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5과 천신만고(千辛萬苦). 설명 전에 "졸음방지 출석퀴즈입니다. 여러분이 먹어본 것 중 가장 매운 것과 가장 쓴 것을 채팅창에 비밀댓글로 쓰세요." 매운 건 불닭볶음면, 쓴 건 한약이랑 알약이 많습니다. 편도가 커서 알약은 깨 먹고 캡슐은 털어 먹어야 하는 속사정(?) 풀었더니 몇몇 아이들이 끄덕끄덕.
"두번째 퀴즈입니다. 여러분의 14년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일이 있다면 비밀댓글로 써 주세요. 혹시 상처가 커서 잊고 싶거나 남에게 말할 수 없는 일이라면 채팅창에 "어려워요" 쓰시면 됩니다." 이런저런 이야기 쓴 학생 2/3, "어려워요" 쓴 학생 1/3. 개인 상황이 드러나지 않게 최대한 줄이고 다듬어 읽어 주고 덧붙였습니다. "다들 그냥 보면 별일없이 행복해 보이지만, 누구나 자기만의 고민을 안고 있어요."
어떤 반은 "어려워요"가 많고, 어떤 학생은 제 어린 날과 같은 고민을 합니다. 아이 사연은 말하지 않고 제가 그 일이 있었을 때 어떤 마음이었는지, 시간이 흘러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간단히 이야기했습니다. 어떤 반에선 너무 먹먹한 일이 많아 그 누구의 경험도 읽을 수 없었습니다. 어려운 이야기 나눠 줘서 고맙다고 다독다독 응원할 뿐.
작년에 풀었는데 올해 못한 말이 있습니다. "맹자는 하늘이 어떤 사람을 크게 쓰려 할 때 반드시 먼저 어려운 일들을 겪게 해서 인내심을 기르고 할 수 없던 일들을 할 수 있게 한다고 했어요. 여러분에게도 정도 차이는 있지만 친구들에게 말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을 거예요. 그래도 그런 경험들이 여러분을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 거예요." 2학기에 복습하면서 살풋 나누었습니다.
* 천신만고(千辛萬苦) : 매운 것 천 개, 쓴 것 만 개. 맵고 쓴 걸 많이 먹듯 온갖 어려움을 겪으며 고생한다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