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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Mar 14. 2024

2024년 3월 12일 흐림

https://groro.co.kr/story/8826



 나는 오늘 아침 8시에 일어났다. 일어나기 싫었지만 딸아이를 유치원에 보내야 해서 어쩔 수 없이 일어났다. 아! 참고로 나는 점심 이후에 일을 시작한다. 그래서 아침 8시에 일어나는 건 겁나 일찍 일어나는 거다. 결혼하기 전에는 점심 이후에 일어나는 게 일상다반사였다.


 어제는 밤에 자려는데 몸이 조금 이상했다. 은근히 추워서 계절에 맞지 않게 이불을 두 겹으로 덮고 잤다. 그리고 뭐랄까 답답하다고 해야 되나 몸이 조금 힘들어 잠이 드는 데 약간 어려움이 있었다. 다행히도 자고 일어나니 약간의 땀이 났을 뿐 그냥저냥 괜찮았다. 하지만 분명히 뭐가 있긴 있었는지 하루 종일 몸이 찌뿌드드했다.


 아내와 이러저러 준비를 마치고 아이 등원을 시켰다. 둘이 다시 집으로 들어와 집안 정리 좀 하고 다소 이른 점심을 먹었다. 아내가 끓여 둔 미역국을 아내는 밥과 함께 먹고 나는 좋아하는 떡국 떡을 넣어 먹었다. 간이 다소 싱거운 듯하여 조미 김도 같이 먹었다. 미역국에 조미 김이라니... 맛있다. 맛있으면 됐다. 아니 그 이전에 조미 김을 너무 좋아한다. 대한민국에 조미 김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기는 있나?


 아내가 먼저 일을 나갔다. 아주 공교롭게도 결과적으론 시기를 맞춘 거지만 아이 유치원 입학에 맞춰 아내가 다시 일을 시작했다. 아내는 오전에 하는 일, 나는 하던 대로 점심 이후에 하는 일. 뭔가 잘 맞는 거 같으면서 조금 아쉽기도 하고 그렇다. 상황이 상황이고 돈을 벌어야 하니 이거 저거 잴 겨를이 없다. 돈이 원수지만 끌어안고 싶은 원수다. 정말 많은 걸 해 주는 원수다 보니 마냥 싫어할 수가 없다. 돈아! 사랑한다! 나 좀 뜨겁게 안아주라!


 아내가 나간 뒤 딸아이의 유치원 체육복 세탁이 끝나 널어 뒀다. 아내와 내가 먹은 점심 설거지를 했다. 시간이 조금 여유가 있어 어제 설친 잠을 낮잠으로 보충하기로 했다. 블라인드가 있어 이거 뭐 한 낮이라고 해도 얼마든지 밤처럼 꾸밀 수 있었다. 사실 뭐 그딴 꾸밈없이 언제든지 잘 잘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꾸밈은 그저 거들뿐이다.


 1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 딸아이 하원 시간에 맞춰 나가기 위해 준비했다. 준비랄 것도 없다. 아침에 입고 벗었던 허물을 다시 입고 낮잠 덕에 적당히 눌린 뒷머리에 물을 쓱쓱 발라 쓸어 올려주면 그만이었다.


 아내가 일을 마치고 하원 시간에 맞춰 돌아왔다. 둘이 같이 나가 아이를 맞이했다. 이제 유치원 등원 7일째다. 아직 큰 탈은 없지만 하원하는 순간에 뭔가 모를 대면대면한 딸아이의 모습이 신기하다. 3년을 꽉 채워서 엄마아빠랑 늘 함께 했던 녀석인데 적응 중이구나 싶어 기특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안쓰럽기도 했다.


 아내와 딸아이를 집으로 들여보내고 일을 하러 갔다. 내가 하는 일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다. 그것도 수학을 말이다. 어 허허허허허허허허허, 수학이라니... 믿기지 않겠지만 이 일을 하기 전에는 상상도 하지 않았던 과목이다. 수학이라니... 굳이 연결시키자면 고등시절까지의 꿈이 역사 선생이었다. 과목을 바꿔도 참 극단적으로 바꿨다.


 세상이 삶이 그렇다. 내가 바라는 대로 원하는 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는 세상이다. 아니 그보단 내가 바라는 대로 될 만한 노력을 안 한 거겠지. 아니 뭐 그냥 대충 넘어 가자. 마음 아프니까. 여하튼 아이들을 만나 수학을 가르친다.


 오늘도 열변을 토했다. 수학에 대한 기본이 안 되어 있는, 그저 문제 풀기에만 급급한, 그마저도 제대로 풀지 못하는 아이들이 답답하고 안쓰럽고 미안한 만큼 열변을 토했다. 수업이 많은 날은 하도 떠들어서 말을 하다가 살이 빠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혹하지 마시라. 그 정도로 옹골차게 들어 찬 뱃살은 안 빠진다.


 살은 굶으면 빠진다. 진리다. 되도 않는 방법 시도하지 마시라. 다이어트의 뜻이 원래 굶는 거다. 그런데 뭐 그리들 방법을 찾고 난리인가? 알고 있다. 왜 찾는지. 굶는 게 그만큼 힘드니까. 그런데 웃기지도 않게 살을 빼는 건 다이어트는 굶는 게 근본인데 뭘 자꾸 먹으면서 뺀다고 난리부르스를 친다. 그러니 살이 빠지겠는가? 굶는 게 다이어트의 포인트인데 뭘 자꾸 먹어! 원 푸드고 나발이고 굶으면 빠진다. 먹으면서 운동? 그냥 건강한 돼지가 될 뿐이다. 잠깐! 이거 내용이 왜 자꾸 다이어트로 흘러! 정신을 붙들어 매야겠다. 아마도 아무렇지 않게 다이어트는 굶는 거라고 떠들었지만 스스로도 그게 잘 안 돼서 뭔가 찔려서 그런 걸 게다.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사랑하는 아내와 딸아이가 있는 집으로 돌아왔다. 지하 주차장에 주차를 하는데 아직은 쌀쌀한 밤을 피해 길냥이 한 마리가 주차장에서 잠자리를 찾고 있었다. 주차하면서 창문을 열어 인사했다. ‘안녕, 애옹아. 아직 춥지? 그래 얼른 자리 찾아 이제 그만 자. 사람들 눈에 띄지 말고.’ 알아들었는지 가만히 바라보다 차에서 내리니 이내 후다닥 다른 차 밑으로 숨어 버렸다.


 하루 종일 달려 준 차에게 그리고 후다닥 도망간 애옹이에게 인사하고 집으로 올라왔다. 들어와 보니 아이는 잠들었고 아내는 업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씻기 전에 하루 있었던 일들 중에 특이할 만한 일을 서로 이야기하고 나는 씻으러 갔다.


 씻고 나와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책도 좀 읽고 유튜브도 보고 게임도 조금 하려 했는데 아내가 내가 주로 활동하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비키라고 했는데 비킬 기미가 없어 그래 알았다 투덜거리며 책을 들고 거실로 나와 배를 깔고 책을 읽었다. 서로 다른 4권의 책을 한 번에 읽고 있다. 권당 한 두 꼭지 씩 돌려 읽고 있다. 은근 괜찮은 독서법 같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책을 읽으면 아내가 자리를 비킬 줄 알았는데 미동이 없다. 계속 누워서 스마트 폰을 들고 유튜브고 보고 오만가지 알람도 정리하면서 뒹굴뒹굴 거렸다. 그렇게 또 근 한 시간을 보내고 나니 드디어 아내가 자러 들어가겠다고 일어났다.


 언제 잘 거냐고 묻기에 모르겠다고 했더니 이 시간에 모르면 어쩌냐고 하기에 또 모른다고 했다. 그리고 먹고 있는 한약을 먹고 자리에 앉아 일기를 쓰고 있다. 일기를 딱히 쓸 계획은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쓰고 있다. 별 의미도 감동도 재미도 없는 일기지만 일기가 원래 그런 거 아니겠는가? 이렇게 또 일주일에 최소한 두 꼭지의 글은 쓰자는 목표 중에 한 꼭지의 글을 대충 눙치고 뭉개면서 마무리해 본다.


 오늘의 일기 끝. 나름 초딩 컨셉을 잡아 봤는데 이마저도 별 재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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