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번의 실패 끝에 배운 단 하나의 진실

by 몽츄

전쟁을 방불케 하는 Cyclone 대비.

물을 구하기 조차 어려웠고 이미 마트는 빈 진열대만 남아 있었다.


화면 캡처 2025-07-13 115950.png


시험이 아니었다면 이 상황을 좀 더 의연하게 받아 들 수 있었을까.

그저 시험을 앞두고 머나먼 타지에서 내게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마음만 타들어갔다.


수백 년 만의 폭풍이 도시를 삼키고, 전기는 끊겼다.

나는 시험을 포기할 수 없어 전기를 찾아 친구 집으로 향했지만, 그곳도 하룻밤 사이 물에 잠겼다.

4KATTVV_AFP__20250308__36ZK6KV__v1__HighRes__AustraliaWeatherCyclone_jpg.jpeg 브리즈번 사이클론 Alfred
화면 캡처 2025-07-13 120439.png 실제 홍수 상황


“왜 하필, 왜 지금…”


나는 세상을 원망했다.


탈출 외엔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노트북과 몇 가지 음식들을 챙겨 저 물을 헤엄치듯 걸어 나왔다.


설상가상으로, 시험이 끝난 뒤 함께 여행을 가기로 했던 20년 지기 친구가 호주에 도착했다.

이번에 시험을 치르지 않으면 그다음 달부터는 기준 점수가 오른다고 한다.

비자 기간은 2달 조금 넘게 남은 상황이었다.


나는 시험조차 치르지 못한 채, 속만 까맣게 타들어 갔다.

연이어 두 번의 시험이 취소됐고, 어렵게 다시 잡힌 시험에서는 목표 점수에 단 1점이 모자랐다.


이미 마음도, 몸도 너덜너덜했지만, 그 1점은 오히려 나를 더 집착하게 만들었다.

포기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그제야 알았다. 수많은 고시생들이 왜 그렇게 오랜 시간을 버텼는지, 그 마음을 처음으로 이해했다.

불편한 마음으로 친구와 여행을 떠났지만, 그마저 순탄치 않았다.


수영장에서 발가락이 골절됐고, 나는 고통을 숨긴 채 애써 웃었다.

혼자 있는 시간마다 몰래 울었고, 서로 말하지 못한 감정들이 터져 결국 친구와 다투고 말았다.

친구의 감정 섞인 날 선 말은 깊은 상처가 되었고, 화해했지만 그 말들은 쉽게 잊히지 않았다.


여행이 끝나고 돌아온 집. 몸과 마음은 생각보다 더 깊이 망가져 있었다.

모든 노력이 무의미하게 느껴졌고, 외로움은 더 짙어졌다. 그냥 이 모든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지지해 주는 사람도, 따뜻한 환경도 없었다.

나는 철저히 혼자였다. 회복에는 생각보다 더 긴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하면서 호주에 남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무식하게 밀어붙이다 제 풀에 지친 내가 내린 결론은 ‘작전상 후퇴’였다.


남은 시험 기회는 단 한 번.


나는 한국행 비행기 표를 비자 만료일보다 한 달 앞당겨 예약하고, 마지막 2주 동안 모든 힘을 쏟아부었다.


그리고, 13번째 시험.


또 실패였다. 짐을 정리하며 홀가분함과 자책감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모든 시간, 노력, 비용이 결국 ‘아무것도 아닌 결과’로 남는 것 같아 서글펐다.


나는 용기를 낸 만큼, 큰 보상이 따르길 바랐다.


“예상치 못한 기회가 나에게도 찾아오겠지.”


그런 자기 계발서 속 주인공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나에게 남은 것들’을 보기로 했다.


돌아보면, 내 삶에서 노력은 언제나 결과를 보장해 주었다.

따지고 보면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상황과 실패의 경험도 없었다.

대부분의 계획은 내가 그린 대로 흘러갔다.


하지만 이번엔 아니었다.

처음으로, ‘노력은 늘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안되는 것과 타협하는 과정에서 또 한 번 성장했음을.

거기서 발견한 또 다른 새로운 내가 있었다는 것을.


결과를 무가치하게 볼지 아닐지는 결국 내 선택이라는 것도 알았다.


'시도한 ‘용기’, 그 시간을 견뎌낸 ‘나’에 대한 믿음은 도전조차 하지 않았다면 결코 얻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해 볼 만한 충분한 가치는 있었다.


그렇게, 나는 또 한 번의 선택 앞에 서게 되었다.


keyword
이전 05화13번의 시험, 500만 원을 넘긴 비용. 그 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