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마다 바쁜 시즌이 있을 것이다. 우리 사무실은 최근 한 달 동안이 그랬다. 그리고 나는 작년 같은 시즌보다 조금 더 바쁘게 보냈다. 올해부터는 여러 사람들의 자료를 받아 취합하는 업무까지 맡게 된 것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이미 시즌 종료한 뒤에도 나는 그들이 준 자료들을 정리하느라 일주일을 더 강행군해야 했었다.
사실 자료 취합은 아직 내가 하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통상 내 위의 팀장이 자료 종합을 하고 부서장에게 보고를 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약삭빠른 팀장 놈 아니, 팀장님은 내가 승진한 걸 핑계 삼아 일을 맡아주길 바랐다. 쉽게 말해서 팀장이 자기 업무 하나를 떼어 내서 내게 던진 것이다.
- 한 계급 올라갔으니 이 정도 업무는 할 수 있는 레벨이 되겠죠?
'레벨 안된다고 하면 안 해도 되나?'
은근히 자존심까지 건드리는 표현에 '그러겠다'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팀장의 사람 다루는 방법이겠지. 그러나 상사가 대놓고 하라고 지시를 한다 해도 내가 별 수 있었겠나. 하라면 해야지.
02.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남의 자료를 받아 종합하는 일은 피곤하다. 차라리 내 담당 업무 1~2개를 더 맡는 게 낫다. 취합이 어려운 이유는 업무 난도가 높아서라기보다는 순전히 사람 탓이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실수로 인한 오류도 있을 것이고, 사람마다 작업방식이 다르다 보니 양식 통일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100명의 사람이 있으면 100가지 삶의 방식이 있구나.
여러 사람들이 보내온 자료를 보면 그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게 된다.
예를 들어, 담당자들에게 메일에 첨부된 엑셀 시트에 '오늘 날짜'를 입력해서 회신해 달라고 했다고 해보자. 다음은 실제로 그렇게 지시한 뒤, 내가 받은 자료에 입력된 데이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