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에 갇힌 나를 부쉈다: 워홀 도전의 뒷이야기

8년차 간호사의 안정과 자유 사의의 이야기

by 몽츄

나는 늘 계획을 철저히 세우는 사람이었다.

무작정 퇴사하거나 훌쩍 떠나는 일은, 내 사전에 없었다.
자유를 갈망하면서도, 안정은 결코 놓치고 싶지 않았다.
워킹홀리데이는 그 두 갈래 길 사이에서 찾은 절묘한 타협점이었다.

세상에 더 부딪혀 보고 싶었다.


평생 해보지 않았던 경험 속에서 나만의 인사이트를 얻고 싶었다.
하지만 동시에 생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했다.
7년 동안 쉼 없이 달려온 나에게 작은 보상을 주고 싶기도 했다.


그때, 홀린 듯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영어를 할 수 있다면, 내 현실도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그 생각은 단순한 상상이 아닌, 확신에 가까웠다.


영어는 그저 스킬이 아니었다.
새로운 언어는 새로운 자아를 열어 줄거라 믿었다.
내 세계가 넓어질수록,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많아질수록, 나는 ‘자유’에 가까워진다고 믿었다.


자유, 재미, 안정.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하면서 영어까지 배울 수 있는 것.
그게 바로 워킹홀리데이였다.


만 30세까지만 주어지는 한정된 기회라는 점은 결정을 더욱 단단하게 했다.
게다가 간호사 경력을 인정받아 호주에서 AIN(Assistant In Nursing)으로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은 안정성의 큰 기반이 되었다.


출국을 결심하기 전, 수많은 선배와 영어 튜터, 경험자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모두가 한목소리로 말했다.


"인생은 길어. 1년은 길게 보면 점 하나에 불과한 시간이야."
"지금, 싱글일 때만 할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몰라. 무조건 다녀와!"


그 응원과 격려는 내 등을 강하게 밀어 주었다.


늘 흐지부지 이어오던 영어 공부에, 처음으로 ‘목적’이 생겼다.
‘생존’이라는 절박함은 나를 움직이는 강력한 연료였다.

주말마다 영어 챌린지에 참여하고, 언어 교환 프로그램과 워홀 모임에 나갔다.
온라인 원어민 회화 수업도 무작정 신청했다.

준비를 하면 할수록 부족함은 더 크게 느껴졌다.
출국 날짜가 다가올수록, 불안은 깊어지고 눈물은 많아졌다.

그렇게 울다 지친 몸을 싣고 비행기에 올랐다.




10시간의 비행 끝에 도착한 시드니 공항.

캐리어를 펼치고 짐을 재정리하는 순간,

‘아, 이제 정말 혼자구나’라는 실감이 가슴 깊이 내려앉았다.


난생 처음 영어권 국가에서 '혼자'가 된 나는 공항에서 가위를 빌려 달라고 말하는 것조차 서툴렀다.

그 어색함 속에서, 처음으로 진짜 ‘나’를 만났다.


‘나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구나’라는 깨달음.
그 순간이 바로, 새로운 시작이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