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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Sep 21. 2024

계획을 세웁니다.

https://groro.co.kr/story/11885



 계획을 세웁니다. 가을이 오면 내년 계획을 세웁니다. 올해가 2024년이니까 2025년 계획을 세웁니다. 가는 줄 알았던 2024년의 여름이 아직 가지도 않았고 이제 9월 중순, 그러니까 올해가 3개월 조금 넘게 남아 있음에도 내년 계획을 세웁니다.



 가끔 우리 조상님들이 농사를 짓기 위해 따랐던 절기를 보면 조금 의아했습니다. 한 참 더워 죽겠는데 절기는 입추立秋가 지나가는 식입니다.(실제로 2024년 입추는 양력으로 8월 7일이었습니다. 전국이 한 참 더워서 헉헉 거릴 때입니다.) 그런데 묘하게 그 절기가 지나가면 온도가 바람이 살짝 바뀝니다. 당장은 아니지만 조만간 바뀝니다.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 이런 걸 처음부터 느낀 건 아니었습니다. 정확하진 않지만 30대를 넘어서면서부터 한 참 더운데 가을에 들어서는 입추라고 하면 더워 죽겠는데 무슨 하다가도 어! 아침저녁으로 설풋 지나치는 가을의 바람의 느껴졌습니다. 뭐 올해는 쉽지 않았습니다만...



 여하튼 절기는 그렇게 앞서 옵니다. 앞서 오는 것도 적당히 앞서 오는 게 아니라 상당히 앞서 옵니다. 아마도 한 해 농사를 제대로 지으려면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하는 농부의 마음과 행동이 오랜 시간 동안 절기에 묻어 난 게 아닌가 하는 뇌피셜을 뇌까려 봅니다. 그런데 뭐 딱히 틀릴 거 같지는 않습니다. 설령 틀린다 해도 미리미리 대비하자는 나름의 교훈은 얻었으니 됐습니다.



 이렇게 미리 오는 절기처럼 올해가 아직 3개월도 넘게 남았지만 가을이 오고 있는 지금 내년 계획을 세웁니다. 지금부터 올해를 슬슬 정리하고 내년엔 어떤 부분을 보완해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지 생각합니다. 지금 세우는 계획은 큰 개요 정도로 보면 좋을 거 같습니다. 그리고 연말이 되면 다시 정리합니다. 이어서 연초가 되면 최종적으로 정리하고 실천에 옮깁니다.



 만약에 연초에 실패하면 우리에겐 까치까치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하는 동요(?)가 있듯이 그야말로 새해를 맞이하는 양력 1월 1일에 이어 음력 1월 1일도 있습니다. 양력 1월 1일에 맞춰 세운 계획을 실천에 옮기다 3일을 넘겨 한 달을 버티고 포기한다고 해도 음력 1월 1일이 있기 때문에 보완하고 정비해서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 처음 시작이 바로 지금 여름이 지나가고 있는 가을입니다. 그리고 미리미리 계획을 세우는 게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생각하는 계획이나 목표는 보통 규모라고 하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여하튼 큽니다. 원대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여하튼 큽니다. 뭔가 이 정도 사이즈의 계획이나 목표를 세워야 그럴듯해 보이고 한편으론 나름 의욕 혹은 동기부여도 생깁니다.



 그런데 문제는 계획이나 목표가 크면 달성하기 어려울 가능성도 커집니다. 인간이란 종족 자체가 앞에 커다란 벽이 있으면 넘어서려는 마음보다는 돌아가거나 포기하려는 마음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리셋이 되면서 되지도 않는 큰 계획과 목표를 세웁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내년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달성하기 쉽지 않은 큰 계획이나 목표를 이렇다 할 능력도 뭐도 없는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이 달성하려면 매일 조금씩 티끌을 모으는 방법을 택하는 게 최선이기 때문입니다. 뭐 요즘은 티끌 모아봐야 티끌이라는 자조 섞인 표현도 합니다만 조금이라도 큰 티끌을 모으기 위한 방법은 ‘매일 조금씩’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계획을 달성하기 위한 기간이 길수록 좋습니다.



 더불어 우리 인생은 연속적입니다. 2024년 살고 끝! 2025년 시작! 이럴 순 없습니다. 앞에도 얼핏 이야기했지만 내년의 계획이나 목표라는 건 결국 올해 계획과 목표에 무언가를 덧대는 식입니다. 그러니 올해 진행과정을 지금 이 순간 되돌아보면서 내년의 보다 상향된 계획과 목표를 위해 역시 지금부터 내가 무엇을 얼마나 해야 할지를 결정해야 하는 겁니다.



 그렇게 내가 어떻게 세웠는지 기억도 까마득한 올해 계획 달성을 위해 진행하고 있는 내용에 내년 계획을 위해 추가할 건 추가하고 뺄 건 빼서 정리를 하고 오늘 바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남들이 볼 때는 조금 큰 티끌일지라도 나에겐 원대한 계획이나 목표를 ‘잊어버리면’ 됩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앞에도 이야기했지만 인간이란 종족은 뭔가 커다란 산이나 벽이 눈앞에 놓이면 그 산과 벽을 넘을 생각보다는 돌아 설 생각 포기할 생각을 먼저 합니다. 그러니 원대한 계획을 매일 생각하면 그만큼 포기할 돌아 설 확률도 높아집니다.



 이미 원대한 계획을 달성하기 위한 매일의 수행과제가 나와 있는 상태기 때문에 그 매일의 티끌 같은 과제를 오늘 하루만 산다는 마음으로 달성해 내기만 한다면 그게 쌓여 일주일이 되고 한 달이 되고 일 년이 된다면 분명 달성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목표 지점이라 할 수 있는 원대한 계획 자체는 잊어버리는 겁니다.



 오늘 하루 넘어설 과제는 아주 작은 둔덕이라 피식 웃으면서 넘어설 수 있을 정도입니다. 장난치면서 한 발로 넘어설 수도 있습니다. 조금 거만하게 행동한다면 물구나무를 서서도 넘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 둔덕을 그저 매일매일 넘는 겁니다. 그렇게 넘다 보면 그 넘는 과정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면 어느새 정상이 눈앞에 보일 수 있을 겁니다. 아니 정확히는 그럴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누가 그랬습니다. ‘지루한 일상을 이겨내라.’ 네 맞습니다. 오늘 넘어 설 작은 둔덕 너무 시시해서 금방 지루해집니다. 그 순간 간사한 인간은 생각을 합니다. 아... 너무 지루한 데 이거 한다고 내가 꿈꾸는 걸 이룰 수 있을까? 뭔가 다른 방법이 없을까? 다른 요행이 없을까? 그러면서 매일 충분히 넘어설 수 있는 둔덕을 넘지 않게 되고 빈둥거리게 됩니다.



 그럼 뭐 결과는 뻔합니다. 물론 사람 사는 세상 워낙 복잡하고 요상해서 꽤 괜찮은 다른 방법과 요행을 찾아 나름 성공적인 성과를 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만 솔직히 흔치는 않습니다. 해서 오늘 하루 넘어서야 할 둔덕을 지금부터 넘어서야 올해 세웠던 계획도 부족하지만 어느 정도 달성할 수 있고 내년의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 최소한의 기초는 다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 바로 올해가 아직 3개월이나 남았지만 내년 계획을 세우고 오늘 할 일을 하면 됩니다. 오늘 하루만 살면 됩니다. 사실 쉽지 않은 건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매일 마음을 다 잡으며 오늘 하루만 살기 위해 노력합니다.



 개인적으로 내년 계획 중에 가장 큰 계획은 일하는 곳을 옮기는 겁니다. 작년 12월 정도부터 준비한 일입니다. 매일매일 조금씩 둔덕을 넘기도 했고 상황을 기다리기도 했고 기다렸던 상황이 꼬이기도 해서 아직 바꾸지 못했지만 지금 현재로선 빠르면 올해 10월 늦으면 내년 3월이면 옮길 수 있을 거 같습니다.



 10년 다니던 곳을 뒤로하고 옮기려 하는 계획이니 준비를 잘해야 할 겁니다. 나이도 있으니 대충대충 나갔다간 된 서리 맞기 딱입니다. 그래서 그 준비를 오늘도 합니다. 그리고 책을 조금 더 습관적으로 읽으려 합니다. 지금 지역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이벤트 덕에 책을 꽤 많이 읽고 있습니다. 이 이벤트가 9월 말일에 끝나는데 끝나고 나면 최소한 일주일에 한 권은 읽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이 부분을 그야말로 습관화해서 꿈에나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1년에 책 100권 읽기를 도전해 보려 합니다. 우선 시작은 일주일에 한 권이니 1년 50권입니다. 내년에 성공한다면 다음 해 100권 도전입니다. 벌써! 내후년 계획까지 나왔습니다. 하지만 내후년의 계획은 지금 참여하고 있는 이벤트부터입니다. 그러니 앞에서 한 이야기를 다시 한번 짚어 보자면 내후년의 계획을 달성하기 위한 매일의 둔덕은 지금 참여하고 있는 책 읽기 이벤트입니다. 즉, 지금 내 머릿속엔 내후년의 100권 읽기는 없습니다.



 물론 목표는 100권 읽기지만 지금 당장은 그 목표를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오늘 하루 이벤트를 위해 읽어야 할 분량의 책을 읽을 뿐입니다. 뭐 이 정도면 될 거 같습니다. 지금도 충분할 만큼 상당히 큰 계획과 목표입니다. 이 두 가지만 잘 달성해 내도 삶이 지금보다 훨씬 풍족해질 거 같습니다. 여러분, 가을이 오면 내년 계획을 세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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