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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유월 Aug 05. 2024

[영화 500자평]7월 3-4주차

베스트 오퍼, 스크래퍼, 페어런트 트랩, 애비로드

베스트 오퍼/ 4.5

>한줄평: 복제품에도 의미가 있다면.

버질은 진품을 보는 눈을 가진 남자이다. 클레어의 집에 갈때마다 작은 부품을 하나씩 긁어모아온 버질은 그 부품 또한 진품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영화의 후반부에 그에게 돌아온 것은 위조품 하나뿐이었다. 여자는 버질에게서 그림을 훔쳐간 대신, 로봇을 남기고 간다. 반대로 버질은 그림을 빼앗기고 위조품 로봇만을 가지게 된다. 마음 또한 그렇다. 버질은 진품인 마음을 클레어에게 주었지만, 클레어는 위조된 마음을 주었기 때문이다. 클레어는 만들어진 위조품과 같은 것이었다, 그녀는 위조된 로봇에 불과한 것이다.

여기서 독특한 점은 버질이 분노하지 않고, 그저 그녀가 제일 좋아한다고 ‘말했던’ 프라하의 한 카페로 찾아간다는 것이다. 그 말 또한 진품인지 어떻게 단언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는 계속 그곳에 앉아 그녀를 기다린다. 모든 위조품에는 진품의 미덕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그가 사랑했던 위조품에도 진품의 무언가가 숨어있었을거라고, 그는 믿고 싶었을 것이다.


>인상깊은 대사

-모든 위조품에는 진품의 미덕이 숨어있다.

-인간의 감정은 예술과 같아 위조할 수 있다네. 보기엔 진품과 같아. 하지만 가짜란 말이지.

>여담

*로봇-가짜-클레어// 그림-진짜-버질 ~ 이런 구조라고 생각했다.

*영화의 후반부에 버질이 텅 빈 창고를 보던 장면은 너무 슬펐다. 뒷모습에서 모든 감정을 다 느낄 수 있었다




스크래퍼/ 3.5

>한줄평: 부수기 전에 그저 내려오는 것

엄마가 떠난 뒤 조지는 슬픔의 단계를 겪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슬픔에서 다른 감정으로 향하는 단계가 아니라, 슬픔 속에서 여러 단계를 겪고 있는 것이다. 영화에서 조지는 슬픔의 5단계를 언급하며, 지금은 4번째 단계인 우울을 겪고 있다고 말한다. 조지는 방학 동안 훔쳐모은 부품으로 방 한구석에 탑을 쌓는다. 그리고 방 꼭대기의 천장에 이렇게 적는다. ‘break, 방학이 끝나기 전에 천장을 부술것’. 하지만 영화는 아빠라는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켜, 천장을 부수기보다는 그저 탑에서 내려오는 것을 택하게 한다. 나 혼자의 힘으로 부품을 모아 우울의 탑을 파괴할 생각만 하던 조지에게 아빠는 달가운 존재가 아니다. 방해되고, 짜증나고, 낯선 존재. 영화는 내내 탑이 있는 방문을 잠구며 아빠에 대한 조지의 적대감을 표현한다.

아빠가 탑이 있는 방문을 열고, 그와 동시에 조지는 아빠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 조지는 혼자의 힘으로 슬픔을 부수기보다는, 곁에 있는 친구이자 아빠인 제이슨과 슬픔을 벗어나기로 택한다. 영화의 마지막에 조지와 제이슨은 파란색 벽을 노랑으로 칠한다. 슬픔에서 벗어난 조지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인상깊은 대사

-it takes whole village to raise a child

-글쎄, 지금은 우울의 3단계 정도 와있는 것 같아.

>여담

*scrapper는 싸움꾼이라는 뜻이라 한다.

*여자애가 연기를 너무너무 잘한다! 어떻게 저렇게 시크한 연기를

*해리스 디킨슨은 영국의 차세대 루키인듯하다. 루키라고 하기에는 이미 너무 유명해져 버렸지만. 킹스맨을 시작으로 인지도 얻고, 슬픔의 삼각형으로 연기력 인정받고, 스크래퍼로 독립영화까지. 아직 작품수는 많지 않지만 뭔가 눈에 띄는…? 과연 다음영화는 어떤 방향으로 선택하게 될까.

*사람들이 애프터썬+플로리다 프로젝트 희망버전이라고들 많이 부른다!




페어런트 트랩/ 3.5

>한줄평:나도 몰랐던 존재를 그리워하기

자신이 쌍둥이였다는 것 자체도, 항상 비어있던 엄마(혹은 아빠)의 존재조차도 몰랐지만, 그들은 항상 서로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찢어진 부모님의 사진을 이어붙이며, 나쁜 첫인상은 사라지고 결국 서로를 아주 많이 그리워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엄마와 아빠를 재회시켜 12년간 비어진 조각을 채우려는 소녀들의 반란은 아주 깜찍하면서, 꽤나 대범하다. 다소 과한 장난조차 사랑스럽게 받아들이는 할리와 애니의 부모님을 보면, 두 가족은 어쩌면 다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던 것 같다.


>여담

*어렸을때 학교에서 언뜻 봤던 생각이 나서 재시청. 유치하기는 해도 귀엽고 재미있는, 따뜻한 가족영화였다. 특히 미국과 영국의 차이를 아주 대조적으로 보여주는 게 재미있었다(어쩌면 스테레오타입일지도 모르지만)

*린제이 로한이 매우 어린 나이인데도, 두 역할을 완전 잘 소화해냈다!

*영화 속 애니의 집은 23 egerton street. 내가 조아하는 사우스 켄싱턴쪽이다! 집이 너무 예뻐




애비로드: 전설을 품은 스튜디오(if these walls could sing)/ 3.0

>한줄평: 꿈의 스튜디오가 들려주는 전래동화

애비로드는 가수들에게 꿈의 스튜디오이다. 이 스튜디오에서 레코딩을 하면, 나는 이미 슈스라는 이야기. 영화는 그리 특별하지 않은 방식으로 전설적인 스튜디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5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애비로드의 역사를 읊고 있다. 그럼에도 이 스튜디오가 들어왔던 음악이 너무 특별하기에 나는 그 구구절절한 낭송마저 즐거웠다.


>여담

*폴의 딸내미 메리 매카트니가 감독한 작품. 어쩐지 폴 매카트니 인터뷰가 많드라.

*비틀즈, 오아시스, 엘튼 존 등 영쿡의 유명한 가수들이 많이 나온다.

*원래는 EMI라는 되게 사무적인 이름이었는데, 애비로드 앨범이 나온 뒤부터 이름을 바꾸었다 한다.

*비틀즈의 애비로드 앨범커버는 단 몇십분만에 촬영이 완료되었다. 그런데 그 이후로 그 도로에는 50년간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실 관심없는 가수 장면은 넘기고, 비틀즈와 오아시스가 나오는 부분을 유심히 보긴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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