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학교 책상 서랍이었습니다. 윗부분이 삭아서 깨진 지 꽤 되었는데 청테이프로 버티고 버티다 시설 담당 주무관님께 수리를 부탁드렸습니다. 첫번째 칸 물건을 다 빼고 수리해 주셔서 점심시간에 문구류를 하나하나 다시 넣었습니다. 뒤섞였던 물건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니 제 마음도 반짝이고 차분해졌습니다.
이틀 뒤 교회 오전예배 시간. 설교 메모하는 틈틈이 떠오르는 생각을 수첩에 옮겼습니다. "11월 28일이다. 한 달을 결산해야겠다." 읽지 않은 책과 바쁘다고 미루었던 일에 대한 부끄러움, 12월과 앞날에 대한 염려는 잠시 접고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마음을 모았습니다. 세탁기 돌리고 아이들 안 입는 옷 정리하니 뿌듯하고 푸근합니다.
큰아이, 둘째 아이 때는 옷을 물려 줘서 버릴 게 많지 않았는데 막내가 못 입는 옷을 따로 담으니 한 시절이 지나가는 듯해 조금 아쉽습니다. 그래도 그만큼 또 다른 시간이 찾아올 거니 마냥 쓸쓸하지만은 않겠지요? 버릴 물건을 한곳에 모으니 베란다 한쪽이 꽉 찼습니다. 제 책상과 물건도 틈틈이 정리하면 둘 것과 옮길 것이 한눈에 보이겠습니다.
작년에 일석이조(一石二鳥) 원격수업하면서 몇몇 학생에게 물었습니다.
"집 청소하거나 방 정리하면 어떤 게 좋았어요?"
"깨끗해져요."
"기분이 좋아져요."
"잃어버린 물건을 찾을 수 있어요."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요."
금요일과 오늘, 저도 그랬습니다.
* 일석이조(一石二鳥) : 돌 하나 던져 새 두 마리를 잡는다는 말입니다. 한 번 일해서 두 가지 이익을 얻을 때 주로 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