱 빠집니다. 그래도 학교 밥(?) 15년 먹다 보니 나름 대처법이 생겼습니다. 교직 초기보단 조금 단단해졌다고 할까요.

일단 교무실에 와서 마음을 가라앉힙니다. 수업 많은 날에는 다음 수업을 위해 희극배우 모드로 얼굴 표정 가다듬고, 다행히 공강이면 자잘한 간식으로 당을 충전합니다. 수업 안 된 이유가 학생에게 있을 경우 동료 선생님들과 애환을 나누면서 실마리를 찾아갑니다. 학생 불러 지도하고 시린 감정 풀어가는 일은 쉽지 않지만, 날이 가고 달이 가며 자라가는 선배들을 보았기에 긴 안목으로 지켜보려 합니다.

수업 준비에 아쉬움이 있거나 열심히 준비했는데 학생들이 어려워했다면 상황에 맞게 보완해야 합니다. 학생들 성향이 다양해서 같은 수업이라도 반에 따라 달리 풀어야 할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애매하게 설명한 부분은 공강 시간에 꼭 찾아 다음 수업 때 보충하고, 1교시와 7교시, 이동 수업 다음 시간에는 진도를 조금 천천히 나갑니다. 졸음방지 퀴즈, 한문수업 뽑기 같은 소소한 활동을 곁들이기도 합니다.

망한 수업이 어쩌다 한 번이면 그나마 나은데 어떤 날은 융단폭격처럼 바바방 찾아옵니다. 그런 날은 퇴근해서 좋아하는 반찬이나 간식 먹고 틈틈이 책 읽거나 블로그 글을 씁니다. 오늘도 저녁 햇살 받으며 <질풍가도> 듣고 짜장라면 끓이고 설거지하고 스마트폰 자판을 두드립니다. "한번 더 나에게 질풍 같은 용기를 거친 파도에도 굴하지 않게~" 가로늦게 안 노래가 글 쓰는 내내 배경음악처럼 찾아옵니다.

받들어 꽃! (2024.4.10)


* <싱어게인3> 74호 가수의 <질풍가도>입니다. (JTBC 2023.11.9)

https://youtu.be/O4l4fG8gWg0?si=F4UEyU6ogDvNG-j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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