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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Mar 01. 2024

브런치는 안 망했다.

https://brunch.co.kr/@tharos/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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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그대로다. 브런치는 안 망했다. 브런치는 망할 수가 없다. 애초에 특별히 돈이 들어가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망하고 자시고 할 그런 플랫폼이 아니다. 물론 브런치가 정말 망한다면 포털인 다음에 유입되는 사람들이 조금 적어질 테니 약간의 타격은 있을 것이다. 그런데 뭐 브런치가 없어졌다고 다음으로 들어 올 사람들이 호로록 죄다 네이버나 구글로 가진 않을 것이다. 그러니 그 타격이 그렇게 크진 않을 것 같다. 설령 대미지가 조금 있다 해도 다른 사업 분야에서 브런치에 의한 손실정도는 충분히 커버하고도 남을 거라고 예상된다. 그래서 브런치는 망해도 그만 안 망해도 그만인 뭐 그런 플랫폼이다.



 그런 브런치가 망했다는 주제로 지난해 8월에 글을 썼다. 그것도 두 편이나... 물론 당시에도 브런치가 정말 망해서 혹은 망하라고 저주를 퍼붓기 위해 쓴 글은 아니다. 아니 내가 그렇게 저주를 퍼붓는다고 망할 이유도 일도 없는 브런치이기 때문에 그런 제목의 글도 아무렇지 않게 수용해 준 브런치다. 너그러운 브런치 감사합니다. 이런 건 또 바로 표현을 하는 게 이치다.



 그때 그런 제목으로 글을 쓴 이유는 그 글에 충분히 설명을 했다. 브런치 작가들이 바라마지 않던 수익과 관련해 ‘응원하기’라는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물론 당시엔 베타테스트 개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브런치 작가들의 볼멘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왜? 브런치 작가들 중에 일부만 응원하기를 통해 수익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들 알고 있듯이 브런치는 이미 한 번의 심사과정을 거쳐 작가가 된 사람들만 글을 올릴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런 작가들을 대상으로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는 나름의 기준에 의해 수익을 받을 수 있는 작가와 그렇지 못한 작가로 다시 한번 갈랐기 때문이다.



 더해서 수익을 받을 수 있는 작가들 입장에서도 이건 좀 그런데 하는 시선이 있었다. 이유는 그 수익이라는 게 결국 다른 작가들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브런치 작가가 아닌 일반 포털 검색 유저가 좋은 글을 읽었다고 생각해 응원하기를 통해 돈을 낼 수도 있었지만 그 비율이 과연 얼마나 됐을까... 결국 브런치는, 다음카카오는 다리 하나만 놔주고 작가들끼리 주고받는 돈의 수수료를 챙기는 형국이었다. 수익을 받을 수 없는 작가들의 볼멘소리와 수익을 받을 수 있는 작가들의 애매한 시선을 듣고 받을 수밖에 없었다.



 흡사 카드 돌려 막기,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와 비슷했다. 결은 조금 다르지만 큰 틀에서는 넘의 돈으로 돈놀이하는 은행과도 다를 게 없었다. 은행이란 곳이 이게 참 웃긴 곳이다. 지들 돈은 한 푼 안 들이고 넘의 돈을 받아 또 다른 넘에게 빌려 주면서 이자놀음을 하는 아주 웃기는 놈들이다. 브런치가 그런 은행들과 같다는 건 아닌데 가만히 앉아서 다른 작가의 돈을 받아 또 다른 작가에게 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모습이 이자만 안 받았지 은행과 크게 다를 게 없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브런치만 나쁜 놈들 같은데 또 그렇진 않다. 지난 글에도 이런 수익구조가 만들어진 원인 중에 하나가 작가들 자체라고 이야기한 부분이 있다. 워낙에 들 고고하고 순수해서 글을 쓰는 성스러운 공간에 감히 돈을 목적에 둔 광고 따위 절대 둘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에 브런치도 별 수 없이 이런 대안을 낸 게 아닌가 한다. 역시 지난 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플랫폼 기업인 다음카카오는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서비스 말미에 그냥 광고 하나만 가져다 붙이면 돈이 되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그걸 하지 않은 이유는 솔직히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작가들 눈치를 본 거 말고는 없다고 판단된다.(다음카카오가 그 정도 눈치를 보는 기업은 아닌데 이 지점도 상당히 이상하긴 하다. 굳이 왜... 여하튼 뭐...)



 그런 말도 많고 탈이 많았는지 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응원하기’가 이제 모든 브런치 작가들에게 다 적용이 됐다. 아! 테스트를 거쳐 점진적으로 수익을 받을 수 있는 작가들을 늘려가는 게 아니고 이렇게 그냥 한 번에 다 적용하는 거였어! 순간, 지난 글을 쓴 내가 머쓱해졌다. 아니 이럴 거면 그냥 그때 클로즈베타 개념이 아닌 오픈베타 개념으로 처음부터 모든 작가들에게 다 적용해 주지 그래, 엄청난 기술적인 무언가를 요구하는 사안도 아니었을 텐데... 괜히 여러 작가들 맘 상하게 말이야.



 설정으로 들어가 응원하기를 통해 수익을 받을 수 있게 바꿨다. 하지만 분명한 건 뭘 정말 많이 받을 수 있을 거란 기대로 바꾼 건 아니다. 또 하나의 기능이고 표현할 수 있는 경로이기에 바꿨다. 그리고 지난 글을 통해 어느 정도 밝혔듯이 나란 사람은 바꾸는 게 맞다. 현실적이고 세속적이고 통속적인 스스로를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수익을 받을 수 있게 설정을 바꾸지 않는 건 자기 부정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뭘 얼마나 받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역시 다시 한번 현실적이고 세속적이고 통속적인 스스로가 스스로를 냉정할 필요도 없이 판단해 보건대 누군가 딱히 돈을 내고 볼 만한 글을 쓰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아는가? 소도 뒷걸음질 치다 한 두어 번은 쥐를 잡는다고 내 글이 너무 좋아서 응원하기를 통해 다만 몇 천 원이라도 잘 읽었다고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데 응원하기가 없어 다리를 동동 구르는 사람이 있을지? 아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만 됐다. 비싼 밥 먹고 헛소리하는 거 아니라고 엄마가 그랬는데 헛소리가 과했다. 발 닦고 잠이나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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