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매일 출근길에 보게 되는 타워크레인이 있다. 신호대기가 꽤나 긴 도로여서 신호에 걸리면 늘 보게 되는 일상적인 풍경이었다. 출근은 해야하지만 출근하기 싫은 하루 하루. 차에 시동을 걸며 '할 수 있다! 해보자!'를 소리내어 외쳤지만 좀처럼 기운은 나지 않았던 날이었다.
'이 신호가 길었으면 좋겠다.'
그날도 그런 생각을 하며 무심코 정차해있었다.
02.
그런데 그날따라 이른 아침부터 작업이 있었는지 타워크레인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어쩜 저렇게 가느다란 줄에 무거운 자재들을 매달고 옮길 수 있을까?'
나이가 마흔이 넘었는데 무슨 감성인지 원. 다시 사춘기 소년이라도 된 것마냥 타워크레인이 안쓰러워보이는 것이다. 물론 당연히 그런 일을 하도록 만들어진 기계겠지만 어쩌면 왠지,
그러니까 오늘만큼은
감당 못할 짐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까지는 알 수 없더라도 말이다. 곧 초록색 신호등이 켜졌고, 나는 그 타워크레인이 꼭 날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엑셀 패달을 밟았다.
'안녕, 타워크레인.'