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를 사랑했지만, 떠나야 했다.

간호사가 아니라면, 나는 누굴까?

by 몽츄

내 직업을 짝사랑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다.


나에게 간호사는 단순한 '일'이 아니라 삶의 일부, 더 나아가 정체성의 중심이었다.

7년 동안 응급실과 IV 팀에서 버텨온 날들, 매일 생과 사를 오가는 긴장 속에서도 스스로를 단단하게 다져온 시간들, 그 안에서 느낀 보람과 사명감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간호사는 누군가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존재

즉, "내가 필요한 사람"이라는 확실한 증명을 주는 일이었다.

그 감정은 굉장히 강렬했으며 중독성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그 삶은 자신을 갈아 넣으며 버텨야 하는 구조였다.

감정소진, 밤샘근무, 눈물 나는 피로, 희생이 당연한 문화.


이런 환경 속에서 "나는 이 일을 오래 할 수 없겠구나"라는 내면의 목소리를 들었고,

그 자리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퇴사라는 선택, 회피가 아닌 확신


나는 직업과 생계를 핑계로 나를 들여다보길 회피했다.

그래도, 나 스스로 그토록 바랐던 꿈을 쉽게 포기하고 싶진 않았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나의 정체성을, 내 손으로 잘라낼 용기가 없었다. 간호사라는 이름으로 존재하는 나를 잃으면, 나 자신을 드러낼 수 없을 것 같아 두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알겠다.


문제는 '간호사'라는 직업 자체가 아니라, 병원이라는 공간 안에 나를 가둬놓았던 사고방식에 있었다는 걸.


먼저 나는 혼자 있는 시간에 익숙해기로 했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나 자기 일을 사랑하는 사람들, 성장하려는 욕구가 강한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하니 내 안에도 작지만 분명한 변화들이 일기 시작했다.


예전엔 간호사라는 정체성 안에 갇혀 내가 어떤 사람인지조차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다면, 이제는 나 자신을 하나의 직업이 아닌 '사람'으로서 다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운동을 하고, 책을 읽고, 일기를 쓰며 내면을 돌보는 루틴이 생겼고, 병원 밖 세상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나에게도 더 넓은 삶이 가능하구나’는 믿음이 자라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꿈에 대한 관점이 달라졌다.
‘간호사로서의 성공’만을 좇던 나는, 이제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고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 변화는 아직 진행형이다.


‘왜 그동안 몰랐을까, 병원 밖의 세상은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고 있었다는 걸’


그래도 나는 잠깐 지나가는 방황의 바람이길 바라는 희망을 가졌다. 마지막으로 내 자리에서 이전과는 다른 시야와 사고로 내 직업을 사랑하는 마음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주고 싶었다. 왜냐하면 간호사로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 길은 다양하니까.


간호사 진로 컨설팅도 받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만남을 가졌다. 나를 더 객관적으로 들여보기 위해 성격 분석 검사와 자기 분석을 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기록하고, 그 공통점을 따라가다 보니 내가 추구하는 첫 번째 가치는 자유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자유를 추구하지만 안정도 중요하고, 인간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

그것이 나였다.


이렇게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나니, '나는 왜 이럴까' 했던 부분들이 '내가 이래서 그랬구나' 하고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확신이 들었다.


나에 대한 확신이 생기자 퇴사를 결심하는 데 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은 이게 아니구나.'

병원이라는 작은 세계에 나를 가두고 싶지 않았다. 세상은 훨씬 더 넓고,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 또한 '나에게 선택권이 있는 문제'라는 것을.


나는 과거의 선택에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최선을 다했다. 진심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


그래.

'아닌 건 알겠어.'

그렇다면 이제,

"내가 진짜 원하는 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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