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학은 내가 몰랐던 나를 꺼냈다

나는 간호사가 되고 싶었다. 정말 간절히.

by 몽츄
간호학은 나조차 몰랐던 내 안의 열정을 끌어내었다.
처음에는 설렘이었고, 그다음엔 인생의 전부였다.
누군가를 돕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시작된 내 간호사의 꿈.
지금 그 첫 장면을 다시 꺼내어 본다.

단 하나의 꿈, 그리고 그 꿈을 향한 전력 질주


어릴 적, 나는 무언가를 간절히 원해본 적이 없었다.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어떤 걸 좋아하는지도 깊이 고민해 본 적 없이 그저 주변 지인의 가벼운 제안 하나로 진로를 결정해 버렸다.

‘남을 도우며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


뚜렷한 계획이 없던 내게 간호사는 그 자체로 설렘 가득한 “꿈”이었다.


물론 지금 돌아보면, 누군가의 한 마디에 내 인생이 이리도 쉽게 결정되었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꿈은 생각보다 오래갔다. 내가 만든 꿈이 아니었는데도, 그때의 나는 그것을 온전히 나의 것처럼 믿고, 달렸다. 마치 그것만이 나를 ‘가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처럼.


낮은 성적에도 어떻게든 간호학과에 진학하고 싶어
발버둥 치듯 입시를 준비했다.

그런데 수능을 한 달 앞두고 교통사고를 당했다.
왼쪽 무릎인대가 파열됐고, 병원에 한 달 반 동안 입원했다.


휠체어에 앉아 엘리베이터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며 처음으로 ‘절망’이라는 감정을 느꼈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다.

그 작은 설렘이 나에겐 전부였다.

원서만 12군데. 목발을 짚고 면접을 보러 다니며,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

죽으라는 법은 없는 걸까. 한 군데, 겨우 합격 소식을 받았고 나는 간호학과에 입학할 수 있었다.


매 수업마다 맨 앞자리에 앉았다.

국어, 영어, 수학은 그렇게 하기 싫었는데 간호학 공부는 정말 ‘내 천직인가’ 싶을 만큼 재미있었다.


왜 그렇게 재미있었을까. 지금 돌이켜보면, 단순히 성적이나 결과 때문은 아니었다.

간호학은 사람을 이해하고, 그들의 생명과 감정에 깊이 개입하는 학문이었다.
그건 내가 본능적으로 좋아하던 일이었다.


한 사람의 몸과 마음을 들여다보는 공부는, 단순한 암기가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를 파헤치는 일이었다.

누군가의 상태를 읽고, 판단하고, 돌보는 일은 머리와 마음을 동시에 써야 했고, 나는 그 균형감각 속에서 살아 있음을 느꼈다.


당시 내가 가장 좋아하던 말이 있다.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따뜻하게.

지금 생각해도 참 순수한 열정이었다.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마음이, 간호라는 언어로 구체화되는 느낌이었다.

아마 그게, 내가 처음으로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만난 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응급실에서 근무하시던 외부 강사의 수업이 특히 인상 깊었다. 당당한 목소리, 자신감, 묘하게 느껴지는 카리스마.

그 교수님만의 아우라에 나는 반했다. 수업이 끝난 후, 반짝이는 눈으로 교수님을 인터뷰하던 그 용기, 열정이 지금은 그립다.


그때부터 꿈은 더 분명해졌다.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어떤 응급상황에서도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응급실 간호사’가 되겠노라고.

미디어 속에서처럼 이동식 침대 위에서 CPR을 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매일 상상했다.

나는 4년 연속 장학금을 받았고, 졸업식 날엔 상도 받았다.

여느 친구들과 다를 것 없이 학사모를 던지며 사진을 찍었다.


졸업식 날, 학사모를 던지며 웃고 있는 나를 보며 문득 생각했다.
“이 모든 걸 가능하게 만든 건, 내가 그때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우연처럼 보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필사적으로 만들어낸 기회였으니까.


내가 선택한 꿈은 어쩌면 완벽하지 않았고, 그 길이 영원하지도 않았지만
그 시절의 나는 정말 뜨겁게 살았고, 그 열정은 지금도 내 안 어딘가에서 미세하게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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