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에 두 시간 스포츠 수업을 합니다. 교실에서 스트레칭 하니 할 만한 동작이 많지 않아 '동아리실로 옮겨야 하나? 그러면 영상은 어떻게 보여 주지?' 며칠째 머릿속이 뱅글뱅글 도는데 A부장님 말씀.
"저 다목적실에서 요가 수업해요. B부장님께서 빔 프로젝터 잡아 주셨어요."
순간 번쩍!
"부장님~ 어떻게 하셨어요?"
"0학년 0반 아이들 데리고 요가매트 다 닦고 의자는 둥글게 정리하게 했어요. 손소독 티슈 한 통 반을 썼네요."
"소리는요?"
"앰프 쓰면 전교에 소리 다 들려서 노트북에 체육선생님들 쓰시는 블루투스 스피커 연결해서 썼어요."
아이들에게 "다목적실로 오세요." 안내하긴 했지만 날짜가 다가올수록 불안불안했습니다. 수요일 오후 노트북 들고 올라가서 빔 프로젝터 리모컨 켜는데 스크린이 안 내려옵니다. 고민고민하다 B부장님께 인터폰 드리니 "제가 올라갈게요." 빔 프로젝터는 리모컨으로 켜지만 스크린 오르내리는 건 벽에 붙은 버튼으로 해야 한답니다. 안 들리는 소리는 전화 받고 올라오신 A부장님께서 잡아 주셨습니다.
목요일. 8시 50분부터 빔 프로젝터 켜고 스크린 내리고 영상 준비하고 블루투스 스피커를 켰습니다. 9시 10분 1교신데 9시 5분부터 아이들이 하나둘 들어옵니다.
"손 소독하고 매트 찾아 깔고 앉으세요."
인사하고 출석 부르고 전신 스트레칭 1단계, 2단계, 3단계로 수업을 열었습니다. "교실이 더 나아요."도 있지만 자유롭고 생기발랄한 눈빛!
2교시 마칠 즈음 차분하게 앉은 아이들 보면서 묻습니다.
"다음 주에 여기 또 올까요?"
"네~~~~~"
"영화 마지막에 보면 엔딩 크레딧이 있지요. 이번 수업에도 고마운 분들이 계십니다. A선생님께서 0학년 0반 후배들과 다목적실 정리하고 요가매트 다 닦게 해 주셔서 오늘 여기서 수업할 수 있었어요. 작년에 C과목 가르쳐 주셨던 B선생님 기억나시죠? 빔 프로젝터 고장난 건 B선생님께서 수리해 주셨습니다."
천군만마 같은 A부장님, B부장님 덕분에 첫 다목적실 수업 잘 마쳤습니다. 고맙습니다!
* 천군만마(千軍萬馬) : 군사 천 명, 말 만 마리. 대단히 강력한 군사력, 어떤 일을 진행할 때 큰 도움이 되는 사람을 뜻하는 말로 쓰입니다.
서툴지만 하나하나 배워가는 중입니다. 매트 깨끗하게 닦고 정리한 0반,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