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병(?)인지 저는 아이들 이름에 관심이 많습니다. 한자로 자기 이름을 가뿐하게 쓰고 부모님께서 이름에 담아 주신 뜻대로 자신의 삶을 지혜롭게 가꾸면서 다른 아이들도 소중하게 여기도록 도와 주고 싶었습니다. 신규 때 아이들 한자 이름을 칠판에 쓰고 풀이하니 반응이 제법 괜찮아, 학교에 있을 때는 출석번호 순서대로 한 시간에 한두 명씩 풀어 주었습니다.
종 치기 5분 전에 집안 돌림자를 묻고, 돌림자가 있는 아이에게는 돌림자를 뺀 나머지 글자가 부모님이 아이에게 품은 꿈과 희망이라고 덧붙입니다. 그날의 주인공과 듣는 아이들 모두 눈빛이 반짝이는 행복한 순간입니다. 육아휴직 5년 하고 만난 아이들은 명찰 한자 볼 때마다 부모님 마음이 느껴져 더 정겹고 애틋합니다. 제 아이들 이름 지을 때도 그랬으니까요.
몇 년 전 한 아이 이름 앞에 생각이 많았습니다. 몸과 마음이 아픈 아이라 풀이 듣고 다른 아이들이 놀리면 어쩌나 조심스러웠습니다. 수업 내내 아이 얼굴 바라보다 말문을 열었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이입니다. 이름에 '가르친다'는 뜻이 있으니, ○○이는 잘만 하면 좋은 선생님이 되겠네요."
순간 뜨악해 하는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여러분, ○○이 장점 어떤 게 있을까요?"
"잘 웃어요!"
"긍정적이에요!“
"맞아요. ○○이는 착하고 거짓말을 안 하지요. 누구에게나 배울 부분이 있답니다. 보고 배울 부분이 하나라도 있다면, 이미 좋은 선생이지요."
다른 날보다 말이 길었습니다. 그 순간이 아이들에게 작으나마 의미 있는 기억으로 남기를, 명실상부(名實相符)라는 말처럼 ○○이가 이 아이를 만나는 사람들에게 좋은 선생님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빵 좋아해 가끔 빵집에서 만나던 ○○이는 잘 지낼까요. 오늘따라 아이와 어머님 얼굴이 더 아른아른합니다.
* 명실상부(名實相符) : 이름과 실상이 서로 들어맞는다는 말입니다. 부(符)는 부신(符信) 또는 부절(符節)입니다. 예전에 대나무나 나뭇조각에 도장을 찍고 그것을 반으로 쪼개 한 쪽씩 나누어 가졌다가 나중에 맞추어 보아 증표로 삼던 물건입니다. 뒤에는 돌이나 옥, 청동으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특히 전쟁 때 같은 편인지 확인할 때 유용하게 쓰였습니다.
러시아 연해주 니콜라예프카 성터에서 발굴된 발해 때 청동부절입니다. (연합뉴스 2009.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